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대통령의 연설을 들으면서 현 상황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이 어느정도는 제 궤도를 찾아가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오늘 연설의 핵심주제는 "내수활성화를 통해 경제회복을 이끌어야 한다."라고 요약을 할 수 있는데, 어쩌면 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대책이라는 것은 아마도 많은 사람이 공감을 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의 근간이 중소기업임을 인정하고 중소기업의 안정과 성장이 현 위기를 극복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인식의 변화는 주목할만 하다.
필자는 지난 글에서 대공황기 미국을 이끌었던 두 대통령의 정책을 소개하면서, 현재는 후버가 아닌 루즈벨트식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용(루즈벨트)이 되려다 이무기(후버)가 되고있는 이명박대통령) 하지만 오늘의 연설을 가반히 살펴보면 현재 상황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은 변화했고, 현 상황에 맞는 정책의 기조는 올바르게 제시를 했지만 전체적으로 실전척 정책은 아직 인식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한듯 하다. 이러한 인식과 실제 정책의 간극은 이번 통화스왑을 너무나 과하게 퐁히 평가하여 현재의 사정을 낙관하는 안이한 현실인식이 바탕에 깔려있는 듯 하다. 실제로 연설에서 이명박대통령은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로 외화유동성에 대한 우려는 거의 없어졌다."며 한국의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는 이미 극복된 위기라는 인식을 표형한바 있다. 바로 이러한 너무나 낙관적이고 안이한 현실인식이 현재 위기상황을 증폭시켰던 과거 기억을 되돌려 보면 국민이 대통령이나 정부에 가지는 불안감의 실제를 잘 알 수 있다.
그러면 중소기업에 대한 이명박정부의 대책은 무엇일까? 필자는 상당한 기대감을 가지고 연설을 끝까지 들었지만, 불행이도 중소기업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연설에 없었다. 즉 이번 연설도 고무줄 없는 팬티나 앙꼬없는 찐빵처럼 겉만 치장된 속빈 강정이라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이명박대통령은 연설 초미에 "사실 우리 경제가 이만큼 성장한 데는 대기업의 역할이 컸다는 사실, 누구도 부인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라면서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또한 현재의 중소기업을 살릴 수 있는 방안으로 "대기업이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헤아려 줬으면 합니다."라면서 대기업의 선의적 시혜를 제시했다. 그리고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해야 우리 경제의 기반이 튼튼해지고, 대기업의 경쟁력도 올라갈 수가 있습니다."면서 결국 이러한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선의적 시혜가 대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윈윈의 방책이기 때문에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구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과연 이것이 올바른 이야기일까? 한국경제의 발전과정에 대한 작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인식이 얼마나 사실을 왜곡한 것인지에 대해 금방 알 수 있다. 우선 한국경제의 성장에 대기업의 기여에 대해 생각해보자. 물론 자원과 자본이 빈약한 나라에서 근대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가장 효율적이었음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도 관주도의 경제개발전략에서 대기업집단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는 정부의 직접 지원이외에도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거래에 대한 편의제공도 포함되어 있었다. 즉 대기업의 성장 이면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중소기업, 근로자의 피와 땀으로 얼룩진 희생이 숨어있었다. 따라서 이명박대통령의 "사실 우리 경제가 이만큼 성장한 데는 대기업의 역할이 컸다는 사실, 누구도 부인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이라는 인식은 "우리 경제가 성장한데 대기업의 역할도 컸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수많은 중소기업와 근로자의 희샘이 있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로 수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대기업의 선의적 시혜를 요구하는 것이 지난 시절 부채의 청산이라는 측면에서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어야 한다.
또한 대기업의 선의적 시혜만을 요구하는 것이 중소기업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음은 지난 대공황시절 후버의 정책과 그 정책의 결과에서 잘 알 수 있다. 기업은 그 존립의 목적상 이익이 있는 곳는 장려하지 않아도 적극적으로 진출하지만, 이익이 없는 곳에는 단 1원도 투자하지 않는다. 이러한 기업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이명박대통령이 법으로 강제해도 범법을 일삼는 대기업에게, 법은 발가락의 때보다도 못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대기업에게 자발적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해라라고 요구를 한다면 따라올 대기업이 있을까? 결국 이러한 것도 전형적인 립서비스에 그칠 개연성이 높다.
