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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구벌 大邱에서 빛고을 光州까지... 민주성지 방문기
우물지기 | 2008-05-19 12:49:50 | 조회 5494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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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10시 30분. 푸르름이 더하는 5월 17일. 날짜에 맞추듯 17명의 대구 유티즌을 태운 버스가 사랑하는 여인의 옷고름같은 88고속도로에 얹혀졌다. 차창으로 달려들며 스쳐지나는 풀빛이 한껏 젊음을 뽐내다 못해 넘쳐 흐르는 끼를 감당할 수 없다는 듯 살랑이는 늦봄바람에 살짝 살짝 요염을 떤다. 점점이 박힌 마을의 정겨운 풍경이 아스라이 멀어졌던 추억을 일깨우며 오욕에 찌든 욕심을 버리라며 피곤하지 힘들지 위로하며 예쁘게 예쁘게 가슴에 안겨든다. 달구벌에서 빛고을이 뭐에 먼길이라고 지금껏 편가르기를 했냐며 꾸짖듯이 하늘을 비켜 지나는 솜털구름이 환한 웃음으로 반긴다.

 

산은 물을 건너고 물은 산을 가르지 않는다는 옛 시인의 말을 되뇌이며 금수산하에 취해 헐떡이며 달리다 백두대간의 대미를 장식하는 지리산 휴게소에 차를 멈추었다. 조정래의 '태백산맥'이 늠름하게 우뚝 서고, 스러져 사그라들지 않고 지금도 살아 벌떡 벌떡 뛰는 민초들의 역동적인 열정이 염상진 하대치 더불어 화들짝 펼쳐진다. 휴게소에서 잠시 쉬는데 서너대의 전세버스에 나누어 타고온 경북대학교 학생들이 푸르게 푸르게 내린다. 하얀 이 드러내며 함박웃음 가득 안고... 꼭같이 맞춰입은 하얀 티에 "민족 경북"이라는 글씨 아래 "가자 5. 18로!"라는 붓글씨가 힘차다. 우리 민족이 그래도 희망이 있음은 이런 젊음들이 곳곳에 있기 때문이리라. 고맙고 고맙고 또 고맙다. 지위의 고하 빈부의 높낮이를 가리지않고 만인을 감싸안는 그 품이 넉넉한 지리산.

 

한참을 흘러가니 물 마른 '국가하천 섬진강'이 눈 앞에 달려든다. 두꺼비들이 소리 질러 왜구를 물리쳤다는 호국전설이 스려있는 아련한 향수에 잠기는 섬진강이 강 건너면 사돈이고 이웃인 호남과 영남을 어떻게 갈라놓았을까 의문의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느릿느릿 섬진강이 이웃을 섬기며 살던 민초들의 따싸한 마음을 가르지 않았다는 사실은 지금도 화개장터에 가면 유효하다. 다만 알량한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한 소수의 무리가 고려 훈요십조 이래로 넉넉하고 아름다운 민심을 흉흉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며칠 전 타개한 박경리의 '토지'가 서희의 강단진 모습 더불어 서늘한 웃음 더얹어 펼쳐진다. 우리의 민족들이 그렇게 그렇게 살아왔음을 새기며 섬진강을 넘는다. 영남을 건너 호남이다. 양반 상놈의 굴레를 뛰어넘어 기어이 사랑을 이룬 절개 춘향의 얼이 서린 남원을 지나 고추장 매운 맛이 쭉쭉 뻗은 대나무 더불어 풍기는 순창을 지나 애향의 도시에서 민주화의 성지로 각인된 빛고을로 들어서니 어머니의 품같은 무등산이 우리를 반긴다. 잘 오셨노라며 그 덕스러운 모습으로 두 팔을 한껏 벌리며 감싸안는다.

