주말엔 '하얀거탑'이란 드라마가 있기 때문이지요.
재밌다는 말로는 부족한 치열하고 우울한 전쟁같은 삶의 드라마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하얀거탑엔 명예와 성공을 좆는 온갖 인간군상이 나옵니다.
대학병원의 의사들을 소재로 했다 뿐이지 사실 경쟁과 권력, 명예와 부란 신기루같은 환상을 좆는 현대사회에서 누구도 그들만의 처절한 리그를 우습게 볼 수는 없겠지요. 다만 그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돌아볼 뿐이지요.
이 드라마는 표면적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와 명예의 상징처럼 되어 있는 의사라는 기득권 집단에 대한 내부비판과 성찰에 시선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기득권집단을 의사가 아닌 그 무엇으로 대체하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부와 권력과 명예가 따르는 모든 곳이 실제 무대인 셈이니까요.
직업에 대한 장인정신보다 얼마나 더 많은 프랜차이즈를 가졌는가가 성공의 요건이 되는 세상이지만, 의술이 인술임을 주장하며 환자에 대한 무한애정에 집착하는 최도영(이선균)에게 마음이 놓임은 우리가 언제든 환자가 될 수 있는 예비 상태에 있다는 두려움때문일까요.
재능과 실력을 갖추고 야망을 향해 무한질주하는 장준혁(김명민)에게 묘한 매력을 느끼면서도 그 야망의 끝이 벌써 보이는 듯해 마음이 조마조마함은 비열한 수단으로 정상에 서서는 안된다는 소심함 때문일까요.
무엇이 진리인지 알 수 없는 세상에서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란 명제조차 없었다면 경쟁사회를 견뎌갈 힘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의술이 좋아 선택한 사람과 의술로 성공하고 싶은 사람들의 치열한 사투에 시청자인 나는 가슴이 조마조마합니다.
최도영이 조금만 정치적인 유연성을 가져서 또 한축의 정의를 확실하게 구축했으면 좋겠고 장준혁은 조금만 근본으로 돌아가라고 주문하고 싶어집니다. 너희 둘이 짬뽕합체 정말 안되겠니! 그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의 주인공 장준혁은 왜 자신이 의사가 되었는지 짓밟고라도 위로만 올라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한가로이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건 최도영의 스탠스고 몫일뿐이죠. 오로지 자신의 의술을 통해 바벨탑 같은 거대한 하얀거탑을 쌓아올리길 바랄 뿐입니다.
이 드라마는 환자의 절박한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의사들이 사실은 얼마나 기만적이고 얼마나 유치하고 얼마나 별볼일 없는 정신을 가진 사람들인가 심기가 뒤집힐만큼 야속하게 까발기지만, 저속하지 않은건 이미 우리 삶 곳곳이 무한경쟁과 더티플레이에 익숙해 있다는 공감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몸을 다루는 가장 원초적인 공간에 있는 의사들의 인간적인(?) 추태와 야망, 권모술수는 여타의 이해집단과 비교해 전혀 뒤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도 정치적인 모습이 하얀 가운의 신성한 느낌과 더불어 섬뜩한 느낌을 줄뿐이지요.
이렇듯 충분한 공감지점이 있으면서도 사실은 그들도 '그저 인간일 뿐이었다' 이해할 수 만은 없는 이유가 바로 그들이 가진 특수한 신분때문이겠지요. 세상이 어떻게 미쳐 돌아가든 신성한 의미가 남아 있어야만 하는 생명의 젓줄, 산실, 현장...아니던가요.
지난주에, 성공에 보탬이 안되는 목숨과 성공을 확실하게 담보하는 목숨 중에서 후자를 당연히 선택한 우리의 주인공 장준혁이 이번주엔 전자의 의료사고라는 난관을 어떻게 악랄하게 극복해 나갈지(사실은 극복하면 절대 안되지요)자못 궁금합니다.
인간을 대한다는 근본적인 의미보다 성공과 야망을 향해 달려가는 인간들의 협잡과 술수 부정이 참 슬프게 다가옵니다. 환자가 있어 의사가 있다는 것만은 절대진리가 아닐까 싶은데 말입니다.
여기 오시는 의사님들 글보니까 왠지 하얀거탑이 자꾸 떠올라서 그냥 적어보았네요.
의사님들도 한번 보시길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