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큰 남자가 외박을 했습니다. 변명하자면 아내 몰래 한 것은 아니고요. 허락 없이 했습니다. 지금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으니 제가 무사하다는 사실은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아실테고 1박 2일간, 대구 수성구 주민이 되어 본 소감을 몇 가지 짧은 삽화를 통해 말해 보고자 합니다.
에피소드 1
동대구역에서 택시를 타고 기사님에게 수성구 동아백화점으로 가자며 바로 말을 걸었습니다. 나이 지긋한 택시 기사님은 의외로 현 대구 총선 판세에 대해 정확히 진단하고 있었습니다.
토지 : 수성구에 출마한 유시민 의원이 대구사람이라 카던데 아십니꺼?
기사 : 이번에 주호영이를 이기야 될낀데, 유시민이는 지역 기반이 없다 아인교.
토지 : 그래서 유시민 의원 응원하러 왔어예. 같은 대구 사람들이 좀 많이 지지해 주면 좋겠더만 너무 하네예.
기사 : 한 22% 나오는 것 같더만.
토지 : (의외의 표정으로) 기사님 댁은 어디신데예?
기사 : 난 수성구 아이라 동굼더.
토지 : 수성구에 아는 사람 있습니꺼.
기사 : 수성구에 아는 사람이야 많지. 형제들도 다 그기 사는교. 한 열명은 될끼라.
토지 : 이명박이가 뭐가 좋아서 주호영이를 찍십니꺼.
기사 : 한나라당이라 그렇지, 그런데 이번에는 그렇게 알될꺼구만, 홍사덕이 될끼라.
토지 : 박근혜가 한나라당 살려놨는데 이명박이 팽했다 아입니꺼. 강재섭이나 주호영이나 똑같이 배신한 놈인데 대구 사람들은 왜 주호영이 찍을라 카는데예.
기사 : 노무현 때문에 가스값 너무 올라가 사는게 말이 아인데 유시민이는 노무현 밑에 있었다 아잉교.
토지 : 노무현 대통령님 끝까지 지켜준 의리있는 사람 아입니꺼. 소신있게 일 잘할낍니더 함 키아 주이소.
기사 : (갑자기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살짝 끄덕임)
토지 : ......
기사 : 내사 마 이맹박이 싫어 이회창 찍어 줄라 카다가 잘못하면 정동영이 될꺼 같아서 이맹박이 찍었다 아잉교.
토지 : (말이 딴데로 샐 것 같아서) 저는 이번에 내려와서 100표는 얻어 갈라꼬예. 나 같은 사람이 100표만 만들면 당선 안되겠심니꺼.
기사 : 내 이번 제사때 만나면 유시민이 찍으라고 하께요.
토지 : 저하고 약속했심니더. 기사님 믿고 열 표는 확보했심니더.
기사 : 알겠고마. 그런데 내가 찍으라고 말해도 가들이 찍을랑가 모르겠구만.
토지 : (요금을 지불하며)기사님이 찍으라고 카면 찍을겁니더. 잔돈은 두시고요.
기사님과의 꽤 긴 대화를 잛게 요약했습니다. 대구 사람들의 기본 정서는 반이명박 VS 친박근혜인 것 같았습니다. 대구 사람들의 일반적인 정서상 주군을 배신하고 등에 칼 꽂는 인간들은 상종할 가치가 없는 사람으로 취급하더군요.
친이명박 주호영 VS 의리와 소신의 대구남자 유시민은 이번 수성구을 총선 판세를 뒤엎을 매우 효과적인 구도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에피소드 2
마트 입구 양쪽으로 가득 메운 유티즌들은 동반자, 올챙이송,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로고송과 함께 신나고 즐겁게 율동을 합니다.
유시민 의원님은 유티즌들의 열정에 화답이라도 하는 것처럼 목소리를 높여 연설을 합니다. 연설 도중에 지나가는 차량에서 창문이 열리면 운전자와 눈을 마주치고 같이 손을 흔들어 줍니다.
제가 서 있는 곳 건물에서 물끄러미 유세현장을 지켜보던 한 사람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 건물에 있는 태권도장 사범이었습니다.
토지 : 유시민 의원이 대구 사람이란 것 아셨습니까?
사범 : 대구 사람입니꺼. (고개를 갸우뚱하며)
토지 : 수성초등학교, 대륜중, 심인고 나오고, 어머님이 여기 수성현대시장에서 지금도 장사하고 있지요.
사범 : 아! 그래예.
토지 : 사범님은 어디 사십니까?
