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교과서 집필자유 정부가 훼손”…사용기한 2년 남기고 수정 “나쁜 전례”
[심의의원 사퇴 박찬승 교수 문제점 지적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의 이념적 좌편향을 바로잡겠다는 정부의 정책방향을 놓고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미묘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8월 국사편찬위원회가 해당 검정교과서 6종을 검토하기 위해 역사학자들을 중심으로 구성한 심의회 위원 10명 중 일부가 사퇴한 것이 그 징후다. 당사자인 한양대 박찬승 교수(사학과)는 자신이 검정승인한 교과서를 직접 재논의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가가 승인한 검정교과서를 새 정권이 이념적인 이유로 문제삼고, 수정의 방향까지 직접 제시하는 데 대해 학계가 ‘검정교과서 수정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문제를 지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역사·교육학계는 국정교과서의 획일성을 해소하려면 다양한 출판사의 집필자가 정부의 교육과정에 충실하게 집필하는 검정교과서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번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논란은 검정교과서의 수정권한이 해당 출판사 측에 있음에도 정부 부처 및 집권여당·뉴라이트 진영이 “수정하지 않을 경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직권으로 수정을 명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증폭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사편찬위원회가 다음달 10일 교과부에 제출하는 의견에 따라 내년 3월부터 수업에 쓰일 교과서 수정의 폭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국사편찬위원회는 1946년 창설된 우리나라 유일의 국립 사료편찬기관이자 한국사 연구기관이다. 2004년
권철현 한나라당 의원(현 주일대사)이 ‘친북 반미 교과서’라는 주장을 제기한
금성출판사 근·현대사 교과서에 대해 “친북·좌파적 기술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려 교과서 논란의 종지부를 찍은 바 있다. 다음은 박 교수와의 일문일답.
-근·현대사 교과서 재검토를 어떻게 보나.
“검인정 교과서 제도는 집필자에게 자율성을 주는 전제하에 다양한 교과서를 쓰자는 취지다. 문제가 있다면 고등학교 교사들이 선택하지 않으면 된다. 검정교과서와 국정교과서는 다르다.”
-왜 사퇴를 결심했나.
“검토대상인 교과서는 2003년 검정 당시 내가 심의위원으로 검정승인을 내줬다. 검정승인을 한 사람이 이제 와서 재검토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정부의 검정교과서 수정 요구에 대해 어떻게 보나.
“현 검인정제도에서 교과서를 수정하게 된다면 검정교과서와 관련해 좋지 않은 전례를 만드는 것이어서 학자의 입장에서 굉장히 우려스럽다. 검정해줬다면 교과서 저자가 자율적으로 수정하도록 해야지 타율적으로 수정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
<최민영·임지선기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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