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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신 일 다 맡기세요"
찬바람이 스며들세라 이불을 둘러 쓰고 방에 콕 눌러앉아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조차 싫은데 하필이면 이날 따라 냉장고에 물은 없고…. 나가자니 춥고 버티자니 목마르고 갈증과 추위 사이에서 원초적 고민에 빠졌을 때.
담배사기,장보기,집청소,택배 부치기,야식 사기,공과금 납부,도서관 자리 맡기,짐나르기,헤어진 애인에게서 선물 돌려받기….
하자니 귀찮고 안 하자니 아쉽고 누군가 대신 좀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은 일들이다.
TV 리모컨 누르는 것조차 피곤한 '귀차니스트'들과 시간이 빠듯한 직장인들을 위해 이런 일들을 대신 처리해주는 잔심부름 대행업체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귀찮고(tiresome) 곤란하고(troublesome) 사소한(trivial) 일을 대신해주는 신종 '3T업'이다.
12일 낮 12시께 부산 남구 대연동 부경대 인근의 잔심부름 대행업체 'Help me'.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은 3명의 '대신맨'들이 밀려드는 주문을 받고 현장에 출동하느라 5평짜리 사무실이 떠들썩했다.
중학교 동창 사이로 군제대 후 휴학중인 고동완(23·동명대 신문방송학과 2학년)·정인웅(23·경성대 산업공학과)·한효진(23·동의대 영화영상공학과 2학년)씨 등 3명은 2개월간의 시장조사를 거쳐 지난달 초 대학 4곳과 아파트단지가 밀집한 이곳에 문을 열었다.
"경제학의 기회비용 이론과 현대인의 심리,최신 트렌드에 대한 면밀한 분석 끝에 탄생한 첨단 벤처업"치고는 사무실 형색은 볼품 없다. 주워온 소파와 책상,전화 한대가 전부다. 창업 비용 300만원은 사무실 구하고 오토바이 2대 사는데 다 들어갔다. 이들의 최대 자산은 각종 아르바이트로 쌓은 노하우,튼튼한 몸,그리고 고객을 향한 투철한 서비스 정신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영업하지만 개업 초기라 주문 건수는 아직 하루 30~40여건. 떡볶이,순대처럼 배달 서비스가 없는 음식점의 음식 배달,주부들의 장봐주기 등 잔심부름이 대부분이다. 기본 요금 990원에 시간,장소,상품구입료에 따라 1천~5천원이 추가된다.
'담배 한갑부터 우주정복까지'라는 거창한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지만 기상천외한 주문이 많아 전화가 걸려올 때마다 긴장된다. '1등급 한우 150g,무공해 청정 오이 3개,프리미엄 유기농 산양분유'식으로 세부항목까지 지정해주는 까다로운 웰빙주부도 있고 "독서실에 가서 필요한 책을 챙겨 학원으로 가져와 달라"는 중학생 고객도 있다. "속옷 사이즈가 맞지 않으니 가게에서 교환해 와 달라"는 주문에 젊은 여성이 건네주는 속옷을 쭈뼛거리며 받아오기도 했다.
몸으로 뛰는 일은 뭐든 하지만 바람난 남편 미행같은 불법적인 주문은 무조건 사절이다.
하루하루 늘어가는 주문들을 처리하며 내공을 쌓고 있는 이들은 서면,해운대에 2호점,3호점을 개업할 계획을 벌써 세워놓았을 정도로 사업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고동완(23·동명대 신문방송학과 2년)씨는 "한번 주문한 고객의 80%가 다시 찾을 정도로 세상은 넓고 귀찮은 일은 많다"면서 "사업이 번창하면 좋겠지만 이러다 대한민국이 귀차니스트들의 천국이 되는데 일조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며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