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 결과는 한마디로 한나라당의 압승이다.
한나라당 밖에서 당선된 친박이 26명이란다. 어차피 곧 입당할 테니 153에 26을 더하면 179. 전 상임위를 콘트롤할 수 있는 소위 '안정 과반수' 168석에서 11석의 여유가 있을 정도니 압승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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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 총선이 끝난후, 강재섭 대표와 만나는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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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명박에게는 악몽도 이런 악몽이 없다. 박근혜가 당 안팎에서 60석의 캐스팅 보트를 틀어쥐고 있으니 보통 죽을 맛이 아니다. 박해자 박근혜를 계속 윽박지를 수만도 없고, 그 고집을 다 받아주자니 보통 일이 아니다.
운하도 파야 하고, 금산법, 건강보험, 방송 군기 잡기 등 해야 할 일이 하나 둘이 아닌데 매번 박근혜에게 발목 잡힐 수는 없다. 권력을 나눌 수 밖에. 박근혜에게 당권을 넘겨주고 협조를 받을 수 밖에는 다른 묘수가 없다. 정몽준이 걸리긴 하지만 지금 정몽준까지 챙길 여유가 어디 있나.
박근혜도 이제 임기를 시작한 대통령과 몇년을 계속 티격태격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밖에서 당선된 친박들을 입당시켜야 당내 입지가 탄탄해지는데 이명박과 타협하지 않을 수 없다. 두 사람의 중간 역할은 이상득이 맡지 않을까.
어쨌든 한나라당에 압승을 안겨준 국민의 고통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런데 일이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이명박 대통령이 인수위, 운하, 장관임명 등의로 그렇게 도와줬는데, 오죽하면 친이 후보자들이 임기 갓 시작한 대통령과 거리를 둬야 할 정도로 도와줬는데.
대통령의 실수로 깎아 먹은 표를 박근혜가 혼자 다 받아먹었으니 이명박은 패자, 박근혜는 승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한나라당 전체로 보면 플러스 마이너스 똔똔이다. 이명박과 박근혜의 짜고 친 고스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일이 이렇게 된 데는 우선 민주당이 치른 무감동 선거가 제일 큰 원인이다.
정동영과 손학규가 서울에 출마하는 것으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했으면 보통 안일한 사고방식이 아니다. 강금실, 박상천 등 지도부를 좀 더 서울에 출마시켜야 했고, 비례대표 김장수를 놓치면 안 되는 거였다.
그러다 보니 박재승의 공천은 바람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애꿎은 사람만 몇 정당하지 못한 이유로 희생시키고 말았다. 게다가 전략이라고는 고작 해야 견제를 호소하는 정도니 무슨 감흥이 있어 누가 표를 주겠나.
또 다른 문제는 대선에 이어 다시 한번 찍을 정당이 없었다는 점이다. 대선에서 마지 못해 누군가를 지지하고, 찍고 해봐야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경험한 게 바로 몇 달 전이다. 그러니 투표율이 46%다.
인터넷에서는 유시민의 창당에 대한 논의가 몇 차례 있었다. 유시민이 창당해서 전국을 상대로 유세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친박을 포함한 한나라당 과반을 막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유시민이 판을 달궜어도 투표율이 46%에 머물렀을까?
투표율이 60%였던 지난번 선거에서는 투표하고 이번엔 등산 간 사람들은 어떤 성향의 유권자들일까? 그 사람들이 투표했어도 수도권을 그렇게 통째로 한나라당에 진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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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대 총선 당시 대구에서 유세 중인 유시민 의원 ⓒ유시민 공식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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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유시민은 이번 선거에서 무엇을 얻었나? 지역주의란 망국병을 치유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됐을까? 득표율이 32.6%면 유시민이 아니더라도 어차피 한나라당 반대쪽에 던질 표와 친박의 반이명박 정서로 얻은 표 외에 유시민이었기 때문에 얻은 표는 몇 표나 될까?
어차피 떨어질 거면 창당해서 비례대표 15번쯤 받아서 한나라당이 이런 압승을 거두는 것도 막은 후 자신은 장렬히 전사하는 것과 한 개의 지역구에서 결과적으론 시민광장과 서프만 흥분시키고 실제로 얻은 건 없어 보이는 것 중에 어떤 선택이 옳은 선택이었을까?
유시민은 이번 총선에서 낙선함으로써 열린우리당이 간판을 내리게 된 것에 대한 책임을 지려 했던 것 같다. 그의 순수성은 인정하고 또 높이 산다. 그런데 그 순수성은 우리 정치 수준에서 국민에게는 인정을 못 받고 동료 정치인들에게는 부담스럽기만 하다.
이번 선거만큼 그를 절실히 요구했던 선거는 없었다. 다른 사람 어느 사람도 해결하지 못할 큰 문제가 있었다. 유시민은 그 부름에 답하여 리더로서의 역할을 떠맡는 대신, 자신을 과소평가하고 아직 리더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한 나이브한 면을 보여줬다.
리더도 아닌 사람들이 너도나도 리더라고 하는 것도 꼴불견이지만, 리더임에도 나서야 할 자리에서 겸손만 차리는 것도 안된다. 통합신당 경선에서 뜻밖에 일찍 사퇴를 해버린 그를 보고서 느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을 이번 대구출마를 보며 느꼈다.
유시민이 이번 총선을 돌아보며 그의 대구 무소속 출마를 이런 각도에서도 한번 봐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