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광장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아이디 · 비밀번호 찾기 | 회원가입
회원 게시판
'다단계'에 얽힌 몇가지 기억
원아이드잭 | 2008-09-16 18:18:40 | 조회 2506 인쇄하기
http://usimin.co.kr/27941     


트위터 페이스북

 

'좋은 알바 있는데..', '대학생 다단계' 노출 심각 이라는 기사를 봤다. 한동안 잠잠한 듯 보였던 다단계의 폐해가 여전히 우리 주변에 도사리고 있음을 실감했다. 문득 다단계에 얽힌 옛 기억들이 떠올랐다. 아마도 비슷한 경험을 가진 이들이 꽤 있지 않을까 싶다.

 

 

기억 하나, 첫사랑에 대한 환상을 앗아가다

 

대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대학교 입학을 앞두고 또래 동창들과의 어울림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되었던 나의 첫사랑 그녀에게서 1년만에 전화가 걸려왔다. 묘한 매력을 가진 활동적인 그녀는 인기가 많았고 나는 그녀를 좋아했었다. 몇 번의 만남이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사귀고 싶어했던 내 마음과는 달리 그녀는 소리소문도 없이 내 곁을 떠나갔었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그녀를 만나러 갔다. 반가워 할 사이도 없이 그녀는 다짜고짜 이렇게 말을 꺼냈다. "나 믿지?" 정확히 무슨 의미로 하는 얘기인지는 몰랐지만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일어섰다. 어디론가 나를 데리고 갔다. 꽤 많은 사람들이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상한 노래를 기계적으로 불러대고 있었고 언뜻 종교행사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나는 영문도 모른 채 그 무리에 섞여 앉아 그들이 교육이라고 주장하는 이벤트를 끝까지 지켜보게 되었다.

 

 

그녀는 자기가 하는 일이 굉장히 좋은 일이고 내가 참여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단 참여하려면 얼마간의 돈을 먼저 내야 한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그 당시에는 그것이 다단계업체인 줄도 몰랐지만 무언가 잘못된 일에 그녀가 빠져있음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그녀가 나에게 연락한 이유가 단지 업무적(?)인 이유 때문이라는 사실에 섭섭하고 화가 났다.

 

그렇게 그녀와의 재회는 기분나쁘게 끝났다. 그녀의 매력과 활동성이 그런 용도로 쓰여지는 게 서글펐다. 나 외에도 함께 어울렸던 친구들 모두에게 그녀는 연락을 취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좀 더 적극적으로 그녀를 설득해서 그만두게 하지 못했는지 아쉬울 뿐이다.

 

 

기억 둘,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다단계의 유혹

 

첫사랑과의 불쾌한 기억을 잊어갈 무렵, 다단계와 얽힌 일들이 내 주변 여기저기서 다시 일어났다. 대학교 때 친했던 선배의 광적인 참여 권유, 작은 형의 베스트 프렌드가 다단계 때문에 빚쟁이가 되고 가족들로부터 버림받은 이야기, 골프 티칭프로에 체육교사였던 대학원 친구와의 암웨이 참여에 대한 논쟁에 이르기까지 다단계의 그림자는 광범위하게 드리워져 있었다.

 

 

다단계에 자의든 타의든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처음에는 힘들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보통의 월급쟁이와는 비교도 안될 엄청난 수입을 얻게 된다는 환상이 첫번째고, 지인들이나 가족들에게 결코 해를 끼치지 않을 뿐더러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알게 해 주고 참여시켜야 하는 좋은 사업이라고 철썩같이 믿는다는 게 두번째다.

 

 

이 말도 안되는 믿음을 가능케 하기 위해 교육이나 설명회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다단계업체의 세뇌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교묘한 인센티브 로직과 이미 성공의 반열에 올라있는 상위그룹의 놀라운 수입과 환상적인 생활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에 어느 정도 노출되다 보면 흔들리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더 결정적인 것은 이미 조직에 참여한 중심인물들의 화려한 언변과 카리스마, 살가움 등이 인간적인 매력으로 작용하면서 감정적인 묻지마 신뢰감을 조성한다는 사실이다.