 

 

빛고을 시내를 벗어나 달리는 차창으로 펼쳐지는 논밭의 선홍색 흙빛이 서럽다. 문둥이 시인 한하운의 싯귀처럼 핏빛으로 물들어 붉게 더 붉게 빛나는 황토빛 색깔. 그 민중의 신음이 스며든 황토빛 흙길을 따라 찾아간 쓰러져 가는 양철지붕의 집이 광주항쟁 당시 시민군의 대변인이었던 윤상원의 생가란다. 한참을 들어다 보고 있는데 윤상원의 노모가 나오신다. 부모는 죽어 산천에 묻고 자식은 죽어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떠오르며 눈 앞에 서 계시는 어머님이 내 어머님인 양 인사를 드렸다.  그 아린 가슴을 누구가 위로를 할 수 있을까. 같이 간 일행의 여인들이 눈물을 훔친다. 잠시 후 유시민 장관이 와서 함께 광주회원의 설명을 들으며 생가를 둘러본다. 생전에 사용하던 일기장이 펼쳐져 있고 영혼 결혼식을 한 박기순의 사진 더불어 잘 오셨노라며 우리를 반긴다. 한 동안 못에 박힌 듯 그대로 서서 유품들을 물끄럼이 바라본다. 머리가 텅 빈 채 아무 생각없이... 어머님이 수박을 썰어 나오셨다. 감사히 들고 떠나려는데 어머님의 애잔한 모습이 자꾸 눈에 밟힌다. 흐드러지게 지천으로 피어난 찔레꽃이 더욱 우리를 서럽게 서럽게 울린다.

 

5. 18 묘지를 가는 길. 양 옆으론 핏빛 선연한 만장들이 흐느끼며 너울대고 차를 세우니 아가들의 고사리 손으로 매단 리본들이 예쁜 순수를 새겨 한들거린다. 그 곳에서도 오롯한 희망을 보았다. 유인태, 박상천, 김근태, 정세균이 인사를 하며 내 앞을 지난다. 기분이 참 묘하다. 경내를 서성거리는데 내일 기념식을 위한 청와대 경호팀의 행동이 사납게 느껴진다. 꿈틀거리는 반골의 기질을 억지로 누르며 먼 하늘만 쳐다 보았다. 한참을 기다리며 둘러보는데 다른 곳에 들릴 일이 있어 늦어진 유시민 장관이 도착했다. 그 어떤 교만한 자가 쳐다봐도 기가 눌릴 눈 앞에 펼쳐지는 웅혼한 탑을 보며 서울, 부천, 대전, 경주, 대구, 광주에서 모여든 유시민을 사랑하는 사람들 60여명의 공식행사가 행사요원의 안내에 따라 펼쳐졌다. 헌화를 하고 분향을 하고 묵념을 드리고...

 

경내를 둘러본다. 전국에서 모여든 대학생들이 무덤 여기 저기에 흩어져 노래를 부르며 주먹을 불끈 쥐며 고개를 숙이며 선배들의 설명을 적으며... 고맙고 또 고맙다. 이들이 장성한 나라는 좀 더 나아질 것이란 믿음을 안으며 마주 쳐다보며 환하게 웃는다. 둘러보는 무덤에도 찾는 이들이 차이가 있나보다. 유명인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의 무덤. 씁쓸하다. 다른 사람들이 그냥 스쳐지나치는 무덤에 올올이 박힌 비석의 뒷면을 살폈다. 나는 이런 꿈으로 이 세상을 살다가 지금 이 곳에 묻혀있노라. 어떤 시편에도 비교할 수 없는 잔잔한 감동이 스미어 미친다. 그 시절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보안법 위반이었던 황석영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로 속울음을 삭이다 한이 되었던 모습들이 파노라마처럼 오버랩된다. 처연한 심정으로 광주 동지의 설명을 들으며 잊혀지던 그 날 광주를 되떠올리며 느슨해진 마음을 다잡는다.

 

 

차는 묘소를 떠나 아늑하고 한적한 풀밭이 펼쳐진 근처 공원에 다다랐다. 너무 아름다워 행여 더럽혀질까 봐 어디 용변 볼 곳이 없어 쩔쩔 맸다는 정비석의 '금강산 기행문'을 떠올리며 화장실을 찾았다. 그런 곳이 다만 금강산 뿐이랴! 우리나라 강산치고 어디 아름답고 정겹지 않는 곳이 있으랴. 광주광장의 정성스런 준비로 정겹게 차려진 점심 겸한 저녁을 허기가 지는 오후 5시에 드는데 꿀맛이 이런 것이구나 느끼며 숟가락이 바쁘다. 삼삼오오 둘러앉아 풀밭에서 먹는 음식. 전국에서 오시는 회원들을 생각하며 대접을 한다고 갓잡아 온 홍어맛을 보셨는지. 1시간여 대화모임을 가진다. 정말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인 곳이구나 느끼며 너무 빨리 흐르는 애꿎은 시계만 곁눈질 할 뿐이다.