실례를 들어보자. 올초 대기업 총수들이 이명박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이명박대통령은 신속하고 과감한 규제완화를 약속하고, 이에 대기업 총수들은 고용을 15%이상 늘리겠다고 화답한 바 있다. 과연 이 약속은 지켜졌을까? 분명 대기업의 채용은 작년에 비해 늘었지만 대기업이 고용한 임직원의 총수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기업이 외견상으로 신입사원의 고용을 늘렀지만 이 숫자만큼 아니 어떠한 기업에서는 그 숫자보다 많은 직원을 해고하거나 비정규직으로 돌렸다는 이야기 이다. (관련기사 : 대기업 상반기 인력채용 '빈자리 채우기' 급급) 즉 대기업은 말로는 채용을 늘려 실업해소에 도움을 주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수도권규제완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금산분리 완화등의 규제완화를 이끌어 냈다. 다른 예를 보자. 얼마전 현대자동차는 에쿠스 단종을 선언하면서 에쿠스 생산을 위해 맺었던 협력업체 6곳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에쿠스 조립라인에서 근무했던 비정규직 115명의 해고를 결정했다. 이또한 실업문제 해소와 중소기업 보호라는 이명박대통령의 립서비스와는 전혀 다른 대응이다. 비단 이러한 두사례 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불평등 거래의 경우는 해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담화 한마디로 중소기업을 지원할 천사같은 대기업이 있을까? 아마도 이를 빌미로 대기업들은 그들의 보다 많은 혜택을 정부에 요구할 것이다. 따라서 경제의 대기업 집중은 심화될 것이 명확하다. 이것이 올바른 정책일까? 이와 같은 정책은 이미 후버대통령시절 실패했던 정책을 답습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러면 이명박대통령이 제시한 중소기업과 영세상인에 대한 감세는 효과가 있을까? 이미 그들 대부분은 한계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심각한 유동성 부족으로 월급을 제때 주지 못하고, 원자재를 구매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며, 사면초가로 금융권의 채권상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과연 그들이 세금을 얼마나 내고 있을까? 설상가상으로 감세의 효과는 차기 세금 납부일까지 유예된다고 한다면 과연 그들이 이 어려움을 버텨낼 수 있을까? 이미 파산한 사람들에게 세금을 깍아주겠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이 될까하는 측면만 고려한다면 이 정책의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이러한 정책도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신용한도를 늘려 중소기업의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정부 정책이 있지만 이 또한 시중은행이나 금융권에 의해 원할히 지원되지 못하고 있다. 즉 한은의 금리인하가 대출금리 인하로 이어지지 못하고, 정부의 신용한도 확보가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에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못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측면도 금융권의 자선적 시혜가 필요할까?
따라서 현재 얼어붙은 내수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나 영세상인에게 훨씬 더 직접적이고 강력한 지원책이 나와야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인식은 아직도 대기업과 건설업, 금융권 지원에 총력을 쏟고 있다. 과연 이러한 정책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우선시 되어야 할 부분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거래의 불평등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납품가 불가연동제, 장기계약의 활성화, 지불조건의 규제등이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위반시에 강력한 제제가 필요하다. 납품단가 현실화 요구가 곧 계약해지로 연결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발전과 성장은 기대할 수 없다. 또한 금융권이 자행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각종 불공정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 대통령이 담화에서 말했듯이 아직도 "꺽기"등의 관행이 없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꺾기의 패해는 KIKO의 패해액을 증폭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하는 것이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들의 하소연이다. 따라서 이러한 부분에 대한 근본적인 규제가 필요하다. 그 외에도 노동시장의 한시적 경직성 확대,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보증의 확대, 도시 서민들에 대한 직접 지원의 확대등도 필요하다.
루즈벨트의 뉴딜 정책이 성공했던 이유는 정부의 재정지출의 혜택이 경제의 말단에 위치한 노동자, 중소기업, 영세자영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배분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재정지출의 효과가 궁극적으로는 유호수효를 창출하고 경제 활성화를 이룰 수 있었다. 실제로 루즈벨트의 뉴딜정책의 대부분은 이전 후버 대통령 시절에 입안된 것이다. 하지만 그 정책이 후버 대통령 시절에 효과를 볼 수 없었고 루즈벨트 대통령 시절에 꽃을 피운 이유는 바로 정책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즉 후버 대통령은 정부재정지출의 확대의 혜택이 일부 대기업에 집중되어 있었고, 대기업들의 자선적 시혜로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경제의 동맥경화를 심화시켰기 때문에 그 정책의 효과가 충분하게 나타나지 않았으며, 루즈벨트 대통령의 경우 경제의 흐름이 말단에 까지 전파될 수 있는 정책을 병행하였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루즈벨트 처럼 경제위기를 극복한 위대한 지도자로 남고 싶은 이명박 대통령이 날이 가면 갈수록 후버 대통령의 전철을 밟아 나아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 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