 

 

옛 상사 한분은 암웨이 총회같은 곳에 다녀온 경험을 떠올리며 이런 얘기를 해주었다. 그들이 펼치는 논리를 떠나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암웨이식 계급(다이아몬드, 에머랄드 등)에 따라 딱 그만큼의 카리스마를 기계적으로 발휘한다는 사실이었다고 한다. 개개인의 인성이 보이지 않고 인센티브 계급에 따라 계획적으로 생산해 낸 설득의 달인들만이 보였다는 얘기다. 섬찟하지 않은가. 

 

 

사람간의 정과 신뢰는 팔 대상이 아니다

 

혹자는 다단계와 네트웍마케팅의 차이를 논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사람간의 정과 신뢰를 노골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위험한 건 매한가지다. 가장 성공한 다단계판매업체 암웨이는 유형적인 인센티브 로직으로 무장한 자본주의의 총아같은 기업이다. 그들은 환경친화적인 생산을 이야기하고 조직원들의 공헌에 따라 공정한 배분을 외치지만 결국은 사람들의 정과 신뢰를 '자본화' 시키는데 앞장서는 첨병일 뿐이다.

 

 

그들이 개발한 다단계마케팅 논리는 수많은 돌연변이를 만들어 냈고 사람들을 속이는데 활용됐다. 게다가 공정한 로직이란 따지고 보면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이 만들어 낸 특별한 소수의 성공이라는 환상은 불공정 로직이 아니고서는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위그룹이 만들어 낸 수입을 어떤 비율로든 그 그룹을 조직했다는 이유만으로 상위 그룹이 더 가져가는 로직이 존재하는 한 최하위 그룹의 끊임없는 희생을 계속 만들지 않고는 유지될 수 없다. 말 그대로 희생자가 또 다른 희생자를 먹이로 삼아야 하는 악순환을 구조적으로 야기하는 악마같은 로직인 것이다.

 

 

이 구조에서 이탈하는 순간, 유형적인 인센티브로 무장한 조직안에서의 관계는 파멸에 이른다. 누가 희생자였음을 깨닫기 때문이고 그 수렁으로 자신을 끌어들인 지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가워질 수밖에 없다. 자신이 가장 신뢰하고 좋아했던 사람이 그의 수입을 위해 자신을 하위그룹으로 끌어들이고 더 많은 이들을 끌어들이도록 독려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면 경제적인 불이익을 떠나 인간관계 자체에 회의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상품도 없이 가입금만으로 사기를 치는 다단계만이 문제가 아니라고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간의 정과 신뢰는 단기간에 만들어질 수도 없을 뿐더러 한번 잃으면 되돌이킬 수 없다. 이 소중한 관계의 의미를 돈을 버는데 활용하라고 노골적으로 유혹하는 다단계마케팅이 더이상 우리 곁에 얼쩡거리지 못하도록 모두가 노력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다단계, 마케팅
덧글쓰기 | 전체글 3건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청계  

좋은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이 읽어보면 유익한 자료같아서 제 홈피 계시판으로 퍼 갑니다. 감사 합니다.
08-09-17

광주싸나이  

글을 올리신님의 직업이 궁금하군요
사람과 사람간의 신뢰를 파는것 그자체가 우리사회입니다.
각자의 분별력이 문제겠지만 네트웍유통의 순기능까지 모두 무시하는 판단은
그야말로 무지에서 비롯된 편협한 관점에서 기인한듯 합니다.
시민광장의 메인글로는 수준이 떨어지는듯 합니다.
자본주의 자체가 문제는 있을 수 있지만 우리는 늘 보완해오며 발전시켜왔습니다.
엉뚱한 문제풀이 방식은 모든사람들에게 혼란만 가져올 것 입니다.
비판하기 전에 공부좀 합시다...
08-09-17

