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촛불집회가 그렇듯 광우병 촛불도 시민들이 마치 단체로 서울 한 복판으로 소풍나온 것처럼 참여한 사람들은 그저 즐기고 놀았을 뿐입니다. 이명박 시대를 꼬집으며 매우 재치발랄하게. 중고생들의 즉흥 자유발언을 들으며 괜히 논술배운 세대가 아니구나 감탄만 했지 뭡니까.
기성세대인 제가 보기에 촛불 현장은 지도부가 없어서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는 게 오히려 아쉽다 싶을 정도로 자유천지였죠. 그저 하고픈 말을 하러 나왔고, 내가 하고픈 얘기를 네가 대신하는 것을 서로 들어주었을 뿐입니다. 거기에 무슨 음모와 배후가 있었겠습니까.
중고생부터 시작한 촛불이 수만의 시민으로 확장돼 촛불을 들어도 고개도 까딱않는 강심장 정권에 성난 시민들이 날밤을 새면서까지 쇠고기 재협상을 외치고서야 암행을 나왔다는 청와대 직원들이 초반부터 참석해 분위기를 파악했다면, 정부도 국민도 부담스러운 이런 극한적인 상황까지 치닫진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중고생, 젊은 여성, 젊은 엄마들, 젊은 청년들, 우리사회에서 때론 가장 이기적인 층으로 분류하기도 했던 그들이 자발적으로 광장으로 뛰쳐나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거 아닐까요. 왜 이 정부 사람들은 그들의 말에 아예 귀 기울이지 않았나 모르겠습니다. 종국엔 얌전한 시민을 성난 군중으로 몰아가니 이런 걸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막는다 하던가요.
말보단 행동이 우선인 이 대통령의 특성상 정국을 끌어가는 스타일이 일방통행일 것임을 예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해도 너무한다 할 정도로 이 정권 사람들은 하나같이 우이독경의 귀재들 같습니다.
청와대와 내각에 입각한 사람들의 투기해명 사유도 기막히고, 청와대 대변인의 본인 문제에 대한 언론 회유는 또 어땠습니까. 정치권이라고 다를까요. 본인표현에 의하면 비정규직에서 원내대표의 정규직으로 상전벽해한 홍준표 의원도 100토에서 시민논객에게 여기가 국회냐며 호통을 치더군요. 폭행당한 시민을 빨랑 데려가지 않는다며 아직도 야당인줄 아느냐, 경찰에게 경을 쳤다는 김충환 의원은 또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무신경의 대가요 지존들아닌가요.
그러니 앉아 촛불들고 평화적으로 시위하던 그들이 일어나 대통령과 대화하겠다며 청와대로 향한 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해 보입니다. 집에서도 머리 큰 자식넘이 성낼 땐 한발 물러서 그 말을 들어주는 법입니다. 하물며 주권자인 국민이 밥상만큼은 미친 소에게 양보않겠다는 주장을 비과학적 괴담, 음모 배후 어쩌구로 몰아가니 미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또 다시 가장 얌전한 청년들을 투사로 몰아가는 이 정부의 무신경과 야만성을 지켜보면서 역사는 왜 자꾸 되풀이되는가 비통할 따름입니다. 우리 민주주의의 뿌리가 아직도 이만큼 허약하다는 것을, 제대로 눈 부릅뜨고 가잖으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이번 미친 소 파동과 이 정부의 대응을 겪으며 국민들도 아프게 깨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들은 그저 친구들과 연인과 가족과 함께 왔고 촛불 들고 느리게 걸었을 뿐입니다. 다만 '협상무효', '고시철회', '쇠고기 재협상', '비폭력'을 외쳤을 뿐입니다. 막으면 돌아서 걷고, 막으면 돌아서 다시 걷다가, 진로를 막으니 뚫으려 했을 뿐입니다. 나아가고자 하는 시민들의 의지를 누가 무슨 권리로 막을 수 있단 말입니까.
국민의 생존권을 겁박하는 국익의 실체를 보여달라 했을 뿐입니다. 주권국으로서의 자존심을 지켜달라 요구했을 뿐입니다. 얻어먹던 그 시절 그 민족이 아님을 알려주려 했을 뿐입니다. 그저 내 식탁의 안전이 타의에 의해 흔들리지 않기만을 바랐을 뿐입니다.
그런 그들을, 왜 때리고 왜 짓밟나요. 하나 아니면 둘, 애써 세계속의 한국인이 되라며 자존감있게 키워 놓고 이제 다시 주권을 포기하고 강대국의 노예가 되라 하니 그리 되겠습니까. 될 수 있겠습니까.
이명박 정부에 요구합니다.
'그들과 대화하십시오. 어쩌면 가장 타산적이고 이기적이라는 그래서 때론 젊은 보수들로 분류되기도 하는 당신을 지지했던 사람들마저 촛불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그들마저 잃고 나면 이 정부를 끝까지 지탱해 줄 세력이 누가 있겠습니까. 조중동이요? 광고 다 끊겨 곧 굶어 죽을 것 같습니다. 막돼먹은 조중동 그만 믿고 깨어있는 시민들과 대화를 하십시오. 대화를'.
이제야 사람들도 알았겠죠. 국민과의 대화를 중시하고 자주 시도했던 노무현 대통령을, 말만 많다고 조롱하는 조중동에 휩쓸려 노짱씹기 스포츠를 즐겼던 사람들도 비로소 알게 되었겠죠. 대화하는 대통령이 얼마나 소중한지를요.
대화와 설득과정도 없이 혼자 판단하고 국제적으로 사고를 저질러버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이 얼마나 위험하고 불필요한 국력소모를 가져오는지를요. 애초에 이명박과 국민의 만남은 잘못된 만남이었다는 것을요.
시민들은 뿔났는데 폭력으로 맞서는 이 정부 사람들이 하는 삽질은 끝간데가 보이질 않아 참으로 암울합니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위기입니다. 이번 기회에 머슴들이 머슴답도록 주인의 힘을 확실히 보여주자구요. 촛불의 힘!
이명박 정부 씹다보니 노래 한자락이 떠오르네요.
'아, 옛날이여! 지난 시절 다시올 수 없나 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