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노무현인가?
이 사람은 지금까지 많은 지역을 싸돌아 다녔고, 그러다보니 자연 많은 사람들을 만났소이다. 또 그러다보니 시건방지게도 사람을 보면 최소한 저 사람이 맑은가 아닌가를 거의 분별할 수 있게 되었소이다(물론 이것은 궁예가 반대자들을 정리할 때 써먹은 관심법은 아니오이다).
그리고 요즘은 어떤 글을 보면 적어도 그 글을 쓴 이가 진정성이 있는가 정도는 살펴볼 수 있게 되었소이다.
각설하고 우리 국민은 지금 두 인물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소이다.
그 가운데 한 분인...노무현....임기가 며칠 안 남은 우리나라 현직 대통령인 이 분에 대해 긍정이든 부정이든 각별한 관심과 사랑 혹은 증오를 키우고 있는 것이오.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그는 대체 누구인가? 누구길래 이처럼 국민과 정치의 한가운데서 집중조명을 받고 있는가?
과거를 돌아보면 임기를 며칠 안 남겨둔 대통령이 이처럼 긍적적이든 부정적이든 파워풀한(?)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없었소이다. 그냥 흘러가는 강물이려니 했지....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유일한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를 국민에게 돌려주면서 이미 오늘의 상황을 예견한 듯하오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저는 대통령별장인 청남대를 여러분에게 돌려드립니다.
대통령도 쉴 곳이 있어야 한다는 참모들의 만류도 있었고 웬만한 기업총수도 곳곳에 별장이 있는데 국가통치권자에게 별장하나 있는 것이 뭐 문제냐는 국민여러분의 생각도 알지만 저는 이 별장을 국민여러분에게 돌려드립니다.
그것은 저 스스로 사사로운 노무현을 버리기 위해서입니다.
(중략)
날이 밝으면 저는 이 청남대를 국민여러분에게 돌려드리고 청와대집무실로 다시 돌아갑니다.
앞으로 국민여러분의 사사로운 이익이나 집단의 이기로 보면 참 인기없는 대통령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국민여러분 마음속에 대의(大義)가 살아 있는 한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희망이 살아 있는 한 저는 주저없이 '행동하는 희망'이 될 것입니다.
나라는 생각하지 않고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만 생각하는 일부 사람들이 아무리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고,
못난 저를 이 시대의 희망으로 보고 있는 양식있는 국민들과 함께 저를 흔드는 사람들까지 가슴에 안고, 호랑이처럼 보고 소처럼 나아갈 것입니다.
국민여러분, 환절기에 건강 조심하십시오.
2003년 4월 18일
대한민국 새대통령
노 무 현>
마지막 귀절이 가슴을 치는 것은 무슨 이유겠소이까?
그때가 2003년의 환절기....지금은 2008년 2월의 끄트머리를 향해 가는, 초봄의 여울목을 기다리는 중이오이다.
그 해 5월 어버이날에 대통령은 조금 긴 편지를 썼소이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오늘은 어버이날입니다.
저에게는 큰 절을 두 번 하는 날입니다.
한 번은
저를 낳고 길러 주신 저의 부모님께 감사 드리는 절입니다.
또 한 번은
저를 대통령으로 낳고 길러 주시는 국민여러분께 감사 드리는 절입니다.
저는 경남 김해 산골에서 태어났습니다.
판자 석자를 쓰시는 아버지와
성산이씨셨던 어머니의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세속적으로 보면 저도 크게 성공한 사람이지만
돌이켜 보면 부모님이 많은 것을 주셨기 때문에
오늘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가난을 물려주셨지만 남을 돕는 따뜻한 마음도
함께 물려 주신 아버지셨습니다.
매사에 호랑이 같았던 분이지만
바른 길을 가야한다는 신념도 함께 가르쳐 주신
어머니셨습니다.
'내가 아프면 나보다 더 아픈 사람,
내가 슬프면 나보다 더 슬픈 사람,
내가 기쁘면 나보다 더 기쁜 사람.'
오늘 그 두 분에게 하얀 카네이션을 바칩니다.
국민여러분!
대통령의 어버이는 국민입니다.
국회의원의 어버이도 국민입니다.
한 인간을 대통령으로 국회의원으로 만든 사람은
바로 국민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정치개혁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여러분 마음 먹기에 달린 일입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명시된 대한민국 헌법 제 1조는
이 나라의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군말없이 따라야 하는
지상명령입니다.
여러분의 관심 하나에 이 나라 정치인이 바뀌고
여러분의 결심 하나에 이 나라의 정치는 바뀌게 되는 것입니다.
그 관심과 결심 또한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어버이의 마음을 가지시면 됩니다.