johnjyyi  

글쎄요. 사람과 사람사의 신뢰가 우리사회의 기본이라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그걸 팔고 사고 또 화폐적 가치로 환산이 되어야만 하는지는 의문이 들구요... 물론 그런 관계고 있겠지만, 그건 단순히 인간관계라고 지칭하기보다는 비즈니스 관계가 아닐까요? 전 해외의 업체와 거래하는 실무담당일을 보고 있는데요, 사실 회사 대 회사의 거래 당사자간의 실상은 인간적 신뢰라는 것은 없다고 보는게 맞습니다. 그렇기에 신뢰라는 무형가치를 담보할 수 있는 유형의 장치-계약서라는지, 그간의 이멜이라든 여러 종류의 공문서나 데이타를 모으고 또 모으는 것이겠죠. 물론 표면적으로 전화통화를 할 때나 간혹 미팅 등으로 직접대면해서는 주는 서로간의 인상은 상대방에 대해 신뢰를 주고 또 받고자하지만, 솔직히 저는 거래 상대방에 대한 신뢰는 크게 염두에 두지 않는 편입니다. 참고로 전 중소기업에 일하지만, 거래처는 글로벌 대기업체들입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신뢰를 담보하는 서류나 증빙이 없는 한 아무도 믿지 않습니다. 전 이게 자본주의의 기본이라고 생각하구요... 또 제가보기에 제 거래 파트너들도 저를 그다지 믿는 것 같진 않습니다. 단 제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제품의 질과 가치 등등 결과로 평가를 하지요.
글쓰신분이 의미하는 바는 제가 언급한 차원이 아닌 인간과 인간, 예를 들어 남녀간, 친구간, 가족간 또는 지인간 경제적 이해관계가 필수적이지 않은 관계에 있어서 그러한 상업적 가치가 관여하게되고 또 그것이 절대적인 파워를 행사하게 되는 현상에 대한 섭섭함 또는 아쉬움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08-09-17