 

유시민 장관의 말이 이어진다. 올 2학기부터 대학 강단에 서기로 되어 있다. 자료수집은 진작에 마치고 국회의원한다고 묵혀 책으로 묶지못한 헌법에 관한 책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 우리나라 헌법이 참 좋은 것인데 너무 어렵게 적어놓아 '온건한 진보의 눈으로 보는 헌법 풀이'를 펴 보려고 한다. 서울 근처에 집필실을 마련하고 대구와 서울을 오가며 연구를 계속 하려고 한다. 지금 노무현, 유시민이 왜 말이 없느냐. 국민들이 너무 잘 하심으로 서둘러 나설 필요가 없다. 괜히 나서서 잘 가는 말에 째찍을 휘두르는 우를 범할 필요가 없다. 국민들이 이제는 많이 똑똑해져 어리석은 정치인들이 설레발을 칠 시대가 아니다. 역사는 거꾸로 흐르지 않는다. 김영삼 정부가 군사정부로 부터 3당 합당으로 쟁취한 1/3민주정부라면, 김대중 정부는 자민련과 합당하며 만든 2/3민주정부이고, 노무현 정부가 온전한 3/3민주정부인데 이번 선거로 역사의 시계를 되돌려 거꾸로 퇴행하는 이명박 정부가 탄생되었다. 그러나 역사는 반드시 순리로 흐르는 게 진리이기에 우리는 기다려야 한다. 대구가 변하면 대한민국의 정치가 변하는 것은 역사에서 배우는 교훈이다. 따라서 몇 년이 걸릴지라도 대구에서 승부를 보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니겠는가.    

 

일정이 빼곡해서 버스의 숨이 가빠지기 시작한다. 이름도 고즈녁한 사직공원 오르막에 차를 세웠다. 드디어 충장로를 지나 금남로를 바라며 분수광장으로 걸음이 빨라지고 마음도 조급해진다. 촛불이 타오른다. 함성이 메아리 친다. 북소리가 가슴을 때린다. 징소리가 여운처럼 귓가에 앉는다. 아! 광주에 내가 왔구나. 핏빛 오월에 동참하는구나. 일행을 떠나 금남로를 따라 걸었다. '미친 소 너나 먹어' '2mb 너나 먹어' 온갖 단체와 유치원 애기까지 나와서 손을 흔들고 촛불을 켠다. 농악소리가 흥겹게 들리는 곳으로 바쁘게 걸었다. 고개를 들이밀며 바라보는데 예쁜 초등 여학생이 손을 끈다. 같이 더불어 풍물이 맞춰 얼쑤 춤을 추자며... 이렇게 한 마음이 되는구나. 이렇게 어우러지는구나. 다시 분수광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만인 발언대에 너도 나도 스스럼없이 올라선다. 미친 소에 관한 목소리가 높다. 이명박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현 정부가 위태 위태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늦은 9시. 까만 하늘에 수 놓듯 점점이 박힌 별들을 뒤로 하며 빛고을을 떠난다. 칠흑 밤하늘을 배경 삼아 스치우는 산천이 수묵화처럼 애잔하게 다가섰다 멀어졌다 한다. 골골마다 반짝이는 불빛 아래 알콩달콩 모여 아옹다옹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들이 언제까지나 내내 행복하시길 빌어본다. 가슴 아파 우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힘있는 자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하지 않았음 좋겠다. 움켜쥐는 마음보다 남에게 펴는 손들이 많았음 좋겠다. 그런 세상을 앞당기는데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는 예쁜 마음이면 좋겠다. 빛고을로 올 때 쉬었던 지리산 휴게소에 다시 차를 세웠다. 휴게소 앞에 날카롭게 세운 조형물이 넉넉한 지리산과 대비되어 흉물스럽다. 피묻은 총칼 냄새를 풍기는 반자연적인 철골 구조물을 세운 마음들이 밉다.