어버이는 자식을 낳아 놓고 '나 몰라라'하지 않습니다.
잘 하면 칭찬과 격려를 해주고 잘못하면 회초리를 듭니다.
농부의 마음을 가지시면 됩니다.
농부는 김매기 때가 되면 밭에서 잡초를 뽑아 냅니다.
농부의 뜻에 따르지 않고 선량한 곡식에 피해를 주기 때문입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하라는 국민의 뜻은 무시하고
사리사욕과 잘못된 집단이기주의에 빠지는 일부 정치인.
개혁하라는 국민 대다수의 뜻은 무시하고
개혁의 발목을 잡고 나라의 앞날을 막으려 하는 일부 정치인.
나라야 찢어지든 말든 지역감정으로 득을 보려는 일부 정치인.
전쟁이야 나든 말든 안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일부 정치인.
이렇게 국민을 바보로 알고 어린애로 아는 일부 정치인들에게
국민여러분과 제가 할 일이 있습니다.
제가 할 일은 어떤 저항과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대통령의 의무인 대한민국 헌법 제 1조를 지키는 것입니다.
살아 움직이는 헌법이 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여러분께서 하실 일은 어버이의 마음을 가지시고
농부의 마음을 가지시는 것입니다.
국민여러분!
저에게도 어버이의 회초리를 드십시오.
국민여러분의 회초리는 언제든지 기꺼이 맞겠습니다.
아무리 힘없는 국민이 드는 회초리라도
그것이 국익의 회초리라면 기쁜 마음으로 맞고 온 힘을 다해
잘못을 고치겠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힘있는 국민이 드는 회초리라도
개인이나 집단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드는 회초리라면
매를 든 그 또한 국민이기에 맞지 않을 방법은 없지만
결코 굴복하지는 않겠습니다.
'너 내 편이 안되면 맞는다'라는 뜻의 회초리라면
아무리 아파도 굴복하지 않겠습니다.
국민여러분의 큰 뜻을 위배하라는 회초리라면
결코 굴복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굴복하면 저에게 기대를 걸었던 많은 국민들은
기댈 데를 잃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굴복하면 저에게 희망을 걸었던 많은 국민들은
희망을 잃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국민여러분!
그런데 하나 경계해 주실 것이 있습니다.
바로 집단이기주의입니다.
저는 대통령이 되기 전,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인권변호사로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힘있는 국민의 목소리보다
힘없는 국민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체질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할 때는 그 누구에게
혹은 어느 한 쪽으로 기울 수 없습니다.
중심을 잡고 오직 국익에 의해 판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대통령이 중심을 잃는 순간,
이 나라는 집단과 집단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치와 통치는 다릅니다. 비판자와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다른 것입니다.
저는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국익이라는 중심을 잡고 흔들림없이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에게는 희망이 있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꼭 이루고 싶은 희망이 있습니다.
그 하나는 이익집단은 있지만 집단이기주의가 없는
대한민국입니다.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지만
국가와 민족 앞에서는 한 발 물러서는 대한민국.
좀 더 가지고 덜 가진 것의 차이는 있지만 서로 돕는 대한민국.
동(東)에 살고 서(西)에 사는 차이는 있지만
서로 사랑하는 대한민국.
바로 화합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입니다.
다른 하나는 세대 차이는 있지만 세대 갈등은 없는
대한민국입니다.
자식은 부모세대가 민주주의를 유보하며 외쳤던
'잘 살아 보세'를 존중하고
부모는 내 아이가 주장하는 '개혁과 사회정의'를 시대의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대한민국.
자식은 부모에게서 경험을 배우고 부모는 자식에게서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배우는 대한민국.
자식은 밝게 자라게 해 준 부모에게 감사하고
부모는 자식의 밝은 생각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대한민국.
바로 사랑으로 행복한 대한민국입니다.
국민 여러분!
이 세상을 떠날 때 가장 후회스러운 것은
높은 자리, 많은 돈을 갖지 못한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부모님을 한 번 더 찾아 뵙지 못한 것,
사랑하는 아이를 한 번 더 안아 주지 못한 것,
사랑하는 가족에게 더 잘해주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스럽답니다.
저도 IMF 후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전국의 노동자들을 설득하러 다니느라고 어머님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던 일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저의 이 편지가 부모님의 은혜를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
대한민국이라는 가족공동체를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효도 많이 하십시오.
우리 모두의 가슴에
마음으로 빨간 카네이션을 바치며...
2003년 5월 8일
대통령 노무현>
이 사람은 이 두 글에서 이미 노무현이라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어떤 분이고 앞으로 퇴임 후에도 어떻게 일하리라는 사실을 더 분명하고 확실하게 알게 되었소이다.
역사는 그냥 흘러가는 물이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