시민광장 일정표 시민광장
27415 [9월17일] 성남시민광장 9월정기모임 후기   5 새벽21 08-09-18 6 0 700
27414 명박이가 5000명에게 보낸 추석 선물 내용   5 황태가 러시아산 08-09-17 1 0 837
27413 추석달 사진입니다. 소원 비세요   1 추석달 08-09-17 1 0 549
27412 촛불테러 진상규명 촉구 및 부상자 쾌유 기원 촛불집회 촛불집회 08-09-17 2 0 548
27411 "어미야, 오늘 월급날인데 필요한 거 있니? (며느리의 두대.. 두대 전화기 08-09-17 3 0 611
27410 MB 사위 관련 기업 2곳 압수수색(셋째 사위 40억 투자 회사.. 냉정하게 08-09-17 0 0 534
27409 “생각하게 만드네” 유시민 경북대강의 동영상 ‘인기’   5 냉정하게 08-09-17 10 0 1510
27408 노무현 전 대통령 정치활동 재개하나 & [공지] 9월18일 낮 1..   2 냉정하게 08-09-17 3 0 927
27407 커피는 노짱님이 먼저 직접 타드셨다.   12 당희(당원희망) 08-09-17 12 0 1114
27406 가장우울한,최악의 시민광장 단합과전진대회   3 고몽 08-09-17 0 10 1141
27405 80년대 중반 월간조선이 유시민 님의 항소이유서의 어떤 부분..   4 유win 08-09-17 3 0 916
27404 한나라당 보다 못한 노사모 상임위 ㅡㅡ;   7 가인블루 08-09-17 2 9 812
27403 추석 잘보내냐고 조선일보에 전화 한번 합시다.=수,목 요일은.. 대구서플 08-09-16 1 1 579
27402 상임대표, 군의회 의장이 사무실에서 숙식한다는 것은 말도.. 냉정하게 08-09-16 1 0 575
'다단계'에 얽힌 몇가지 기억   3 원아이드잭 08-09-16 7 0 2507
27400 [도서추천목록] 막상 서점에 가시면 책 고르기 힘 드시죠?   6 우물지기 08-09-16 8 0 976
27399 일등 부천! 모범부천!! 기초광장1호 부천 광장 !!!   16 초록뱀 08-09-16 11 2 919
27398 제 2의 가쯔라-태프트 밀약을 경계한다!   1 논가외딴우물 08-09-16 2 0 631
27397 국민 53%, ˝MB 못한다˝ & MB 대화 여대생 “백골단 빼라....   1 냉정하게 08-09-16 2 0 748
27396 항상 나를 설레게 하는 또다른 이 한 장의 사진   5 진심고백 08-09-16 3 0 832
27395 KBS수신료 거부운동에 동참 하는 방법.   5 복사골새우대 08-09-16 8 0 911
27394 달에 토끼가 살아?   1 논가외딴우물 08-09-16 3 0 716
27393 2008 시민광장 단합과 전진대회 - 사전등록자 입금확인   15 SoWhat 08-09-16 3 0 1244
27392 안녕하세요   13 지하여장군 08-09-15 9 0 731
27391 가을.그 이미지와 시민광장 심볼 칼러   5 원미산 08-09-15 6 0 706
27390 Without You - Harry Nilsson   2 올드팬 08-09-15 1 0 1230
27389 Neil Young - Heart of Gold   8 올드팬 08-09-15 1 0 955
27388 Don't forget to remember by Bee Gees 올드팬 08-09-15 2 0 625
27387 날마다 달을 보며 기도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1 아랑아빠 08-09-14 5 0 499
27386 유시민의 <생활과 경제>, 사이버 강의실이 오픈되었습니다.   20 새벽편지 08-09-13 18 0 2114
27385 즐겁고 행복한 한가위 맞이하셔요   7 섬나라댁 08-09-13 4 0 596
27384 [부산광장] 2008년 9차 운영위원회의 보고   1 섬나라댁 08-09-13 3 0 591
27383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 & 유시민 냉정하게 08-09-13 2 0 1135
27382 "유리천장 덫에 걸린 MB", 탈출 할 수 있을까? 냉정하게 08-09-13 2 0 562
27381 2008 시민광장 단합과 전진대회 - 서울/경기/인천 단체출발..   30 B군 08-09-13 6 0 1635
27380 추석 가족들과대화 "조중동 의실체를 알리자."그리고 한겨레.. 대구서플 08-09-13 1 0 535
27379 오늘의 신문만평 (2008.9.13) 신문만평 08-09-13 0 0 542
27378 지금상황에 딱맞는 얘기라 퍼왔습니다 지금상황 08-09-13 4 0 565
27377 [명박퇴진] 목격자를 찾습니다...[펌]   2 목격자를 찾습니다 08-09-13 1 0 1336
27376 좋은 선택.   2 허벅지 08-09-13 8 0 718
27375 등처먹고 도망친분아 잘봐라!!!!!!   4 니미랄 08-09-13 0 3 904
27374 광우병 협상이 취소됐으면 경제적 타격이 컸나요?   1 겸손이 08-09-13 0 0 642
27373 우물정이 참 사랑하는 책! [9월이여, 오라] 우물정 08-09-13 1 0 672
27372 20년전의 열정 ^^   11 천국문지기 08-09-12 0 0 3460
27371 방송인 김미화, "임종인 따라다니면서 북유럽 복지 배우고 싶..   1 자보에 08-09-12 0 0 734
27370 노짱님 첨맘님 즐거운 한가위 되십시요.   1 당희(당원희망) 08-09-12 5 0 581
27369 부평갑 문병호위원장,인천시당 정책위의장에 임명 마네끼네꼬 08-09-12 1 7 509
27368 추석에   4 원미산 08-09-12 4 0 588
27367 노래방 마지막 - 감자백작님께 바침   5 천국문지기 08-09-12 2 0 722
27366 풍요로운 추석 되십시오! - 同道相應   8 제로나인 08-09-12 9 0 695
27365 필받은 김에 노래방 하나 추가!   8 천국문지기 08-09-12 3 0 766
27364 국민이 부패한 나라는 되살아날 길이 없다   3 광장군 08-09-12 5 0 707
27363 노래방 분위기 이어가죠.   8 천국문지기 08-09-12 3 0 1138
27362 920때 폐인님 오실거예요???   13 폐인님뜨건팬 08-09-12 3 0 815
27361 과연 안재환은 자살했을까?   1 뉴스보기 08-09-12 0 0 653
27360 호텔 캘리포니아   6 올드팬 08-09-12 2 0 1030
821822823824825826827828829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