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광장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아이디 · 비밀번호 찾기 | 회원가입
회원 게시판
새벽2시 광화문, ‘유모차맘’이 물대포 껐다
한겨레[펌] | 2008-06-26 16:20:56 | 조회 824 인쇄하기
http://usimin.co.kr/26160     


트위터 페이스북
6월26일 새벽 1시31분, 기자는 서울 광화문 새문안교회 앞 도로 위에 있었다. 새문안교회 골목에서 전경들에게 밀린 촛불시위대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새벽 1시32분, 서대문 경찰청 방면에서 왕복 8차로를 가득히 메운 전경들이 방패를 앞세우고 몰려오기 시작했다. 전경들의 대열은 끝이 없어 보였다. 뒤로 살수차가 보였다.

--(중략)

 

▶경찰 인도로 끌어내려 하자 “내 아이에 손 대지 마!”


1시52분, 회색 살수차가 물대포를 멈췄다. 노란색 살수차와 임무교대를 하려는 듯 보였다. 그때였다. 한 30대 어머니가 유모차를 끌고 노란색 살수차 앞을 가로 막았다. 경찰들이 몰려와 인도로 끌어내려 했다. 어머니는 “유모차에 손대지 마, 내 아이에게 손대지마”라고 외쳤다. 서슬에 놀란 경찰들은 물러났다. 시민들은 “아기가 있다”며 유모차를 에워쌌다. 경찰들은 당황했다. 윙~하고 움직이던 노란색 살수차의 펌프엔진 소리가 멈췄다.

곧 한 무리의 전경들이 방패를 앞세우고 몰려 왔다. 방패로 땅을 치며 구호를 외쳤다. 시민들이 “애가 놀라잖아”라고 항의했다. 어머니는 말이 없었다. 전경들은 상황을 파악하고 조금 뒤로 물러섰다.

순간 노란색 살수차가 뒤로 빠졌다. 회색 살수차가 이제 주된 역할을 할 모양인 듯 했다. 방금보다 더 강한 엔진음이 들렸다. 물대포 발사 준비 소리였다. 어머니는 곧바로 회색 살수차로 유모차를 끌기 시작했다. 전경들이 몸으로 막으려 했지만, 유모차를 가로막진 못했다.






















» 26일 새벽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거리시위에 참가한 시위대가 신문로 새문안교회 뒷편에서 경찰과 격렬하게 대치,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있다. 연합뉴스
▶유모차 밖으로 아이 두 발이 쑥, 아! 눈물이 핑~


1시55분, 어머니는 두번째 회색 살수차 앞에 섰다. 전경들은 멈칫 거리며 다시 대오를 갖췄다. 어머니가 하늘을 쳐다보다 손으로 눈을 가렸다. 짧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두 눈가는 젖어 있었다. 그 순간 그 어머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두 아이의 아빠인 기자는 그냥 망연히 유모차 앞에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2시01분, 전경들이 빠졌다. 회색 정복을 입은 순경들이 대신 유모차를 에워쌌다. 일부는 불량스런 표정으로 껌을 씹고 있었다. 유모차를 등지고 있던 순경 한명이 유모차 덮개를 슬쩍 들치려 했다. 껌 씹던 순경이었다. ‘안에 혹시 인형이라도 대신 넣고 가짜 시위하는 거 아냐?’ 이런 표정이었다. 시민들이 “뭔 짓이냐”고 항의했다. 순경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다시 유모차를 등졌다.

사람들이 모인 광경을 보고 사진기자들이 몰렸다. 플래시가 터졌다. 어머니는 “제 얼굴은 찍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폴로 모자를 쓰고 있었지만, 손으로 얼굴을 가리지는 않았다.

그 순간이었다. 유모차가 심하게 요동 쳤다. 그리고 유모차 밖으로 아이의 두 발이 쑥 삐져 나왔다. 온갖 굉음에 격한 소음과 쏟아지는 플래시, 아기는 얼마나 심한 공포와 불안에 불편했을까. 눈물이 핑 돌았다.


▶“저 평범한 엄마입니다, 근데 왜 저를 여기 서게 만듭니까”


2시10분, 여경들이 투입됐다. 뒤에서 “빨리 유모차 인도로 빼”라는 지시가 들렸다. 여경들은 “인도로 행진하시죠. 천천히 좌회전하세요”라고 유모차와 어머니를 에워쌌다. 어머니는 동요하지 않았다. “저는 직진할 겁니다. 저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내가 낸 세금으로 만들어진 도로 위에서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자유가 있습니다.” 또박또박 말했다.

2시15분, 경찰 간부 한명이 상황을 보더니 “자, 인도로 가시죠. 인도로 모시도록”하고 지시했다. 여경들은 다시 길을 재촉했다. 어머니는 다시 외쳤다. “저는 저 살수차, 저 물대포가 가는 길로만 갈 겁니다. 왜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국민들에게 소화제 뿌리고, 방패로 위협하고, 물 뿌립니까. 내가 낸 세금으로 왜 그럽니까.”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떨림은 없었다.