 

처음 만난 얼굴들이라 닉네임과 사람의 얼굴이 매치가 되지않는다. 옥에 티라면 이런 모임에는 작은 이름표라도 달아 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래도 애써 얼굴을 떠올려본다. 참 좋은 사람들의 모임. 뜻 깊은 여행. 달구벌에 도착하여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는 모습들을 바라보며 평안들 하시라 기원한다. 집에 도착하여 샤워를 끝내니 5.18의 시작인 0시를 지나 2시가 가까와지고 있었다. 2008년 5월 17일의 일이다.

 

     

5.18, 빛고을,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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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글  

인간과 역사에 대한 희망을 갖기까지 - 7
작성날짜 2003.04.15 조회수 5834
- 역사에 대한 희망을 갖기까지

79년 10월 26일 밤. 궁전동에서 몇 발의 총성이 울리는 순간 유신체제는 붕괴되었다. 그 가을의 전국적인 학생데모와 부산 마산 시민 항쟁으로 불안에 빠진 유신 집권층은 서로 죽이고 죽는 가운데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그리고 봄이 왔다. 양심수가 석방되고 너도나도 민주주의를 칭송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유신만이 살길이다"고 떠들어대던 모든 사람들이 입을 다물었고 유신체제의 죄악상을 공개적으로 비판해도 잡혀가는 일이 없어졌다. 세상은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때 처음으로 역사의 발전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열흘 붉은 꽃이 없고 십 년 가는 세도가 없다"는 옛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는 것 같았다. 1980년의 봄에 79년의 겨울은 실로 '이상한 시대'였다.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쓴 메모지 한 장까지 범죄의 물증이 되는 그런 사회가 어떻게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었단 말인가? 나는 희망에 가슴 부푼 3년째의 대학생활을 맞이했다.

그러나 세상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았다. 민주화가 소리높이 칭송되던 시대의 저편에서 다시 반동의 칼날이 준비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79년 12월 12일 밤, 열 개가 넘는 한강 다리가 모두 차단되고 약수동에서 총성이 울리는 가운데 몇십 개의 별이 허망하게 떨어지고 '보안사령관 전두환 장군'이 실권을 장악했다는 외신보도들이 우리의 마음을 짓눌렀다. 4월에는 그가 중앙정보부장 및 계엄사 합동수사본부장을 겸임하게 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최규하 씨가 유신헌법에 의해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데 반대한 YWCA 집회가 강제 해산되고 주동자들이 헌병들에게 입을 찢기는 등 혹심한 고문을 당했다는 소문은 우리들을 전율케 했다. 언제 헌법이 민주적으로 개정되어 선거가 있을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유신잔당과 군부가 다시 정치의 전면에 등장했다.

5월에 접어들면서 전국의 모든 대학생들이 '전두환 퇴진'과 '비상계엄 해제'를 외치며 일제히 궐기했다. 5월 13일과 14일에 나도 광화문과 서울역 일대에서 목이 터져라 외치고 다녔다. 나는 그때 총학생회의 간부로 뛰고 있었기 때문에 늘 시위의 선두에 섰다. 순진하게 민주화를 낙관하고 있던 시민들은 영문을 알지 못하고 학생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서울역에 20만의 시민·학생이 운집하여 계엄해제를 절규하는 시간에 잠실에는 탱크가 나타났고 효창구장에는 무장군인들이 집결했다. 앞으로 전개될 사태는 불을 보듯 명확했다. 충돌과 유혈, 그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무엇이 나타날지는 알 수 없었다. 시민들의 미온적인 호응과 계엄사의 강경대응 사이에서 고뇌하던 학생 지도부는 가두시위 중단을 결정했다. 그리고 그 다음에 5·17이 왔다.

전국적으로 시위가 중지된 평화로운 밤에 5·17은 닥쳐왔다. 계엄이 제주도까지 확대되면서 주요도시에 계엄군이 진주했다. 나는 그 날밤 학교에서 체포되어 계엄사 예하 수사대로 끌려갔다. 그리고 광주의 피바람이 불었다.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납치했고 YWCA 집회 주동자들의 입을 찢었던 장본인들, 즉 대통령 경호실 소속의 헌병들에게 내가 밟히고 걷어 채이고 얻어맞던 그 시간에 광주에서는 수천 애국동포가 동포의 손에 학살되고 있었다. 유신체제보다 훨씬 더 잔인하고 혹독한 독재체제가 우리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나는 다시 역사에 대한 환멸에 빠져들었다.

