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쌀 직불금, '참여정부 책임론'의 진실
더 이상 소모적이고 치졸한 정치공방이 없도록 사실관계를 밝힌다
국회에서 쌀 직불금에 대한 국정조사가 합의됐다. 국정조사를 통해 그간 제기된 의혹과 문제점을 해소하고 시급히 요구되는 제도개선의 방향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원내대표까지 나서서 아무런 근거도 없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단 은폐 지시 가능성을 제기하며 노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한다.
한나라당 대변인은 마치 그것이 사실인양 단정 짓기도 했다. 무책임한 의혹제기와 혼란스러운 보도 속에 자칫 진실이 왜곡될 수도 있다. 더 이상 소모적이고 치졸한 정치공방이 계속되지 않도록 지금까지 제기된 참여정부의 쌀 직불금 문제 책임론에 대해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해두고자 한다.
1. 쌀직불금 감사는 참여정부 청와대의 자발적 요청으로 시작된 것이다
청와대는 2005년 처음으로 지급된 직불금 제도가 2년에 걸쳐 시행되면서 위장수령 의혹 등 적지 않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으나 주무부처인 농림수산부에서 자체적으로 제도 개선이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고 이에 대한 정밀한 감사를 감사원에 요청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직속기관인 감사원이 사후적인 징벌적 감사보다는 사전적인 정책 감사에 중점을 둘 것을 여러 차례에 걸쳐 주문했고, 이는 감사원의 오래된 과제이기도 했다. 나아가 청와대 정책실과 국정상황실 등에서 스스로 감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참여정부 주요 정책을 선정하여 감사원에 협조를 요청하였고 이중의 하나가 직불금 제도였다.
일부에서는 감사협조 요청 자체가 감사원의 독립성을 해치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정부의 주요 정책과 집행을 객관적으로 미리미리 점검해 달라고 감사원에 요청하는 것은 오히려 권장되어야 할 일이다.
2. 참여정부 청와대의 정책점검기능은 제대로 작동됐다
한편에서는 쌀 직불금 감사가 진행되고 문제점이 드러나는 과정 중에 다른 한편에서는 한미FTA의 핵심 후속대책으로 직불금제도의 확대가 6월 20일 대통령에게 보고될 예정이었다. 청와대는 이에 따라 감사원에 직접 감사의 중간 결과를 설명해줄 것을 요청했다.
문제점이 발견된 정책을 확대시행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문제점을 있는 그대로 대통령이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매우 정당하고 적절한 조치였다.
3. 노 전 대통령은 확실한 개선책을 만들 것을 강력하게 지시했다
6월 20일 회의에서 노 대통령은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강하게 질책하고 농림수산부에 제도개선책을 만들어 시행할 것을 지시했다. 특히 농지 중심의 정책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 즉 농민을 중심으로 한 정책으로 전환되어야한다고 문제의 본질을 분명히 지적하고 대책을 만들 것을 강조하였다. 이는 현직 감사원 직원도 증언하는 바다.
이 지시에 따라 농림수산부는 제도개선 점검단을 만들어 보완책을 청와대에 보고하고 공청회를 거쳐 12월에 이를 입법예고했다. 적어도 6월 20일 회의 이후 농림수산부가 신속하게 대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볼 수 있다.
