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후 전방위적이고도 깊은 삽질로 인해 세상이 들썩입니다. 이명박 탄핵 서명에 50만명이 넘게 참여했다고 하고 온라인은 이명박 조롱과 반대로 넘쳐나는 듯 합니다. 오늘 청계천에서 벌어지는 쇠고기 반대 집회를 두고서 시민광장 게시판에서도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노무현 대통령님과 유시민 의원님은 적어도 이명박 취임 후 6개월이 지날 때까지는 되도록 정치적 발언이나 행동을 자제하시는 게 맞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속칭 '허니문 기간'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죠. 그리고 그런 처신은 그분들을 지지하는 노사모나 우리 시민광장에게도 해당되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어찌됐든 이명박 정부의 전임 정부가 바로 참여정부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이명박 정부를 비판할 수 있고 조롱할 수 있고 반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최대한 많은 이들이 그러길 바랍니다. 시민광장 회원님들이 개인적인 차원으로 그렇게 하시는 것도 대환영입니다.
하지만 시민광장이나 노무현, 유시민 그 두분들의 이름을 걸고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이명박의 전임자로서, 그리고 그분들을 지지했던 이들로서의 최소한의 예의이기 때문입니다.
2002년 여중생추모 촛불시위를 기억해 봅니다. 당시 이름도 닉네임도 없던 순수한 네티즌들이 들었던 수많은 촛불들을 기억합니다. 당시 개혁당에서도 처음엔 깃발 들고 참여했다가 네티즌들이 깃발들을 원하지 않는 것을 명확히 하자 모두 깃발을 내리고 참여했었습니다.
헌데 언제부터인가 민노당과 반미단체들이 네티즌들의 촛불시위장을 장악하고 추모의 촛불과 SOFA 개정의 촛불을 미국반대, 미군철수의 촛불로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분위기를 그렇게 이끌어 나갔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이후 여중생 추모 소파개정 촛불시위는 흐지부지됐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탄핵 서명에 대해서도 저는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장 4년 전에 취임 1년만에 탄핵을 당한 대통령의 지지자였던 저는 이제 취임 2개월이 갓 지난 대통령을 어떤 이유에서든 탄핵하자고 하는 것에 썩 마음이 내키진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이명박을 반대하지 않는 것은 아닌데 말입니다.
지금은 노무현과 유시민의 시간도 아니고 노빠와 유빠들의 시간도 아닙니다. 이명박에게 사기당한 순진한 국민들의 체험과 저항의 학습의 시간입니다. 그들이 비록 이명박과 한나라당의 사기극에 분노하고 배신감을 느끼고 있을지언정 그 대안을 노무현과 유시민의 현실정치 복귀로 상정하는 데에는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뜸이 다 들지 않았는데 밥솥을 열어 김을 빼버리는 우를 범해선 안됩니다.
철저하게 국민과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들과 발걸음을 함께 해 나아갈 때 그들은 언젠가 그리고 마침내 우리들을 재평가하고 다시 불러줄 것입니다. 그것이 노공이산님이 봉하마을에 내려가서 한 명의 촌로로 한 명의 시민으로 돌아가신 이유이고 그런 노공이산님에게 많은 이들이 '노간지'라 하며 열광하며 봉하마을로 보러 가는 이유입니다. 만약 노무현 대통령님께서 퇴임하시자 마자 사사건건 이명박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현실정치에 개입하셨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노무현과 유시민은 한 사람의 시민으로, 시민들은 하나하나의 노무현과 유시민으로 그렇게 하나가 될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은 우리의 깃발을 접고 그들과 눈높이를 맞추어 함께 호흡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이 되고 그들은 또 다른 우리가 되는 것입니다.
어쨌든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왕인 국민들이 우리를 다시 불러 쓸 그 날이 그리 멀지 않아 보이는 것 같아 참 다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