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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라 이른바 자칭 진보적 지식인 색기들아.
소설가유재현 | 2007-02-02 21:17:04 | 조회 738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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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설] 황석영, 껍데기 진보에게 하이킥

사회주의자 감투 쓰면 신자유주의자로
진보적인 지식인은 다들 어디서 뭐하고
가장 비겁한 지식인인 소설가가
총대 메고 나섰겠냐. 젠장… 
 
» 껍데기 진보에게 하이킥! 
 
  
 연전 미국 중서부의 작은 도시에 얼마간 머물 때 소설가 황석영이 작품낭독을 위한 짧은 일정으로 같은 도시를 방문했다. 나 또한 소설가라는 라벨을 매달고 머무르던 처지였기 때문에 인도 출신인 한 시인에게서 그가 누구인지와 그의 낭독회에 참가할 가치를 묻는 질문을 받아야 했다. 나는 짧게 대답했다. ‘그는 오늘의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최고의 소설가임. 한국문학에 관심이 있다면 참석할 가치가 있을 것임.’

나는 황석영의 낭독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믿기에 소설이란 장르는 읽으라고 글로 쓰는 것이지 이빨로 까라고 마련되지 않았다. 때문에 (구어와 밀접한 시와 달리)소설낭독회란 말하자면 쁘띠부르주아들의 그로테스크한 가면무도회와 같은 것이다. 나는 또 내 조언을 구했던 인도 시인과 달리 원한다면 황석영의 모든 작품을 원어 그대로 막힘없이 줄줄 읽을 수 있는 한국인이었으니까 내가 그런 기괴한 한영 짬뽕의 ‘구라풀기’에 동참할 이유란 애당초 찾을 수 없었다. 노벨문학상 시즌을 앞둔 때이기도 했다.

 

오늘의 한국문학을 대표한다는 소설가 황석영이 의미심장한 정치적 발언을 내놓았다. 그를 인터뷰한 신문사가 농간을 부리지 않았다면 ‘총대를 멜 각오’까지 밝힌 이번 발언은 내가 아는 한 소설가 황석영이 가장 적극적으로 현실정치에 개입한 발언이다. 아시다시피 황석영은 그와 함께 문단의 좌우를 대표하는 이문열과 비교한다면 소설가로서의 직분에 훨씬 충실했다. 그런 그가 최근의 정계개편은 물론 민족주의(!)와 북한의 인권(!)에까지 발언의 영역을 확장하고 또 총대까지 메겠다고 했다. 그의 현실인식이 오늘의 이념적 혼란에 대한 우려에서 출발하고 있고 또 그가 밝혔던 활동의 스케일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있을 황석영의 ‘총대메기’가 이문열의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 해프닝과 같은 치졸한 닭플레이에 머무르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나는 정치적으로 황석영의 의견에 동조할 생각은 없다. 아마도 서너달 전 ‘한국지식사회 담론지형을 흔들다’는 선정적인 제목 아래 이문열과 함께 짜집기된 중앙일보의 기획인터뷰에서 처음 등장했을 그 모호하기 짝이 없는 ‘합리적 보수(?)’란 언젠가부터 남한의 진보담론에 배어든 서유럽 취향에 뿌리를 두고 있을 뿐이다. 서유럽 각국의 스펙트럼 차이는 그만 두고라도 이른바 서구식의 양당체제(?)가 그나마 지난하고 오랜 이념투쟁의 소산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당장 코앞에 아사리판으로 벌려진 악취풍기는 정계개편의 현실적 대안이 될 수가 없으며 또 가능하지도 않다. 그러나 황석영의 발언은 여전히 시대적으로 중요하다. 그건 내용 때문이 아니다. 정말이지 이건 우선은 중요하지 않다.

 

이념적 혼란에 대해서 말해보자. 마르크스·레닌주의와 주체사상을 신봉하던 자들이 권력에 뛰어들더니 일언반구 없이 신자유주의적 실천의 주역이 되는 패러독스. 사회주의자로서 손색이 없던 교수가 벼슬을 얻더니 신자유주의적 반동의 길을 걷는 후안무치. 한껏 폼을 재고 구라를 풀지만 ‘주의’를 물으면 그냥 좌파라며 벡터적 기호에 숨어버리는 기회주의. 오랫동안 이런 꼴을 겪다보면 나처럼 단순하고 평범한 대중은 혼란이 아니라 정신분열에 시달리지 않는 것만도 다행으로 여기게 된다. 그런데 이 혼란의 본질이 과연 이념인가. 불행하게도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건 슬프게도 이념 이전에 탐욕과 이율배반, 기회주의 따위에 유린당하는 지식인의 양심과 도덕의 문제이다. 그 한편에서 이념은 타락한 지식인의 양심과 도덕에 줄곧 강간당해 왔을 뿐이다.

 

이 몰상식의 ‘식별가능’하지 않은 시대를 벗어나기 위해서 무엇이 중요한가? 제대로 된 이념의 시대를 찾기 위해 부단히 싸워야 하겠지만 그와 함께 이 빌어먹을 시대가 양심과 도덕을 찾아야 한다. 나는 이 이점에서 황석영이 그들에게 지식인의 본때를 보여주기를 열렬히 희망한다. 그건 황석영이 소설가이기 때문이다. 대저 소설가란 어느 시대이건 양심과 도덕의 실천에 있어서는 평균 이하, 저 아래 말석의 지식인이다.