4. '명단'이 보고된 바도 없고 은폐를 지시할 이유도 없다
마치 감사원이 불법수령자'명단'을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처럼 호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감사원이 보고한 것은 1) 직접조사가 아닌 간접자료에 근거하여 2) 불법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의 규모를 예측한 추정치를 보고한 것이다. 당연히 명단도 아니며 그 숫자마저도 실사까지는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보고된 '명단'은 물론 없으며 그 '감사결과'에 대해서조차 노 대통령이 이를 은폐할 것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감사원 측은 증언하고 있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서 이를 은폐했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으나 어디에서도 이런 의혹을 살만한 근거가 제시된 바 없다. 전현직 감사원장 모두가 지시를 받은 바가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런 주장은 논리적으로도 타당치 않다. 한나라당 주장대로 정치적으로 유불리를 따져본다고 하더라도 땅부자들이 농민들이 수령할 직불금을 가로채고 이를 통해 엄청난 양도소득세 면제까지 노렸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것이 과연 한나라당에 유리한 일이었을까? 직불금 문제를 치열하게 파헤쳐서 주목을 받은 민주당 백원우 의원은 세간의 분류에 의하면 친노직계 의원이다. 이처럼 노무현 정부가 명단이 공개되기를 원하지 않았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는 정치와 국정운영을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참여정부는 선거를 위해서 국정을 왜곡시키고 국민을 속이는 일은 하지 않았다. 대통령선거 때부터 청와대 정치공작설 등을 수없이 제기해왔지만 모두가 근거 없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5. 직불금 제도개선은 현 정부 들어 실종되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농림수산부는 인수위에 이 사실을 보고하였고 그 후 3월에 법제처가 국무회의에 입법계획을 보고했으나 이번 10월에야 정부가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했다. 현 정부의 인수위가 당시 청와대 차원의 업무 인계인수를 거절하였던 것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참여정부 시절 신속하게 진행되었던 제도개선 작업이 현 정부 들어 지체되게 된 이유는 이명박 정부 스스로가 답해야 할 것이다.
6. 5년 내내 참여정부에 뒤집어씌우기로 세월을 보낼 셈인가?
당시 이 법안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발의한 안과 농림부가 제출한 안을 검토해 국회 농해수위에서 대안으로 마련한 것이다. 따라서 이 정책 자체에 대해 어느 정당이나 정파, 또는 정부만이 책임질 일은 아니다. 그러나 농림수산부가 구체적인 정책을 설계하면서 예상되는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충분히 노력했느냐 하는 점은 점검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감사원이 감사결과('명단'이 아니라)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 적절한 것이었느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고 이 또한 국정조사의 필요성이 있는 대목이라는 데 대해서는 이의를 달 생각이 없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은폐설을 퍼뜨리고 증인출석을 주장하는 것은 묵과할 수 없는 문제다. 현 집권세력에게 전직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를 기대하기도 힘들지만 그런 예우 차원의 문제를 제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전직 대통령이라고 국회에 출석해서 증언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문제는 증인채택의 정치적 저의가 너무도 분명하다는 것이다.
근거 있는 의혹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백번 천번 양보해서 의혹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시를 받은 사람을 찾아내면 된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노 전 대통령을 출석시켜서 한나라당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윽박지르기와 모욕주기 밖에 없다. 자신들의 책임마저 모두 노 대통령에게 뒤집어씌우고자 하는 고질적이고 후안무치하고 치졸한 발상이다. 이렇게 되면 국정조사는 본래의 취지가 사라지고 정치공방의 장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다시 한 번 농민과 국민을 분노하게 할 뿐이다.
이 정부와 집권 여당은 무슨 문제가 터질 때마다 '참여정부 책임론'을 주장해왔다. 때로는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또는 익명으로 그런 주장을 하기도 한다. 앞으로 5년 내내 그럴지도 모른다. 그때마다 참여정부에 뒤집어씌우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국회에 불러내겠다고 할 것인가?
이번 직불금 문제처럼 전임 정부에서 문제점을 발굴하고 제도개선을 추진하던 과제들이 무관심하게 방치되거나 지난 쇠고기 문제처럼 전 정부에서 원칙을 지켜왔고 당선자 시절 직접 조언까지 했던 일들이 무시되는 사례들이 수두룩하다. 이런 무관심과 의도적인 무시가 국정 혼란의 가장 주요 원인은 아닐까? 사사건건 전 정부를 물고 늘어지는 것은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일이다. 이명박 정부는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국정운영 시스템을 점검하는 데 주력하기 바란다
편집자주 : 쌀 직불금과 관련하여 '더좋은 민주주의 연구소'가 참여정부 입장에서 이번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여 전문을 게재합니다. 이에 대한 반론도 기고를 통해 게재토록 할 예정입니다.
http://www.humanpos.kr/news/article.html?no=1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