석 달만에 석방이 되고, 군대로 끌려가 32개월을 지내고 다시 사회로 돌아올 때까지도 나는 역사에 대한 희망을 갖지 못했다. 그렇다고 완전히 희망을 버린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들의 희망이 현실화할 수 있으려면 앞으로 엄청난 세월과 엄청난 희생이 소요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다시 행동하기가 쉽지 않았다. 세상은 넓고 큰데 나는 너무 작고 무력했다. 그러나 세상은 끊임없이 달라지고 있었다. 70년대보다 훨씬 더 많은 이들이 투옥과 고문을 무릅쓰고 반독재 투쟁에 나서고 있었으며, 제5공화국이 들어선 이후에만 수십 명이 그것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쳤다. 더 많은 사람들이 80년 봄의 투쟁을 뒤늦게나마 이해하고 마음속으로 성원을 보내고 있었다. 세상은 유신 때나 마찬가지였지만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동포를 학살하고 들어선 정권을 인정치 않았으며, 그것을 배후에서 지원한 미국에 대해 비판했다. 엄청난 변화였다. 그리고 변화는 인간들이 변하지 않는 사회를 개조하기 위한 싸움에 나서고 있었다. 80년 봄의 그 엄청난 패배 속에서 사람들은 승리에의 더 큰 희망을 가졌고 승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더 깊이 연구했다.

달라진 사람들이 스스로 나서서 달라지지 않는 사회를 질타하기 시작한 계기는 85년의 2·12 총선이었다. 나는 84년 9월에 복학하자마자 프락치 사건으로 다시 투옥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현장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대우자동차 파업, 구로 지역 민주노조 연대투쟁, 서울 미국 문화원 점거농성의 소식은 감옥에 갇힌 나를 흥분케 하기에 충분했다. 학생뿐만 아니라 노동자들도 세상을 바꾸는 일에 나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는 부푼 희망을 안고 1년간의 징역살이를 마감했다.

86년 이후 나는 다시 행동으로 나섰다. 어두운 밤거리, 박종철 군 고문살해 사건을 규탄하는 유인물을 집집마다 배달하면서도, 인쇄골목의 삼엄한 감시망을 뚫고 유인물 박스를 빼내오는 숨막히는 순간에도, 인쇄비를 마련하기 위해 밤새워 영문 번역을 하면서도, 나는 기쁨을 느꼈다. 87년 6월의 거리, 남녀노소 각계각층이 한 덩어리가 되어 외치는 독재타도의 구호를 들으며, 최루탄과 방망이로 무장한 전경의 벽을 육탄으로 부수고 그 독재의 흉기를 불사르는 매캐한 연기를 맡으면서, 나는 인간이 사회를 변혁한다는 진리를 확인했다.
사회와 역사의 주인은 인간이라는 것, 다수의 대중이 하나의 의지로 뭉쳤을 때 사회는 결정적으로 변화한다는 것, 이것은 교과서 속의 박제된 명제가 아니라 펄떡펄떡 살아 숨쉬는 진리였다.

대학물을 맛본 지 이제 10년. 내가 이루어놓은 일은 별로 없고, 이 같은 인간과 사회의 변화에 내가 기여한 것도 아주 작은 한 부분에 불과하다. 그러나 내가 아주 작은 한 부분이나마 기여한 것을 나는 기뻐한다. 내가 만일 판사가 되어 법조문을 암송하거나 무고한 민주인사와 학생, 노동자들을 감옥으로 보내는 하수인 역할을 했다면 6월의 그 엄청난 대중투쟁을 보면서 기쁨이 아니라 공포를 느꼈을 것이며, 자기의 삶과 세상에 대해 무기력한 냉소나 흘리며 살고 있을 것이다. 나는 스무 살 적에 내린 그 소박한 선택으로 10년을 살아왔다. 그리고 그 선택에 기초를 둔 실천 가운데 인간과 역사에 대한 희망과 신뢰를 배웠다. 그래서 내가 열 아홉일 때 했던 것과 같은 인생관, 고민을 가진 후배들에게 말하고 싶다.

