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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기자가 본 '부시 방한 반대' 촛불시위
썬데이코리아/펌 | 2008-08-06 12:02:10 | 조회 17047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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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기자가 본 '부시 방한 반대' 촛불시위

- 내가 본 세상 2008/08/06 04:57

 

 

예전과 달랐다. 시위대의 조롱을 지켜보기만 하던 그 모습이 아니었다. 경찰은 방패와 군홧발 소리를 내세워 기세를 몰았다. 촛불은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을 한다면 촛불을 들 시간이 없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아주머니들도 찾아볼 수 없었다. 촛불문화제는 더 이상 ‘놀이’가 아니었다.

 

“국민은 무섭지 않고 부시는 무섭냐”

 

오후 8시 3분, 청계사거리 종로구청 앞.


“기자들 빼고 검거해! 사진 채증해!”

 

전경들은 살수차를 앞세워 압박했다. 방송카메라‧사진기자들은 경찰의 살수를 염려했는지 대부분이 비닐을 씌워 장비를 보호하고 있었다.

 

한 전경이 뛰어들었다. 하늘 높게 선 깃발을 빼앗기 위해. 시위대가 달려들었고, 전경 역시 달려들었다. 깃발은 전경 차지가 됐다. 시위대의 자존심을 짓밟기 위함이었을까. 법을 수호한다는 경찰은 죄없는 깃발에 탐욕을 부렸다. 전경 무리에서 “잘 했어”란 격려소리가 들렸다. 항의하는 시위대를 두고 전경은 계속 사진을 찍었다. 불법시위에 참여한 불법참가자를 고소하기 위함이다.

 

불과 10여분도 지나지 않아 살수차에서 물이 뿜어져 나왔다. 물러나는 시위대를 뒤로 하고 광우병기독교대책위 문대골 목사가 물줄기를 막아섰다.

 

“시민이 가고자 하는 길인데 왜 길을 막고 그래. 이게 어떻게 민주주의 나라야. 뭐가 무서워서 길을 막어. 국민 무서운 줄은 모르고 미국 부시가 무서워서 길을 막는 거야? 왜 이렇게 공권력을 남용해.”

 

그런 문 목사를 두고 경찰은 또 다시 경고했다.

 

“잠시 후 색소를 이용한 살수를 발포할 예정이오니 기자나 노약자분들은 대피해주시기 바랍니다.”

 

8시 21분, 경찰은 2차 살수를 감행했다. 주황색 색소를 담은 물줄기가 문 목사를 강타했다. 물대포의 충격으로 문 목사는 실신했다. 이어 들꽃향린교회의 김경호 목사를 비롯한 5명의 목사들이 연행됐다. 문 목사를 보호하기 위해 둘러싼 지인과 시위대를 두고 경찰이 “해산하십쇼”라 말하자 시위대는 “너는 네 아비도 없냐”고 응수했다. 문 목사는 8시 44분에 도착한 구급차로 실려 나갔다.

 

청계광장의 한 건물 대형광고에서는 국가정보원 광고가 유유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대한민국 공든 안보 더욱 탄탄하게 111 국가정보원”

 

촛불문화제는 더 이상 ‘놀이’가 아니었다

 

오후 8시 51분, 청계광장 신한은행 앞.

 

10명 남짓의 사람들이 연행되고 있었다. 그 중 지인도 있었다. 같이 인턴기자 면접을 봤던 81년생 형이었다. “나 알지요?”라 물은 그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신분으로 도로에서 사진 찍고 있었는데 경찰이 끌고 간다. 구타도 당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7명의 시민을 더 잡아두고 있었다. 그들은 57분에 중랑경찰서로 연행됐다.

 

상황은 급박했다. 경찰은 시민을 압박했다. 그러나 영풍문고 안 세상은 너무도 달랐다. 불과 문 하나를 사이에 뒀을 뿐인데. 흡사 다른 세계에 와 있는 듯 평안한 분위기였다. 문을 열고 나오자 다시 함성이 들렸다. 전경들의 방패소리와 함께.

