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이명박 정부가 딱 7개월이 되는 날이다. 지금의 한국사회는 정치적, 사회경제적으로 급격히 퇴보하고 있다. 한국사회는 더 이상 ‘평화와 번영을 향해 도약하는 민주사회’ 대한민국이 아니다.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형성된 여대야소와 강보약진의 정치구도가 갖는 기형성은 말할 것도 없고 다시는 후퇴할 것 같지 않았던 언론 ․ 출판 ․ 집회 결사의 민주 기본권마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시청 앞 20만 불교도대회가 말해주듯 지역, 이념, 빈부에 이어 종교까지 정치 양극화의 질곡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사회경제적으로는 미국과의 잘못된 쇠고기 협상으로 추락하고 무너져 국민 앞에 두 번이나 고개 숙였던 굴욕을 씻어낼 자신이 생겼는지 이명박 정부는 마침내 올림픽 특수를 기반으로 공기업 선진화와 감세의 깃발을 높이 들었다. 10년 전의 외화위기에 버금가는 경제위기에 현 정부자신이 큰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 당당함도 문제지만, 스스로 추진하는 정책이 몰고 올 역기능을 생각하지 않는 만용이 더 큰 걱정이다. 기간산업에 대한 섣부른 민영화는 광우병 쇠고기사태 못지않은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고, 사상 최대의 감세정책 또한 고소득층과 재벌 대기업의 영향력을 극대화시킴은 물론 정부가 최종적으로 보유해야할 재정정책 수단마저도 포기하는 악수가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성격이 문제다.
크게 세 가지만 이야기하자. 경제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사회 공공성을 약화시키는 신자유주의 보수정권으로서의 성격이 첫째이고, 둘째는 언론 통제를 포함한 민주기본권을 약화시키고 절차적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신권위주의 독재정권으로의 모습이며, 마지막으로 대결적 남북관계와 미일동맹에 의존하는 신 냉전주의 사대주의정권으로서의 속성이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정작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세 가지 성격이 현상적 측면이 강하다는 점인데, 본질에 있어 신자유주의는 재벌 대기업에 의존하고, 신 권위주의는 보수언론에 의존하며 신 냉전주의는 미국에 의존하는 ‘국가자율성’의 약화 내지는 소멸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광화문에서 시청을 거쳐 남대문을 가득 메운 촛불시위 참가자들을 보면서 디지털 민주시대의 출현을 축복할 수는 있지만 기실 그들의 힘으로 한국사회의 정치적, 사회경제적 퇴보를 억제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새로운 정치적 메인스트림을 준비해야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반 호남 지역주의, 반 진보 보수주의, 반통일 분단주의에 기생하고 있는 수구정치세력과 자기진화에 실패하고 정치의제 설정에 무력해진 진보정치세력으로 양분되어 있는 한국정치에 활력을 불어넣을 새로운 힘이 필요하다. 그것이 현 시점에서 정당의 현태로 나타나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 정치적 헤게모니가 낡은 관행과 구조 속에서 지속적으로 갇혀있으면 글 결과 역시 낡은 것이 되지 않을까?
질서의 붕괴도 질서의 과잉도 카오스를 낳는다. 한국사회는 지금 과잉과 붕괴 두 상황이 중첩되어 가고 있다. 지금이 한국정치의 카오스다. 카오스를 딛고 전진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촛불시위에서 매일같이 불러대던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이다. 그동안 우리는 민주주의에 경도되어 공화주의는 소홀히 다루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볼 때가 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