"책 속에서 진리를 구하지 말고 법정에서 정의를 구하지 말라!"








lhsap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건 진리와 정의이다 [2003.04.26 ]

+.+ 유시민씨 잘 읽었습니다. 이루 말 할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쳐 오네요. 어떻게 그 어려운 세월을 견딜 수 있었는지, 어떻게 그 공포와 절망을 뚫고 싸울 수 있었는지, 그 삶의 무게에 참으로 숙연해 집니다. 저는 95년도에 대학을 입학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대학생활은 무료함과 나른함, 재미없는 일상의 반복 같은 기억들 뿐입니다. 우리는 무엇이든 공부할 수 있었고, 무엇이든 얘기할 수 있었고, 맘껏 외칠 수 있었고, 맘껏 노래할 수 있었는데, 저는 그 자유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그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조금도 느끼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도대체 우리는 얼마나 큰 빚을 지고 있는지요. 자유를 위해 싸웠던 그 수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빚을 지고 있는 것인지.. 또 그 빚은 어떻게 갚아야 할지.. 참 잘 살아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하게 됩니다. 내가 진 빚을 나도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미래를 위해 갚아야 겠다고 다짐합니다. 유시민씨,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2003.05.08 ]

데오니아 죽어버린 진리위에 침을 흘리다.. [2003.06.12 ]

장홍원 유시민씨의 책을 몇 읽어본 독자입니다. 글을 참 잘쓰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약간의 감도도 받았구요. 저는 78년 생입니다. 80년 중반에 서울서 초등학교를 다녔고, 대학생들의 데모와 전경들의 최류탄의 냄새가 너무나 싫었습니다. 왜 이렇게 싸울까??? 등등... 98년도에 대학에 입학했고 이젠 대학 졸업반이 되었지만, 제가 바라보는 세계관이 아직 작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세상은 자연스럽게 변하는것 같지만, 그 속의 구성원들로 인해서 조금씩 의도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는 것 같군요. 저에게 생각할 여지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2003.06.16 ]

오류동에서 진솔하면서도 감동적인 자기고백이군요. 우선 건강하셔야 합니다. 끊임없는 채찍질로, 어렵지만 자신의 길을 가실것이라 생각듭니다. 닭살이 돋는 표현이겠지만, '..자신을 위해서, 대의를 위해서', 부드러워져야 합니다. 자신의 엄청난 갈등을 정면돌파한 저돌성이 시민님의 순수에 약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감이 듭니다. 감동적이었습니다. 가끔은 무거운 어깨를 가볍게 할 필요도 있겠습니다. 역사와 작금의 대한민국의 현실이 어깨를 짓누를 때 말입니다. 건투를 빕니다. [2003.06.27 ]

에스티 오늘이 벌써 세번째 읽기였나 봅니다. 감동, 나날이 틀린 여운을 남깁니다. 당신의 앞길에 행운만이 남았을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2003.07.26 ]

친구 시민아 나도 니 처럼 똑 같은 마음으로 세상를 살았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끼라. 묵묵히 앞으로 다가오는 그 때의 세력(56공잔재들)과 싸워서 절대로 지지말자.again 1980은 죽어도 안된다. 화이팅! 시민아, [2003.12.26 ]

새아침 지금 학교 도서관에서 글을 읽고 있습니다. 감정이 복받쳐 올라 눈물이 나오려는 걸 꾹 참고 있습니다. 유시민 의원님을 더 존경하고 믿게 되었습니다.^^ [2004.03.19 ]

미소 글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그 어렵고 힘든 시대...독재의 총,칼에 맞서 자신의 생명도 아끼지 않고 민주주의를 위해 피흘려 투쟁해 주신 모든 분들...그분들이 계셨기에 지금의 우리는 민주주의 라는 열차에 무임승차할 수 있었습니다. 그 시대에 함께하셨던 모든 분들께 존경을 표합니다. [2004.03.21 ]

F 여전히 공허하고 믿음이 없는 제 마음에 조그만 소금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4.04.16 ]