 

그들의 함성소리는 흡사 무엇인가를 부르는 울부짖음 같았다. 땀이 났고 혼란스러웠다. 사람들의 감정은 격해졌다. ‘이명박 OUT’이란 표지를 들고 있는 사람이 종종 눈에 보였지만 애초 거리로 나왔던 문제의식은 희미해진 것 같았다. 사람들에게는 당장 저 눈 앞의 ‘검은 적(敵)’이 중요한 듯 했다. 경찰은 계속 사진을 찍었다. 마스크를 쓰고 나온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촛불문화제는 더 이상 ‘놀이’가 아니었다.

 

예전과 달리 경찰은 적극적이었다. 시위 시작 불과 두 시간 남짓, 살수차를 동원한 경찰은 사람들을 연행해갔다. 그럴수록 함성소리는 거칠어졌다.

 

9시 10분, 종로1가 의금부길을 장악한 경찰이 밀고 나왔다. “여러분들은 불법집회를 하고 있습니다”는 경고 방송이 나오기가 무섭게 ‘몰이’가 시작됐다. 뛰쳐나오는 경찰에 당황한 사람들은 도로를 빠져나와 지하철역으로 몸을 피했다. 거리의 주인은 그렇게 쫓겨났다.

 

그러던 중 한 경찰 무리가 그때까지 거리에 있던 민주노동당에 달려들었다. 강기갑 당대표도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민노당 깃발을 지키려던 차영민 민노당 서울시당 사무처장 등 민노당 당직자들이 연행됐다. 이에 강기갑 의원은 “국민의 함성을 제대로 안내하고 전달해야할 사람이 이래서는 국민들의 분노를 살 것”이라며 “경찰이 다시 독재시대로 돌아가려 한다”고 규탄했다.

 

“서울시를 피바다로 만들려 하느냐”

 

9시 33분, 종각 사거리에 있던 살수차는 종로2가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시위대가 있는 곳이었다. 살수차를 중앙에 두고 양 옆으로 대오를 갖춘 전경 수 백 명은 함성을 지르며 서서히 시위대를 조았다. 시민들은 ‘아고라’ ‘안티이명박카페’ ‘진보신당’ 등의 깃발을 뒤로 하고 ‘인간장벽’을 만들었다. 이 선만은 내주지 않겠다는 다짐이었으리라. 시민들은 노래를 불렀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님을 위한 행진곡’이었다.

 

안국역 방향으로 가던 살수차를 방향을 틀어 다시 시위대를 향했다. 경찰과 시위대는 불과 40여 미터를 앞에 두고 서로를 지켜보고 있었다. 살수차가 전진하자 인간장벽을 뒤로 물러났다. 경찰은 앞으로 갈수록, 시위대는 뒤로 움직였다.

 

사람들은 촛불을 들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경찰의 무차별적 진압에 뒷걸을 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노래를 부르고 있었지만 시민들은 예전과 사뭇 달랐다. 그들은 위축돼 보였다.

 

시민들을 또다시 몰기 시작한 경찰은 종로2가 사거리 중 종로3가 방향 도로를 제외한 나머지 세 곳을 제압했다. 그들은 “천천히! 천천히!”라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9시 55분, “물을 발사하겠습니다”란 경고가 쩌렁하게 울렸다. 한 경찰 간부는 무전기에 대고 “스크럽 가운데 마스크 한 놈 보이죠?”라 물었다. 물대포의 표적을 지시하는 듯 했다.

 

“물대포를 발사할 예정이니 기자들은 피하십시오”란 방송이 나왔다. 그랬다. 시위 내내 혼란스러웠다. 가장 모순되게 느껴졌다. 경찰 근처에 있는 게 안전하다는 느낌은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기자들이 경찰과 함께 있어 안전하다는 건 경찰이 얼마나 무자비하게 시위대를 다뤘는지를 방증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기자증을 목에 걸고 있었을 뿐인데.

