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참교육의 깃발을 내리다
전교조만이 헌신할 수 있었다.
학교의 개혁은 벌써 시작되었어야 했다. 시대의 흐름을 생각할 때 학교의 개혁은 오래전에 시작될 수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개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했었다면 충분히 개혁이 진행될 수 있었는데도 학교의 개혁은 시도조차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학교 개혁을 추진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일까? 교육에 대한 열정과 사랑, 그리고 교육에 대한 윤리적․도덕적 힘을 가진 자만이 그러한 개혁을 추진해 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개혁의 추진은 참교육의 기치를 내걸고 탄생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전교조가 아니고선 그 어느 누구도 추진하기 힘든 일이었다.
정부, 즉 교육부가 할 수 있는 일이었을까? 교육부 사람들은 본질적으로 행정 관료이다. 교사가 아닐뿐더러, 교육자라고 보기도 어렵다. 교육에 관련된 사무행정업무를 하고 있는 사람일 뿐이다. 이들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지금의 학교 제도가 자신들에게 이롭다. 교육부 - 교육청 - 교장 -교감 -부장교사- 일반교사를 타고 내려가는 행정라인의 꼭대기에 그들이 있다. 그들이 수십 만 교사보다 높은 지위에 있는 것 같은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교사들이 행정라인에 철저하게 편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이 행정라인에서 벗어나 수업과 교육에만 전념하겠다고? 교육부 관료들이 절대 먼저 나서 허용할 리 없다. 그들이 학교개혁에 나서는 것은 교육부 바깥에서의 압력이 있을 때뿐이다.
교육청에 대해선 말할 필요도 없다. 교육부나 교육청이나 그게 그것이다.
우리나라의 최대교육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서 학교개혁에 적극 나설 수 있을까? 교총은 지금의 학교제도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보았거나 이익을 얻으려는 교사들이 가장 많이 가입해있는 단체다. 그들에게는 사무행정업무 중심의 학교를 바꾸어야 할 이유가 없다. 학교가 사무행정 중심이 되면 될수록 학교에서 그들의 입지가 더 넓어지니까 말이다. 학교가 교육중심이 되면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의 입지가 초라해 질 수 있다. 특히 교장선출제는 그들에게는 너무나 치명적인 독일 수 있다.
그러니 교총은 결코 학교개혁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겐 기대할 것이 전혀 없다. 학교개혁을 방해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학부모는, 그들은 너무나 다양하고, 무엇보다 조직화가 되어 있지 않다.
결국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만이 나설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전교조는 학교개혁을 위해 나서지 않았다.
전교조, 학교 개혁을 버려두고 풍차와 싸우다
나는 합법화 이후 전개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투쟁을 생각하면 항상 ‘돈키호테’를 떠올리게 된다.
7차 교육과정 반대 투쟁, 중등교사자격증 소지자의 초등학교 교사임용 반대 투쟁, NEIS 반대 투쟁, 교원평가제 반대 투쟁 등 합법화 이후의 대부분의 투쟁에서 나는 돈키호테를 떠올렸다.
독자 여러분은 보잘 것 없는 내 글은 잠시 제쳐두고 세계적인 명작을 잠시 감상해 주시기 바란다.
주인과 종자는 이런 말을 주고받으며 길을 가다가 들판에 3,40개나 우뚝우뚝 서 있는 풍차를 발견하였다. 이것을 보자 돈키호테는 종자에게 말했다.
“행운의 신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좋은 방향으로 사건을 마련해주는구나. 산초여, 저것 좀 보아라. 그 증거로 서른이 훨씬 넘은 괘씸한 거인들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느냐. 나는 저 놈들과 싸워서 몰살을 시킨 뒤 그것에서 얻은 전리품으로 거부가 되어야겠다. 이 싸움은 정의의 싸움으로, 이런 사악한 씨를 이 지구상에서 뽑아 없애는 것은 신에 대한 커다란 봉사이기도 한 것이다.”
“거인이라뇨?”하고 산쵸 판자가 묻는다.
“바로 저기에 있는 게 그놈들이 아니고 뭐냐?”하고 주인은 대답했다. “저놈들 말이다. 놈들 중에는 2레구아나 되는 긴 팔을 가진 놈도 있지 않느냐?”
“잠간만 나리” 하고 산초 판자가 대답했다.
“저기 보이는 것은 거인이 아닙니다요. 풍차란 말입니다요. 팔이라고 하시는 것은 날개인데, 바람의 힘으로 돌아서 맷돌을 움직이죠.”
“옳지, 알겠다.”하고 돈키호테가 대답했다.
“너는 정말 이런 모험은 도통 모르는 구나. 저놈은 틀림없는 거인들이야. 만약 겁이 나거든 여기 멀리 떨어져서 내가 저놈들을 상대로 하는 치열하고 일찍이 보지 못한 싸움을 기도나 드리면서 구경하고 있거라.”
이렇게 말한 돈키호테는 산쵸 판자가 아무리 풍차라고 설명을 하여도 들은 척도 않고 자신의 애마에 박차를 가했다. 아무튼 그는 몸들이 거인이라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았으므로 종자 산쵸 판자의 말도 귀담아 듣지 않았을 뿐 아니라 가까이 가서도 상대가 무엇인지 똑똑히 알아볼 생각도 않고 오히려 소리 높이 외쳤다.
“비록 네 놈들이 저 거인 브리아레오(50개의 머리와 100개의 팔을 가졌다고 한다.)보다 많은 팔을 움직인다 할지라도 나하고 한판 겨루지 않으면 안 될 줄 알아라!”
이렇게 외치면서 사모하는 여인, 둘씨네아에게 이런 위기에 처한 나를 보호 하소서, 하고 마음속으로 빌었다. 그러면서 방패로 몸을 가리고 창을 옆구리에 끼고 로시난떼의 네 굽이 달릴 수 있는 최대의 속도로 돌격해 들어가서, 바로 정면에 있는 맨 처음의 풍차를 향해 창을 냅다 찔렀다.
그가 일격을 가하자, 세찬 바람을 받아 무서운 힘으로 돌아가는 날개를 찌른 창은 박살이 나고 동시에 사람과 말도 휩쓸려 하늘 높이 떠올랐다가 떨어지면서 들판을 데굴데굴 굴러갔다. ( 범우사 ‘돈키호테’ )
내가 전교조를 생각하면 돈키호테를 떠올리게 된 계기가 된 것은 전교조가 ‘7차 교육과정 반대 투쟁’에 조직의 모든 힘을 쏟아 부을 때였다.
나는 왜 ‘7차 교육과정 반대투쟁’을 보며 돈키호테를 떠올린 것인가?
이어지는 본문http://www.goodpol.net/discussion/progress.board/entry/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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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기정 선생(현 창동고 국어선생님, 서울대 국어교육학과 졸)이 쓴 '학교개조론(미래M&B 2007.9)'의 일부인 제7장의 글 일부분입니다.
전교조에 대한 저의 일방적이었던 생각들에 조금은 생각할 여지를 주는 글.....
여러분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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