수원에서 김영순 유시민의원님,글이너무나 감동적이고 공감이 가서 단숨에 다읽어 버렸읍니다.그당시 저는 86학번이었고 약대생이었읍니다.의원님께서 행동으로 의지를 실천하실때 저는 고민만하다가 세상과 타협한 용기없는 사람이 었읍니다.앞장서서 변화를 주도하기보다 뒤에서 조용히 변화를 일으키고 약자를 위해서 일을 할수 있는 직업이니라고 자위하면서요.아뭏던 순리를 역행하는 것 은 언젠가는 심판을 받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며 살아오신 의원님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건강에 각별히 유의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2004.04.28 ]

베리타스 님같은 분이 정치계 학계 언론계 종교계의 주류가 아닌것이 오늘날 한국사회의 비극이겠지요. 역사사회의식이 생존이라는 벽에 좌절되지 않는 한국을 꿈꿔봅니다.
다시한번 일신과 일가의 안위를 생각지 않고 인류애와 역사사회애에 헌신한 순국선열을 생각하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주류는 세상을 타락시키지만 소수의 비주류가 빛과 소금역할을 해서 인류가 발전했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합니다. [2004.04.28 ]

노을이 예전에 읽었던걸..다시 한번..쭈욱 읽어보았습니다..정치에 지극히 무관심하고 냉소적이라는 20대입니다. 그러나 3/12일탄핵사태이후 많은 생각을 했고, 행동하는 사람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또한, 우리 정치권에도.. 존경하고 사랑할 만한 사람이 노무현대통령 외에도 있다는 것은 정치에 희망을 가지게 하는 결정적 계기 였구요.. 유시민님. 앞으로도 좋은 활동, 희망의 활동 부탁드립니다.. [2004.05.10 ]

............ 진리와 정의는 사람이 지키고 실천해야지요. 유시민님은 나에게 자신감을 준 사람입니다. 고맙습니다. [2004.05.27 ]

사랑시 우리는 고려시대, 조선시대 사극을 보면서 즐깁니다. 엄연히 고증을 거친 참역사가 있었음에도 드라마로서 즐깁니다.

오래 지난 일도 아닌, 우리 세대에 일어난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직접 몸으로 겪지 않았던 우리는 또 드라마처럼 생각합니다. '민주주의에 무임승차'했다는 표현이 매우 적절합니다. 무임승차한 사람은 모릅니다. 차비를 낸 사람들이 그 차비를 벌기위해 얼마만큼의 고통스런 노력을 했는지...

이 글 쓸 당시는 몰라도 2004년 7월 현재, 역사에 대한 '완전한' 희망을 가지기는 아직도 먼 것 같습니다. 그 독재자의 후손일 뿐 아니라 독재자의 동반자로 서 계셨던 분이 대통령을 윽박지르고 있고, 공포정치를 했던 그 분이 새해가 되면 정치지도자들에게 덕담(?)을 하고 너털웃음 웃는 이 역사를 지금 우리가 쓰고 있습니다. [2004.07.29 ]

유의원님.. 너무 잘읽었습니다..

시민의 힘으로 얼마든지 사회의 불의와싸워
이길수있음을..!!

우리 역사가 보여주고있는듯합니다..

이글을 썼을 그때보다 시간이 많이지난지금..
사회는 비교할수없을정도로 많이 변했지만
그때의 불의와 악의 불씨들은 여전히 남아있는듯합니다..

유의원님께서 그가운데에서 묵묵히 싸우고계시고..
변화를위해 노력하시는모습을보며 늘 감사하고 응원하고있습니다..힘내시길..

변화하는 대한민국에서 희망을봅니다..^^ [2005.05.10 ]
08-05-19

대구천사  

우물지기님...
올리신 글 잘 읽었습니다.

님들께서 흘리신 피가 헛되지 않도록
이땅의 정의를 위해 열심히 힘을 모아 나가겠습니다.
08-05-20

땡크  

가지않았어도 함께 했던것처럼,생생한글,
잘 읽었습니다.

우물지기님,이렇게 좋은글들 종종 올려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래서 시민광장회원인것을 행복하게 생각합니다.
08-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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