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뉴스 보니까, 드디어 천정배 의원도 탈당을 선언했다고 하는데, 이계안이 탈당해서 한나라당 입당 원하는 의원 몇 명 있다는 소리하는 거 하고는 그래도 느낌이 다르네요.
열린우리당이 위기에 처하니까 저마다 대통합, 통합신당 이야기를 하는데, 그 중에는 열린우리당이 너무 개혁적으로 나가서 국민들과의 온도차가 있어서 조금 더 보수적인, 누구 말대로 안정적인 개혁을 위해(저는 안개모라는 이름만 들어도 짜증이 납니다. 아니나 다를까 한나라당에서 유재건 같은 사람은 한나라당과 어울린다는 소리도 했더군요) 기존에 정치판을 해먹던 분들과 심지어 고건, 국민중심당, 민주당과의 대통합을 주장하는 인간들이 있고, 또 한편으로는 열린우리당이 너무 개혁을 못해서 기존 지지자들의 신임을 잃고 서민들의 지지를 잃어서 문제이니, 재야나 시민단체나 개혁적인 세력과 만나고 수혈해서, 대통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건 말만 같은 대통합신당이지, 사실은 완전히 다른 것이기 때문에 제가 볼 때는 이 둘이 갈라서는 건 당연한 것 같습니다. 예전에 유시민 의원이 말한 합의이혼론 같은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닌가 싶구요. (사실 애초에 열린우리당이 창당 때야 지역주의 타파와 정치개혁, 정당개혁을 내세웠지만, 총선 때 엄청난 지지율 상승으로 그다지 개혁적이지 않은 사람도 당에 들어와서 의원이 되니, 국회의원 첫 워크샵 때부터 무슨 개혁이냐 실용이냐 논쟁을 하고, 이미 균열을 예고한, 말하자면 원죄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이 두 세력이 갈라서려면 명분이 있어야 하고, 또 잘 싸워서 깨져야 깨질 때 재산분할도 더 유리하게 할 수도 있고 하니, 이런 저런 걸로 트집을 잡는데, 거기서 애먼 기간당원제가 쟁점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연인들이 헤어질 때와 마찬가지로 어차피 마음이 떠나버리면 이것저것 핑계거리를 찾기 마련입니다. 그게 잘 안되면 또 다른 핑계거리를 찾을 뿐이죠.
제가 볼 때, 대통합신당이 위에서 말한 전자 쪽이면 뭐 일고의 가치도 없지만, 후자 쪽이면 나름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전 기자 회견에 한 말도 그런 맥락인 것 같구요. 그러면 정작 중요한 것은 목표이기 때문에, 개혁을 더 잘 하기 위해서 더 많은 개혁세력과 대통합을 하겠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일단 거기에 대해서는 크게 뭉치는 게 맞고 방법적인 부분은 타협을 하는 것이죠. 그러나 지역주의와 기존 정치판으로 회귀하려는 세력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탈당이 아니라, 출당을 시켜야겠지요.
일단 목표에는 크게 동의한다면 설사 주장하는 방법이 다르더라도 그건 표결을 해서 그 결과에 승복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다수결이 그 정당성을 보장하니까요. 그런데 그런 점에서 보면 기간당원제가 방법이고, 개혁이 목표이니까 기간당원제도 포기할 수 있는 거 아니냐 말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게 아니라, 위에서 말한 대로 그건 목표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애초에 논의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건 갈라서기 위한 명분일 뿐이었죠. 오히려 그게 쟁점이 되면서 목표가 서로 다른 두 통합세력과 개혁을 하고자 하지만 당 안에서 하겠다는 세력이 이상하게 대립이 되어버린 거죠.