말하자면 소설가란 고동의 껍질 속에 사는 집게와 같아서 항용 폼을 재다가도 자신이 불리해지거나 손해 볼 때가 되면 슬슬 눈치를 보다 소설가는 소설을 써야 한다며 껍질 속으로 기어들어가 숨어버리는 비루한 속성을 운명적으로 지닌 지식인이다.

그래서 소설을 쓰는 일을 벗어나면 고작해야 구라를 풀거나 술잔을 기울이며 빠구리를 고민하는, 그래서 여느 정치적, 인문적 ‘돌’이보다 원천적으로 훨씬 비겁하고 개차반일 수밖에 없는 지식인이기 때문이다. 직업적 정치인(지식인의 범주에 끼울 수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을 제외하고 지식인으로서 소설가의 이런 운명적 천박함과 경쟁할 수 있는 업종이란 고작해야 대학교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 유재현/소설가
 
 
 
황석영이 어떤 정치적 입장을 내세우거나 내게는 당장의 관심사가 아니다. 황석영의 ‘총대메기’는 오늘 우리 사회의 진보적 지식인들의 고막을 찌르는 경종이다.

 

들어라 이른바 자칭 진보적 지식인 색기들아. 오죽하면 가장 비겁한 지식인인 소설가가 총대를 메겠다고 나섰겠나. 나는 내가 안주할 수 있는 금으로 만든 고동의 집도 부수어버릴 것이다. 믿건대 황석영은 그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밤중이다. 창밖으로는 황사에 떡이 된 눈이 그나마 푸짐하지도 못하고 희끗 쌓여 있다. 모니터를 본다. 내 얼굴이 비쳐진다. 그 옆으로 괄호가 열린다. 소설가. 괄호가 닫힌다. 젠장…. 꼴이 퍽이나 슬프지 않은가.

 


유재현/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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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기?  

[황석영과 손학규]

황석영씨 ‘탕평채 리더십’과 교감

지난 1월 22일 파리에서 일시 귀국한 작가 황석영씨가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밝힌 견해도 의미심장하다. 그는 “제3의 정치세력 형성을 위해 총대 멜 생각 있다”며 기염을 통했다. 진보적 지식인 사회에 그가 가진 영향력을 염두에 둔다면 ‘제3의 정치세력’은 향후 정치권의 새로운 실체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황씨는 이 인터뷰에서 “정계개편은 어떻게 돼야 한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각 정당의 다양한 스펙트럼에 대해 언급한 뒤 “과거 잔재 속에서 임시변통, 가건물 식으로 생긴 현재의 대선 판도는 깨지게 마련이다. 이 판이 깨지기 전에 전국의 시민세력들, 양심적인 사람들, 온건한 사람들이 제3의 세력을 형성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기존 정치권에서는 (정계개편의) 중추적 역량이 나오리라고 믿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기꺼이 정계개편 작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얼룩을 뒤집어쓸 사람도 있을 것이며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2007년 대선을 바라보는 황씨의 견해다.

공교롭게도 손 전 지사와 황씨는 경향신문 인터뷰 다음날 만나 술잔을 기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의 발언이 손 전 지사의 행보와 관련해 관심을 끄는 대목은 두 사람의 오랜 친분 때문만은 아니다. 황씨의 이념적 자기갱신과 손 전 지사의 정치노선이 매우 흡사한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보수와 진보가 경쟁하면서 동행해야 한다”는 손 전 지사의 ‘뉴스메이커’ 인터뷰 발언과 황씨의 ‘탕평채 리더십’론은 ‘동어의 반복’이라 할 만하다. 황씨는 ‘탕평채 리더십’을 이렇게 설명했다. “좌우 각자의 역할과 기능이 있다. 서로 견제하고 밀어주면 된다. 청포묵 무침에 검은 김, 빨간 고추, 노란 알지단 등 5색 탕평채가 그것이다. 탕평채를 만들듯이 이 사회의 여러 극단을 화합시키고 상생시켜 역할의 기능화·전문화를 꾀해야 한다.”

손 전 지사가 ‘탕평채 리더십’의 중심이 될 것인지는 그 자신의 동력보다 정치 상황의 변화 여부에 달려 있다. 물론 그 전제는 손 전 지사가 지금의 답보상태를 깨고 집권을 향해 적극적인 액션을 취할 수 있느냐다.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는 손학규의 길은 세 가지다. 첫째 2007년을 포기하고 차차기를 노리는 길, 둘째 한나라당 경선구도의 급변을 통해 후보로 선출되는 길, 셋째 한나라당을 박차고 나와 새로운 중도개혁세력의 중심이 되는 길 등이다. 세 가지 길 중엔 여권이 추진하는 통합신당에의 합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손 전 지사는 그러나 심각한 딜레마에 처해 있다. 현 상황에서는 지지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없고, 그렇다고 한나라당과 결별하는 정치적 자살행위를 선택할 수도 없다. 자신의 동력이 있다 해도 지금은 쓸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열린우리당의 한 통합신당파 의원은 “그래서 손 전 지사는 빅뱅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빅뱅의 흐름은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측근인 김무성 의원은 최근 “한나라당 간판으로 호남 정치세력 포용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당의 이름을 바꾸고 체질을 바꾸는 대규모 수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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