그때 옆의 한 중년 여경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아니, 자식을 이런 위험한 곳으로 내모는 엄마는 도대체 뭐야”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대답했다. “저 평범한 엄마입니다. 지금껏 가정 잘꾸리고 살아오던 엄마입니다. 근데 왜 저를 여기에 서게 만듭니까. 저는 오로지 직진만 할겁니다. 저 차(살수차)가 비키면 저도 비킵니다.”

2시20분, 아까부터 껌을 씹던 순경이 유모차를 등지고 섰다. “어, 저 허리 아파요, 유모차로 밀지 마요”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시민이 “그럼 당신은 유모차에도 치이냐”라고 면박을 줬다. 순경은 다시 “그 잘난 놈의 아들 얼굴이나 한번 봅시다”라고 곁눈질했다. 어머니는 표정 변화가 없었다.

2시23분, 살수차가 조금 뒤로 빠졌다. 경찰들이 다시 “인도로 행진하십시오”라고 어머니를 압박했다. 어머니는 외쳤다. “전 저 차가 가지 않으면 하루 종일 여기에서 서 있겠습니다.”


▶“전 저 차가 가지 않으면 하루 종일 여기에서 서 있겠습니다”


2시26분, 경찰 간부가 다시 찾아왔다. “살수차 빼고, 경력 빼.” 드디어 살수차의 엔진이 굉음을 냈다. 뒤로 한참을 후진한 차는 유턴을 한 뒤 서대문쪽으로 돌아갔다.

2시27분, 어머니는 천천히 서대문쪽으로 유모차를 밀기 시작했다. 경찰들이 다시 유모차를 에워싸려 했다. 뒤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야, 유모차 건드리지마, 주변에도 가지마.” 경찰들은 뒤로 빠졌다.

어머니는 살수차가 사라진 서대문쪽을 잠시 응시하다 다시 천천히 유모차를 끌었다. 유모차를 따라 갔다. 하지만 말을 걸 수는 없었다. 기자이기 이전에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묵묵히 유모차 뒤를 따랐다.

2008년 6월26일 새벽, 서대문쪽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던 물세례에 소스라치던 이들은 갑자기 물대포가 끊긴 이유를 잘 모를 것이다. 여기에 그 이유가 있다. 기자는 그것을 대신 전할 뿐이다. 온몸으로 2대의 살수차를 막아선 한 어머니가 있었다는 것을.


이태희 <한겨레21> 기자 hermes@hani.co.kr

     

덧글쓰기 | 전체글 5건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베고-꽃잎222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
08-06-26

아눈물난다  

2008년 6월의 대한민국 서울이여!

이 아기천사 때문에 하나님이 눈물 글썽이셨노라!!

고 앚증맞은 발가락....

하나님도 자신이 만드신 고 두 발 보고 눈물 삼키셨을 걸.

제발 아기들좀 잠 좀 자게 해라....

코오~~ 자게 말야.

아기들은 자는 게 지들 할 일이자너....아, 안그랴? 그치?
08-06-26

스포트라이트  

기자는 그것을 대신 전할뿐이다...

촛불의 진실을 ...

아가야 기억할께!!! 꼭
08-06-27

프리지아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부끄럽네요. 제자신이 .. 미안합니다
08-06-27

현승아빠  

이 기사의 주인공인 이태희란 기자가 나와 고등학교 동기인데...
늘 한겨레의 기사를 보면서 이태희 기자의 글에 불만 참 많았는데...

