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겨우십니까?
지치십니까?

하긴 지칠때도 됐습니다
냄비근성이라고 불리는,
확 타오르다가 어느샌가 확 꺼져버리는 불같은 대한민국 사람들
정부도 이걸 노린거겠죠

그렇습니다 우리도 할만큼 했습니다
저도 지겹습니다
아무리 말해도 들어주지 않는 정부,
뭣하러 그런데나 신경쓰냐는 가족들,
집회 갔다왔다고 하면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주위 사람들
저도 지치고 힘듭니다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아무 걱정없이 평범하게 지내고 싶습니다
부모님께 거짓말하면서 죄라도 짓는 것처럼
몰래 집회다녀오는 것도 싫구요,
가두시위하느라 발이며, 무릎이며 온 몸이 아픈것도 싫구요,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과 조롱을 받으며
구호를 외치는 것도 싫습니다.
어른들에게 빨갱이라느니, 반정부 세력이라느니
불순한 아이로 보이는 것도 싫고,
잘 지내던 사람들과 싸우고, 멀어지는 것도 싫습니다.

까짓거 그만둘 수 있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일상 생활로 돌아가서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내 할 일만 하면서 살아갈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멈출수가 없습니다
신경꺼야지 하다가도,
이렇게 내가 가지 않은 그 자리에서
끊임없이 촛불을 밝혀주는 이들을 보고 있으면
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지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멈춰버리면
지난 2달여간의 우리의 노력들이,
수십만명의 목이 터져라 외쳤던 그 목소리들이,
나도 모르게 울컥해서 터져나왔던 눈물들이
모두 아무 쓸모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멈춰버리면
우린 영원히 '빨갱이'가 될테고
'불순한 세력'이 될테고
'배후세력에 휘둘린 사람들'이 될테고
'반미 반정부 세력'이 될테고
그리고
먼 훗날엔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사람들이 되겠죠
역사속에서 우리는 그렇게 사라져버릴겁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청계천 광장에는 놀러나온 사람들이 가득할것이고
함성이 가득했던 광화문 거리는 다시 차들로 북적해질것이고
우리는 또다시 주위 사람들의 따스함을 잊어버린채
예전처럼 돌아갈겁니다
그렇게 지금의 우리의 모습은
모두의 가슴에 '한낱 추억'으로만 남겨질것입니다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그런 추억으로 말이죠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간다면,
우린 모두에게 우리가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게 될 것이고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꾼 이들로 영원히 기억되겠죠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우린
그 날의 감동과, 따스함, 눈물,
그리고 모든 이들에게서 보았던
대한민국의 희망을 안고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