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총선이 끝나고 한 달 가까운 시간 동안 집행위원들 중 상대적으로 책임이 더 무거운 이들이 모여 시민광장 시즌1에 대한 결산과 앞으로 다가올 시민광장 시즌2에 대해서 많은 고민과 연구를 하였습니다.
원래는 5월 초부터 발제를 하려고 하였는데 미친 소 파동, 사랑시님 사태 등으로 많이 늦어진 것입니다. 더 이상 늦어지면 안되겠다는 절박함에 토지공개념님이 안건 발의를 하셨는데 악플보다 무섭다는 무플&반대지옥에 빠진 것 같군요. 어찌됐든 본글로 댓글로 좋은 의견들을 주신 무공이님, 새날개1님, 천국문지기님 등께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집행부가 왜 이런 논의를 빨리 시작하지 않느냐고 사석에서, 게시판에서 비판하신 분들이 많은 줄 알고 있습니다. 이제 얘기하자고 마당 깔아놨으니 속에 있는 구상이 있으면 말씀하십시오. 게시판에서 어느 정도 진도를 나가놔야 오프라인에서 모였을 때 대략적으로나마 중지가 모아질 거 아니겠습니까?
토지공개념님이 제안한 기획에는 저도 깊이 참여를 했습니다. 기획운영팀장으로써 당연한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본격적인 각론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먼저 저런 기획이 나오게 된 배경부터 설명을 드려야하겠습니다.
"유뽕 없는 유시민 팬클럽이 얼마나 잘 될 수 있을 것인가?"가 문제의식의 첫 번째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 시민광장은 작년 대선후보 경선을 목표로 만들어진 조직입니다. 작년이라는 시기적 특수성이 없었다면 절대 탄력받지 못했을 조직입니다. 유시민 의원님이 경선에서 후보를 사퇴하고 나서 조직이 내홍에 휩싸이고 탄력을 잃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 4월 총선을 기점으로 잠시 또 반짝했다가 총선 끝나고 또 다시 탄력 잃고 내홍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유뽕'이라는 자극적인 언어로 표현해서 좀 죄송합니다만, 저는 현재 시민광장의 생명줄이 바로 '유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시민광장이 가치중심의 조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시민광장 회원 개개인들은 가치중심적인 인간들일 수 있으나 '유시민 팬클럽'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그 개개인들의 가치 표출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논란이 되었던 '촛불시위 조직적 참가논란'을 보죠.
사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미친 소 반대운동, 나아가 이명박 정권 반대운동에 가장 적극적으로 결합하고 싶어하는 사람을 여기 시민광장에서 꼽아본다면 저도 빠지지 않을 자신 있습니다. 제가 지난 몇 년 동안 어떻게 활동해 왔는지 아시는 분이라면 이런 저의 말을 코웃음치며 무시할 순 감히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저도 시민광장 집행부라는, 아니 시민광장이라는, 유시민 팬클럽이라는 프레임에 갇혀있으면 그 프레임대로 행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시민 의원님께서도 참여정부의 실세이자 친노무현 프레임에 갇혀있어서 지금 촛불시위에 나가고 싶어도 배후로 몰릴까봐 못나간다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시민광장 신세도 지금 똑같습니다. 참여정부=노무현=유시민=시민광장 이 프레임에 의해 향후 일정기간 동안 시민광장이 대외적으로 하는 어떤 사업도 그 프레임에 의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또한 정치인 유시민이 없는 유시민 팬클럽이 얼마나 활력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 그냥 열심히, 잘 하자"라는 말처럼 공허한 말이 없습니다. 지금은 스포츠 경기로 따지면 전반전이 끝나고 하프타임에 작전짜는 시간입니다. 그럴 때 감독이 "우리는 지금 공격이랑 수비가 문제야, 그러니 후반에는 공격이랑 수비를 열심히 잘 하면 이길 수 있어"라고 말한다면 그 얼마나 무책임하고 무식한 감독일까요. (실제로 옛날 고려대 농구부 박한 감독이라는 분이 이랬다고 합니다만)
저는 시민광장의 진로를 크게 세가지로 예상합니다.
첫 번째는 제가 상수라고 생각하는 방안으로써,
시민광장이 정치인 유시민이 부재하는 동안 유시민 팬클럽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던지고 시민정당과 시민언론을 실험하고 실천하는 장으로 탈바꿈하여 외연을 확대하고 내실을 다져 향후 정치인 유시민이 복귀할 때 더 크고 강한 시민광장, 더 크고 강한 유시민 팬클럽으로 다시 복귀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집단적이고도 조직적인 외연확대 방안입니다.
두 번째는 제가 중수라고 생각하는 방안으로써,
유시민 의원님이 총선 이후 대구에서 하셨던 말씀처럼, 정치인 유시민이 복귀할 때까지 각자 생업에 집중하고 (시민광장 외부의) 인맥 구축에 몰두함으로써 개별적으로 외연확대하는 방안입니다.
이럴 경우 시민광장은 단순한 사랑방 역할만 하면 됩니다. 좀 과격하게 말하자면 이 노선으로 간다면 시민광장은 한시적으로 문을 닫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지요. 시민광장에서 우리끼리 지지고 볶고 싸우고 의미없이 노닥거릴 시간에 밖에서 생산적인 활동 하는 겁니다.
돈도 많이 벌어 놓고, 친한 사람도 많이 만들어 놓고, 칼융님 의견과도 일맥상통할 수 있습니다. 시민광장 와서 쓰잘데기 없는 사안들 가지고 싸우고 정력 축내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개인 블로깅 더 하고 다음 아고라에서 놀고 그러는 게 낫다는 생각입니다.
세 번째는 제가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생각하는 건데,
시민광장 회원들이 조직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외연확대 못하고 시민광장 안에서 고인 물처럼 서서히 썩어가는 겁니다. 썩기만 하면 문제가 없는데 지지고 볶고 싸우면서 그나마 있는 조직력마저 갉아먹고 결국 조직이 파탄나는 겁니다. 저는 최근의 시민광장 게시판을 보며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무섭게 느꼈습니다.
물론, 첫 번째의 경우 시민광장 회원들의 조직적이고 집단적인 결의가 없으면 불가능한 겁니다. 저는 첫 번째의 경우를 무리하게 밀어붙일 생각이 없습니다. 다만 제가 예상하는 시민광장의 미래에 대해서 많은 분들과 인식을 공유하고 토론을 거쳐 시민광장의 진로를 책임있게 결정하길 바랍니다.
부디 책임있는 자세로 집행부의 이 고민을 함께 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특히 일반회원보다 책임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는 운영위원이라면 더욱 더 본인의 책임을 무겁게 여겨주시기 바랍니다.
자신의 책임을 다한 자 만이 남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