이번 기사는 괜찮은 거 같아 처음으로 박수를 보낸다.
08-06-27

시민광장 일정표 시민광장
25680 [알림] 시민광장 사무실 이전안내(주소, 전화, 팩스) 컨텐츠팀 08-06-27 2 0 564
25679 '새와 나무' 나름다움 08-06-27 1 0 421
25678 꼼수의 무한한 창고 한나라당.. 단독 개원..??. 미늘바늘 08-06-27 1 0 459
25677 국민에게 유쾌함 주는 한나라당 , 고맙읍니다.-서프펌   6 공감 08-06-27 3 0 614
25676 미국 쇠고기 수입을 거부할 근거가 있다.   4 천국문지기 08-06-27 5 0 560
25675 아름다운 단어 '보수'를 되찾읍시다 !!   3 나의소망 08-06-27 3 0 684
25674 으악!! 긴급뉴스 08-06-27 1 0 679
25673 지금의 공방은 이런 거자너?   1 솔직히말해보까 08-06-27 0 0 472
25672 오늘아침에 조선,동아 사진   3 향불 08-06-27 3 0 633
25671 고양시민광장 소식지 "시소" 배포를 시작하였습니다.   7 성난대추 08-06-27 14 3 686
25670 "이명박…불안하다, 불안하다, 불안하다"   1 세계인이분노한다 08-06-27 1 0 569
25669 단 한 사람의 건강과 영혼과 생명도 소중히 할 줄 아는 대한.. 아눈물난다 08-06-27 2 0 479
25668 대통령과 맞짱뜨던 멋진검찰나리님들 이것도 수사좀 부탁드려.. 검은별 08-06-27 2 0 467
25667 [6월 27일] 오늘의 숙제 (그날의 숙제는 미루지 맙시다.)   1 오늘의 숙제 08-06-27 1 0 794
25666 [국제] 희망 전도사로 변신한 '노짱' (노 前대통령, 백혈병.. 관음죽 08-06-27 0 0 548
25665 작금의 국가 위기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단 두 사람은?   1 퀴즈퀴즈 08-06-27 1 0 525
25664 죄송합니다   2 유시민의그녀 08-06-27 7 0 599
25663 슬로우 슬로우 퀵퀵!   4 위시리 08-06-27 5 0 634
25662 [동영상] 포항 촛불 문화제 시민 자유발언   6 미늘바늘 08-06-27 3 0 626
25661 "진성호 '네이버'발언 사실,녹취록 있어" 슬퍼도희망을 08-06-27 0 0 597
25660 좆선일보가...농심을 위해 많이 노력하는거 같은데....   1 나방짜장 08-06-26 0 0 550
25659 경찰인가, 경찰犬인가…손가락 절단 경위 이렇다 -- 美 쇠고.. 관음죽 08-06-26 1 0 546
25658 초딩의 정확한 시험답안...   1 njbora 08-06-26 0 0 902
25657 미국도 당황스러운 한국의 '미국 맹신' (오마이뉴스)   3 라이온킹 08-06-26 1 0 692
25656 WP, 이명박은 '부시 애완견' 브래어의 강력한 경쟁자(펌) 김일석 08-06-26 0 0 580
25655 "평범 네티즌, 400억달러 웹 광고시장에 일격"[ 뉴스보기 08-06-26 1 0 651
25654 [비폭력] 전 이제 행동으로 나갑니다!! 검은별 08-06-26 0 0 498
25653 [펌] 이명박! 당신은 아름다운 이들을 결코 이길 수 없습니다.. 천국문지기 08-06-26 0 0 503
25652 첨맘님 이메일 주소 아시는 분   2 제로나인 08-06-26 0 0 794
25651 한국경제 지속적 경기침체 및 버블붕괴 예상 정신차리자 08-06-26 0 0 591
25650 정부의 선전포고에 당당히 맞서야 합니다. 천국문지기 08-06-26 2 0 3762
새벽2시 광화문, ‘유모차맘’이 물대포 껐다   5 한겨레[펌] 08-06-26 5 0 825
25648 경향신문 "젊은 기자들의 정의감이 강해졌다." 국민의경향 08-06-26 0 0 605
25647 대통령의 뼈저린 반성은 어디로 사라졌나? 비토세력님글 08-06-26 0 0 441
25646 조갑제 “촛불난동에 총 못쏜다면 이명박 물러나라”   2 갑제갑제 08-06-26 1 0 665
25645 현판떨어진 조선일보   1 현판 08-06-26 2 0 710
25644 민주당 게시판 "전원사퇴" 국회해산하라고 난리네요 민주야 08-06-26 0 0 546
25643 기아자동차 노조 긴급성명서   1 니차도기아 08-06-26 0 0 577
25642 물총에 파스를 담아서 순사 눈탱이에 쏘지마세요,,,   1 안돼!! 08-06-26 0 1 692
25641 딴나라당이라고 비하하지 맙시다   1 김피디 08-06-26 1 1 527
25640 시민들... 민노&진보... 그리고 민주당... 민주? 08-06-26 1 0 415
25639 [사진]어제 시민의 차에 올라간 전경들!!!! 견사 08-06-26 1 0 533
25638 현실 어처구니 08-06-26 0 0 432
25637 농심 짜파게티 나방나와   3 좃선농심 08-06-26 1 0 626
25636 한민족과 촛불   1 노동꾼 08-06-26 1 0 454
25635 당신의 선택은?(재 펌질) skyfund 08-06-26 2 0 431
25634 제안 skyfund 08-06-26 3 0 425
25633 28일 시민광장은 어디서 모이나요?   4 백두산 08-06-26 1 0 568
25632 “서울역회군” 그때의 유시민!!!! 지금은 유시민 죽고 없다...   4 민심은천심이다. 08-06-26 2 1 915
25631 현재 부천 에 사시는 민.변 소속 변호사님 경찰 폭행으로..   9 초록뱀 08-06-26 11 1 936
25630 [연합] 노 前대통령 '특별한 사연' 만남 잇따라 ← [knowhow.. 관음죽 08-06-26 0 0 603
25629 누가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나요?   1 82cook[펌] 08-06-26 10 0 702
25628 美쇠고기 고시.발효..오후 검역 재개 korea 08-06-26 1 0 390
25627 AntiMB 카페에서 온 메일...(6/28 집중!!)   1 antimb 08-06-26 2 0 640
25626 [6월 26일] 오늘 숙제!!! 숙제하고 시청갑시다. (폐간좇선)   7 숙제 08-06-26 3 0 842
25625 오늘의 숙제   1 숙제 08-06-26 1 0 739
8518528538548558568578588598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