오히려 개혁을 원하지만 기존의 열린우리당이 아닌 통합신당을 통해서 하고자 하는 사람에겐 기간당원제가 있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들은 당원을 설득하면 되고, 재창당을 할지 당명을 바꿀지 뭐 그런 것은 당원들의 표결로 정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존의 열린우리당 당원이 아닌 많은 개혁세력(진짜 개혁세력)과 함께 하기 위해서는 당의 기득권 포기가 필수적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열린우리당 이름 그대로 가선 안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고, 혹은 대권을 위해서라도 무조건 재창당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런 방법적인 문제들, 정말 이게 옳은 것일 수도 있고, 그 생각이 맞을 수도 있지만, 어떤 목표를 주장하며 다른 길을 가는 것은 타당하지만 다른 방법을 주장하며 다른 길을 가겠다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봅니다. 방법상의 문제에서 자기 주장만 고집하는 건 소신이나 신념이 아니라 독선이기 때문이죠. 방법상의 문제는 누구도 전지전능할 수 없기 때문에, 그래서 민주주의, 다수결의 원칙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이 대선을 코 앞에 둔 상황이기 때문에, 방법상의 문제가 정말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천정배 의원의 생각에는, 지금의 열린우리당의 이름이나 구조로는 절대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방법상의 문제가 아주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이죠. 하긴 대통령 되는 게 워낙 중요한 거고 하니까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생각으로는, 대선에서 지더라도 제대로 된 정당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개혁세력 대통합을 원하고, 당원이 주인되는 민주 정당, 국민이 주인되는 정치 개혁을 원한다면, 길게 바라보고 마라톤 하는 마음으로 달려야지, 백 미터 앞에 대선이 있다고 오버페이스를 하며 달려가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마라톤 하는 마음으로 달려도 잘 되면 백 미터 앞에 있는 선에서도 1위를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설사 그 때에는 뒤처쳐 있더라도, 이명박이 대통령 되는 속 뒤집어지고 열불나는 상황이 오더라도 와신상담하며 꾸준히 달려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이미 노무현 대통령이 잘 보여주었듯이 이제 제왕적 대통령 시대는 끝났기 때문에, 누가 대통령 된다고 해서 모든 게 좌지우지 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질 것을 각오하고 원칙과 신념을 지키며 가야 합니다. 그 흔한 사즉생 생즉사라는 말이 바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보수적인 대통합세력이 기간당원제를 없애라, 뭘 어떻게 해라 주장하는 건 단호하게 싸워서 유리하게 재산분할하여 헤어지는 게 맞지만, 개혁적인 대통합세력 끼리는 크게 뭉쳐서 방법적인 것은 다수결로 정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김근태나 천정배는 여전히 개혁적인 대통합세력이 아닐까요. 다만 워낙 오래 정치를 하신 분이라 대선이 너무도 중요하다고 생각한 나머지, 위에서 말한 제 생각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만. 이런 분들을 설득해야 하고 대통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선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설득해야죠. 또한 한편으로는 무조건 열린우리당이라는 이름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데 당의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고 하는데 그 기득권이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목표가 같은 분들이 단지 지금 하도 욕 많이 먹고 있는 열린우리당이라 같이 하기가 꺼려진다고 한다면, 뭐 그 정도 기득권이야 충분히 버릴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대의가 중요하니까.
그러나 오히려 보수적인 대통합세력이 기득권을 더 지키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언론에서 늘상 얘기하는 당내 최대 주주가 정동영이라면서요. 자기들이 가진 것을 가지고 민주당, 국민중심당과 통합하겠다는 것이니. 그러니 이들은 쉽게 당에서 나가지 않습니다. 웬만하면 당내 투쟁에서 승리하여 그 기득권을 가지고 가고 싶으니까요. 이러니 정동영보다도 천정배, 임종인 의원이 더 먼저 나간 것 아니겠습니까. 그들의 탈당 이유는 보수화된 당, 기득권 때문이고, 더 개혁적이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정작 나갈 사람은 안 나가고. (그런데 결국 정동영이 안나가면 참정연이 나가지 않을까. 무슨 소수개혁모험주의 세력이니 소수기득권 세력이니 말을 했으니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이죠.) 이쯤 되니까 전선이 너무 얽혀 있어서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천재 정치가라도 골치 아프겠죠. (갑자기 김종필 정치9단이 생각나는데ㅋㅋㅋ)
여하간 그렇습니다. 갑자기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저도 정리가 잘 안 돼서... ^^;; 어쨌든 저는 언제나 중요한 것은 대원칙이고 그 안에서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리사욕, 당리당략은 물론이고, 아무리 대선승리가 탐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