 

빨간 색소를 탄 물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오후 10시, 살수를 하겠다는 재차 경고 이후였다. 시위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폭죽을 터뜨렸다. 빨간 물줄기가 하늘을 수놓고 그 위를 작은 섬광이 장식하는 풍경이란. 살수차는 물을 내뿜으며 앞으로 이동했다. 경찰은 시위대를 종로3가 쪽으로 몰아냈다. 도로는 또다시 경찰의 것이 됐다.

 

시위대를 모는 과정에서 마찰이 일었다. 화장품 전문점 ‘스킨푸드’로 도망친 시민 4~5명을 잡으려고 7명의 경찰이 들어간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다. 가게는 엉망이 됐다. 정형성(49) 사장은 “카운터에 몸을 숨긴 사람들에게까지 연행하려 한 것이 민주경찰입니까. 경찰에 손해배상과 공식적인 사과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거리에선 생선 비린내가 났다. 도로에 고인 물은 ‘핏빛’이었다. 살수차가 뿌린 색소 탄 물 때문이었지만 사람들은 하나같이 ‘피’를 떠올렸다. 지나가던 한 시민은 “이 새끼들이 서울시를 피바다로 만들려고 하네”라며 분노했다. 시위를 지켜보던 기쁨(22)씨는 “무장하지도 않은 시위대에게 꼭 저렇게 해야 하는지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시위에 참여한 박소연(27)씨는 “검거하기 위해 색소 탄 물을 뿌리는 모습을 보며 이명박 정부가 갈 때까지 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필이면 왜 붉은 색이었을까. 한 시민은 “연행과정에서 경찰에게 맞아 피가 나도 티가 잘 나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 분석했다.

 

10시 33분, 전경은 함성을 지르고 군화소리를 내며 종로3가역까지 돌진했다. 무차별적으로 시민들을 연행했다. 연행기준은 즉석에서 만들어졌다. 잘 뛰지 못하는 사람. 경찰은 국민체육에까지 신경을 쓰고 있었지만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솔직히 무서웠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안쓰러웠다. 군 복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간 그곳에서, 상부 명령에 따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여야 하는 그들이. 그리고 고도의 ‘물타기’ 같았다. 중간 보스를 내세워 자신을 감추는 어느 만화의 인물 설정처럼, 시위과정에서 적(敵)으로 여겨지는 동생과 친구들은 지탄받아야 할 대상을 가리는 역할을 하는 듯 했다.

 

법을 초월한 공권력 남용에도 떳떳한 경찰

 

시위대는 충무로나 명동으로 이미 오래전에 분산됐고, 경찰은 원활한 교통을 위한다며 나머지 시위대가 도로로 나오는 것을 막았다. “독재타도! 평화시위!”란 구호가 잦아들 때쯤 도로 위로 차가 다니기 시작했다. 오후 11시 30분, 경찰은 다시 한 번 도로로 돌진했다. 도로 위에 남아 있는 시위대를 연행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미 차가 다니기 시작한 도로에서 무리한 연행 작전은 더 큰 혼잡을 일으켰다. “그냥 구경만 했어요. 집에 갈래요”라 말하는 한 시민을 끌고 가던 중, 경찰간부가 대원에게 물었다. “미란다 원칙 확인했냐?” 그제야 경찰은 미란다 원칙을 말해주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습니다.”

 

‘불법’을 넘어 ‘초법’적 연행을 함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떳떳했다. 경찰차에 타 있던 한 간부는 “기자들이 취재하는 거 방해하는 거 방해할 것 없다. 우리가 불법 행위하냐”고 말했다.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고 긴급체포한 행위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렇게 도로는 뚫렸다. 130여명을 연행한 경찰은 종로3가에서의 마지막 희생물을 챙겼다.

 

 


Posted by 변태섭의 「썬데이 꼬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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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부시, 이명박, 촛불시위,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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