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참여정치실천연대(참정연)의 참라디오에 유시민의원님이 출연하셨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방송을 들으셨줄 믿습니다만, 혹 사정이 있어서 못 들으신 분이 계시다면 안타까워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재방송'이 있거든요.^^
유시민의원님은 첨부터 나오시지 않고 1/3이 약간 지난 시점부터 나오십니다. 골라 들으실 분을 위한, 너무나도 '친절한 苦海씨'의 싸비스~^^* 자로 재어보니 전체 9.5cm 중에 약 3.5cm 지점이랄까? 호홋.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결론은 '그래도 가자'입니다. 늘 말씀하셨듯이 우리는 실패가 확인되는 그 날까지 가는 겁니다. 오류는 있지만, 사활이 걸린 결정적인 패착은 아니므로 이 상태에서 우리는 또 열심히 노력할 수 밖에 없다는 말씀이셨습니다. 단지 더 열심히 뛰고 노력해야 하는 '작업량'이 늘어났다는 것 밖에는...
왜 이렇게 해야만 하냐는 질문엔...... '팔자'라고 하셨습니다. '노무현'이란 사람을 따라 이 길을 나설 때, 비단길에 마차바퀴 굴러가듯 가지 않을거란 걸 아셨다는 거지요. 참 힘겹고도 아름다운 '팔자'라 하겠습니다.
당헌당규 문제는 이제 매듭지어졌고, 더 이상 얘기해도 생산적 결과 안 나오므로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고 누차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대한민국이 당면하고 있는 중대한 문제인 양극화/빈곤문제, 경제성장이나 활력이 흩어지는 문제 등에 힘을 쏟을 때라 하셨습니다. 대한민국 사회가 덜 냉혹하고 따스해질 수 있도록 정책노선상 진취적 노력이 필요하단 말씀이 이어졌고요. 역시 지도자감은 생각하는 것이 다르시죠?^^*
그 날, 막판에 회의장을 박차고 나온 심정은 어땠을까요? '토론의 품격이 이렇게 밖에 안 되나? 격조있게, 품위있게 토론해서 표결로 했으면...' 하셨답니다. 그렇게 기간당원제가 훼손되는 순간을 지켜볼 수 없어서 나오셨답니다. 그 때의 기분은 '슬플 뿐 아니라 기분이 질척댄다'는 표현을 하셨습니다. 진흙탕 속에 갇힌 기분이었을까요?
그리고 그날 밤, 잠들 수 없었던 그날 밤엔 이렇게 한탄하셨답니다. "헛되고도 헛되도다!!!" 이런 느낌 들 때 힘들다고 합니다. 연석회의 끝난날 밤, 새벽 2시 넘게까지 술마시고, 씻고나니 새벽 3시가 넘어 당게에 글 남기고 누웠는데, 모든 게 헛되보이더라는 겁니다.
그러나 우리의 희망꽃, 유시민님은 이런 방법으로 다시 맘을 다잡습니다. 그 때는 답을 찾으려 하면 안 된다고... 인간은 망각의 능력을 갖고 있는 동물이기 때문에 시간이 가면 그런 감정들은 약해진다고... 짧은 시간이라도 '집중적으로 망각'하고 나면, 폐허같이 황량하던 맘에 새싹 트는 것처럼 다시 의욕이 솟고 희망이 솟아난다는...
가지 않을 수 없던 길은 없었다고 했습니다. 도종환님의 詩를 언급하셨죠. 지금가고 있는 이 길이 질척거리고 고통스럽고, 이길에 발을 들여놓지 말았더라면 하고 후회, 회의가 들더라도, 이런 길 저런 길, 그 모든 길을 거쳐서 지금 이 길을 가고 있다는 말씀과 함께 다시한번 이 말씀으로 마무리지었습니다. 자괴감을 느낄 때, 당장 의사결정 하려 말고 시간을 보내고, '망각의 능력'이라는 축복을 누려라...
재방송에 대한 안내만 하려던 것이 이리 길어졌습니다. 어제 의원님 말씀이 거의 다 나온 것 같습니다. 참, 예민한 질문에는 대충 능구렁이 담넘어가셨습니다. 입각설에 대한 것 말입니다.^^
그럼 유시민의원님이 말씀하셨던 도종환님의 '가지 않을 수 없던 길'을 음미하면서 길기만 하고, 재미없는 제 글을 마칠까 합니다.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 도종환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 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텅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