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싸인 하세요."
갑자기 짜증이 확 밀려왔다. 안그래도 제대로 찍을 휴보가 없어서 고민고민하며 찾아왔는데, 싸인하라고 디미는 책자를 보자 불콰해졌다.
"저기요, 왜 내 싸인을 거꾸로 해야합니까? 당신들이 편해야 합니까? 유권자인 우리의 싸인은 아무렇게나 찍찍거려도 되는겁니까? 책자를 바로 돌려 주세요."
나의 갑작스런 언행에 주위의 시선이 우리 부부에게로 쏠렸다. "네?" 하고 되묻는 선관위 직원인듯한 사람이 뜻밖이라는 표정으로 쳐다 보았다.
"아니, 내 말은 그쪽에선 명단이 바로 보이지만 정작 당사자인 나는 나의 이름을 거꾸로 보고 그 옆에 싸인하니 기분이 상해서 그럽니다. 바로 돌려 주세요."
그때서야 그 사람은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았나보다. 멋적게 책자를 돌려놓자 나는 싸인을 하고 용지 두장을 받아들었다. 기표를 하고 나오면서 설핏 그 쪽을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나는 괜히 어슬픈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 사람은 가렵지도 않을 머리를 긁적였고...
투표장을 빠져나오자마자 마누라가 우산을 펼친 뒤 팔장을 끼며 한마디 한다.
"뭐할라고 그래예. 창피해 죽겠더만..."
"이 싸아람이~! 그란끼네 공무원들이 고개 빠빳하지. 불편부당하믄 당당하게 소리쳐야재. 우리가 낸 세금으로 봉급받는 공복들 아닌감? 내 이름 옆에 당당하게 싸인을 하는데 거꾸로 하는게 기분좋아?"
"그야 그렇지만..."
"대수롭지 않을지 몰라도, 내라도 한마디 해 줘야지 그 사람들도 한번쯤 생각해 볼꺼 아이가."
여태 투표하러갈 때마다 생각하고 있던 말이었는데 하고나니 속이 후련했다.
"그나저나 이눔의 비는 투표 때마다 오쌌노. 지난 울산/제주 경선 때도 글터만..."하고 '비맞은 중 담 모퉁이 돌아가며 중얼거리듯' 투덜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덧글 : 대구 수성을에서 낭보가 전해지길 학수고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