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30분, 대구 수성구 지산사거리. ‘기호7번 유시민’ 마크가 선명한 노란티셔츠를 입은 중장년 자원봉사자들이 유세차량에서 흘러나오는 경쾌한 음악에 맞추어 발랄한 율동을 시작한다.
신호를 기다리던 자가용 운전자, 버스기사, 버스에 탄 승객들 모두 관심있게 바라보고 어떤 운전자는 창문을 내리고 손가락으로 승리의 V 신호를 보낸다.
횡단보도에 선 30대 중반의 여성에게 슬며시 말을 건넸다. “유시민 후보 어떻게 생각하세요? ”
유난히 부끄러움을 잘 타는 경상도 여인답게 수줍지만 환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두 달 전, 유시민 후보는 봉사자 한 명만을 달랑 대동한 채 수성구 구석구석을 맨 발로 누비며 나홀로 유세를 했다.
싸늘한 시선, 무심한 표정, 중앙 정치무대에서 국회의원으로, 장관으로 맹활약을 펼쳤던 유시민 후보가 고향인 대구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그를 대하는 대구시민의 반응은 냉담했고 차가웠다.
마치 바위에 계란치기라며 비웃는 듯, 이명박의 측근이며 실세라는 주호영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는 거의 30%이상 벌어져 있어 누가봐도 유시민 후보의 대구출마는 무모한 도전인 듯 싶었다.
대구가 변했다.
그러나 선거를 닷새 앞 둔 대구 수성을구는 달라져 있었다.
유세 초반 ‘대구사람 유시민’을 대표 슬로건으로 내세워야 했을 만큼 ‘유시민이 대구사람’이라는 사실 조차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 지역 유권자증 유시민이 대구사람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만큼 발이 닳도록 뛰었던 셈.
100년 전통의 수성초등학교(48회), 대륜중학교(45회), 심인고등학교(19회), 초중고를 같은 지역에서 다녔던 만큼 동문의 역할이 큰 힘이 되었고 유시민이 대구사람이란 것을 각인시키는 데에 공이 컸다.
그런 가운데 몇 번의 지역방송 토론회를 통해 ‘똑똑한 사람 유시민’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나갔고 30대 연령층의 지지율에서 주호영 후보를 앞서나가기 시작하면서 전체 지지율의 격차가 급격하게 좁혀졌다.
전통적 보수의 대명사인 대구.경북에서 진보적 정치인 한 명을 탄생시키지 못하면 낙후된 정치를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유시민 후보가 보건복지부 장관시절 펼친 노인복지정책으로 혜택을 입었다는 인식이 노인층을 변화시키고 있다.
'유시민을 국회로, 주호영을 청와대로'
메인 슬로건이 바뀌었다. 듣기에 따라서는 상대 후보의 위상을 매우 높게 쳐 주는 듯한 뉘앙스를 담고 있지만 가만히 뜯어보면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슬로건이다. 누구의 아이디어 인지 유시민 후보에게 물었다.
“지금까지 나왔던 슬로건 중 가장 파격적인 슬로건으로 보이는데요? ”
“동창모임에 갔다가 우스개 소리로 이야기를 했어요. ‘유시민은 국회로 보내고, 주호영은 청와대로 보내면 모두에게 좋지 않겠냐’ 그랬더니 모두 무릎을 치며 그게 설득력이 있겠다는 거예요.”
‘유시민은 국회로, 주호영은 청와대로’는 곱씹을수록 맛이 우러나는 전략적인 슬로건이다.
국회의원과 장관을 지낸 참여정부의 핵심인 유시민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이명박의 측근이자 실세로 통하는 주호영을 선택할 것이냐의 기로에서, 오랜 세월 낙후된 수성을구의 발전을 바라는 주민들에게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하기 보다 ‘둘 다 잘 활용해서 지역발전을 극대화하라’는 전술적 선택의 활로를 열어놓은 셈.
주호영 후보야 새 정부의 실세라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되도 청와대에 가서 일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뜻을 담고 있어, 한나라당 후보를 선택하지 않아도 마음 편할 수 있다는 배려와 함께 유시민 후보 자신을 선택해 달라는 우회적이고도 겸손한 표현인 것이다.
대구가 뒤집어 진다.
당장 여론조사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큰 변화다. '누구를 지지하느냐' 라는 질문에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부동층과 함께 ‘마음에 두고 있는 후보가 있는데 지금은 말하기 곤란하다’라고 대답하는 애매한 유보층이 폭넓게 존재한다는 것.
유시민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지역적으로 한나라당 지지층이 뿌리깊은 곳에서 ‘지지정당은 어디, 지지후보는 누구’라는 선택이 확고 부동하게 나타났던 과거에 비한다면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바로 유시민 바람의 효과 아니겠느냐”라며 “선거 당일 결정하겠다는 유권자도 적지 않다”고 귀띰한다.
후보 출마이후 지속적인 하향세를 보여 40%대의 지지율을 보이는 주호영 후보와, 출마선언 후 가파른 상승곡선을 이어가 30% 지지율을 이미 상향 돌파한 유시민 후보의 지지율이 어느 시점에서 교차할 것인가 초미의 관심인 가운데, 마지막 주말을 맞아 ‘4546대구투어’에 참여키 위한 자원봉사자의 발길이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 서프라이즈 특별취재단 . 대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