사범 : 지산동요.
토지 : 기호 7번입니다. 유시민. 꼭 찍어 주세요.
사범 : (고개를 끄덕이며) 그럴께요.
토지 : 혼자만 찍지 마시고, 주위 분들에게 꼭 찍으라고 해 주이소.
사범 : (고개만 끄덕인다.)
그 사람은 투박하게 짧은 답변을 하는 전형적인 대구 남자였습니다. 한번도 이런 류의 유세현장을 본 적이 없는 듯 신기하게 바라 보더군요. 태권도장 사범이면 아이들 태우고 이리 저리 다녔을텐데, 아직도 유시민 의원님이 출마한 사실도, 대구 남자라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의원님이 유세 차량 위에서 핏대 세워가며 외친 목소리가 있습니다.
“존경하는 주호영 의원님, 제발 방송 토론에 나와 주십시오. 간곡히 요청합니다.!!”
에피소드 3
열정적인 유세단에 잔뜩 고무되어 수성4가 거리로 예정에 없었던 유세가 추가로 진행되었습니다. 주룩주룩 빗방울이 떨어지는 가운데 우의를 입고도 신나게 율동을 하는 모습은 대구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유발시키나 봅니다.
지나가는 차량이 유세 현장 앞에서 서행을 합니다.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한 모양입니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받기 위해 서 있는 분들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시장 근처라서 근런지 대게 나이든 할머니였으며, 간혹 젊은 아주머니도 계셨습니다.
3-1 황당
토지 : 유시민 의원님 대구사람이라는 것 아십니까?
아줌1 : 대구 사람 아이다 카데.
토지 : 예?! 유시민 의원은 수성초등학교와 대륜중, 심인고를 나오......
아줌1 : (말을 끊으며) 방송에 나와서 자기는 대구 사람 아니고 전라도 사람이라고 지가 지 입으로 직접 말했다 안카능교. 그래서 나는 유시민 싫어요.
3-2 고민
토지 : 유시민 의원님 기호 7번입니다.
아줌2 :(서울 말씨)저는 찍지요. 그런데 이번에 대구에 당선 되시려고 나온게 아닌걸로 알고 있는데요.
토지 : 당연히 당선되시려고 출마한 거죠. 아주머니가 투표하시면 꼭 당선될 겁니다. 주위 이웃분들에게 기호 7번 유시민 의원님 찍으라고 권해 주세요.
아줌2 : 글쎄요, 되겠어요?
토지 : 아주머니가 10표만 확보해 주시면 반드시 됩니다.
3-3 격려
토지 : 유시민 의원이 대구 남자라는 것 아십니꺼?
할매3 : 아-들이 찍어라 카데.
토지 : 할머니, 꼭 찍어 주시고요. 주위 친구분들에게도 꼭 권해 주이소
할매3 : 내가 이 동네 사람들은 싹 다 알지.
토지 : 할머니, 한 30표만 부탁할께예. 유시민이 아들이라 생각하고 함 키아 주이소.
할매3 : 그랄꼬마
행단보도를 지나는 사람들 저마다 소신이 다르고 무응답층도 있었습니다. “유시민이 마~ 한나라당으로 나오면 바로 찍어삘긴데.” 라고 말씀하시는 할머니도 계셨습니다. 그러나 열에 일곱 분 정도는 의원님에게 호감을 표하며 당선되면 좋겠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러나 반응은 그렇게 하시지만 막상 당선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 두 세 분, 아니 거의 확신을 못하시더군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신 분들이 기호 7번, 대구 남자 유시민을 찍으면 100% 당선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오랜 관성의 법칙으로 무조건 한나라당을 찍으신 분들과 또 그러한 모습을 지켜보신 분들이 과연 유시민 의원님이 당선될까? 아직 확신이 서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10일 남았습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이번 주 말 2일만 있습니다.
대구 수성구를 그냥 확 뒤집어 엎어 버릴 정도로 많은 분들이 함께 합시다. 대구 수성구 유권자들에게 강한 확신을 줍시다. 대구 수성구 유권자들이 “이번에 유시민이가 진짜 되겠고만...”이라고 생각하고 말할 수 있도록 합시다.
제가 이번에 100표 확보했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나 같은 사람 1,000명이 수성구을 유권자 100분만 만나면 유시민 의원님 반드시 당선된다는 확신을 가집시다.
유시민 의원님이 직접 요청하시는 말씀 다들 들으셨죠?
“우리 함께 좀 더 큰 힘 보내 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