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열린우리당 비대위 위원 여러분!
통합신당의 출범을 지지하는 의원 여러분!
어느 사이 병술년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우리의 선현들은 시간이 너무도 빨리 지난다 하여 ‘흐르는 물’과 ‘쏜 화살’로 즐겨 비유하곤 했습니다.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니 병술년 끝자락에 이미 정해년이 서성거리고 있는 게 보이는군요.
열린우리당 비대위 위원 여러분!
통합신당의 출범을 지지하는 의원 여러분!
여러분들은 지금 폭우가 쏟아지고 있는 어느 야산의 진흙탕에서 구덩이를 파고 있는 것이나 진배없습니다.
마치 가족 모두를 버리고 스스로 자결하려는 사람들처럼 말입니다.
이 얼마나 비통한 장면입니까?
2007년 2월 14일 수요일에 전당대회를 치르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통탄해 마지않을 일입니다.
<...열린우리당이 창당된 이래 당원이 참석해야 하는 대규모의 행사는 모두 토, 일요일을 기해 이루어졌다. 창당초기부터 당원이 중심이 되는 상향식의 정당구조를 표방하며 출발하였기 때문에 대부분이 생활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는 당원들이 참석할 수 있으려면 당연히 주말 이외의 날을 잡을 수 없었고, 이것은 동원된 청중들에 의해 얼렁뚱땅 진행되는 과거의 구태를 벗어던진 획기적으로 진화된 정당으로 변신한 하나의 징표와 같은 것이었다...>
여러분들과 뜻을 달리하는 한 당원은 전당대회 날짜의 부당성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러분들이 내세우는 통합신당의 대의명분은 ‘평화 개혁세력의 결집’을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이는 삼척동자도 코웃음을 칠 만한 비겁한 짓입니다. 단순히 표만 끌어모으겠다는 치졸한 발상으로 국민들은 기가 차서 비웃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정경유착과 부정부패, 밀실야합으로 날을 지새우고, 틈만 나면 국정의 발목잡기로 일관하는 당리당략의 낡은 정치, 국민을 분열시키며 기득권을 지켜왔던 지역주의 낡은 정치가 그 생명을 마감하고, 변화와 개혁을 열망하는 국민의 요구와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는 정책정당, 국민참여정당, 국민통합정당의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였음을 선포한다...(중략)
...우리는 민주화와 개혁을 위해 헌신했던 분들, 산업화시대를 이끌어온 양심적 주역, 새로운 시대정신과 전문능력을 갖춘 분들, 그리고 무엇보다 새로운 정치를 염원하는 국민의 힘을 하나로 결집해가는 열린우리당의 출범을 내외에 선포하면서, 국민통합과 정치개혁이라는 우리에게 맡겨진 역사적 소명을 실현하기 위한 우리의 결의를 다음과 같이 천명한다... >
이미 여러분은 ‘평화 개혁세력의 결집’을 3년 전에 국민 앞에 엄숙히 선언한 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을 사수하겠다며 통합신당을 반대하는 열린우리당 당원과 의원들은 ‘반평화개혁 세력’이라도 된다는 것인가요?
<...하나, 우리는 양심적이고 개혁적인 각계각층의 역량을 총집결하여 다가오는 17대 총선에서 제1당이 되어 국민통합과 정치개혁이라는 우리에게 맡겨진 역사적 소명을 다할 것을 결의한다...>
그래서 국민들은 열린우리당을 제1당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무얼 했습니까? 여러분들에 맡겨진 국민통합과 정치개혁을 위해 여러분들의 결의대로 <역사적 소명을 다> 했습니까?
중구난방, 죄충우돌로 대통령과 정부의 발목을 잡았고 개혁 입법은 손도 대지 못했습니다.
열린우리당 비대위 위원 여러분!
통합신당을 지지하는 의원 여러분!
국민을 우습게 보지 마시기 바랍니다.
당원을 가볍게 보지 마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은 틈만 나면 대통령 때문에 당 지지도가 떨어진다고 ‘합창’을 했지만 ‘실체적 진실’은 정반대라는 게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는 대통령 지지도가 20% 대에 진입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지지율은 여전히 10%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지역 구도를 타파하고 전국정당의 기치 아래 창당선언을 했음에도 여러분들의 현재 모습은 스스로 정체성을 부인하면서 자신의 집을 ‘도적의 소굴’로 만들고야 말겠다는 어리석은 짓을 하는 것이나 매한가지입니다.
지금 여러분들이 눈가리고 아옹하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그 모습을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습니다.
당장 여러분들에게 필요한 일은 석고대죄하며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는 일입니다.
가정에서도 자식이 큰 잘못을 범했을 때 부모에게 용서를 구하면 어느 부모가 마다하겠습니까?
국민은 여러분들의 부모입니다.
2월 14일의 전당대회 날짜는 즉각 변경되어야 하며 통합신당에 관한 사전 의제를 정하는 일도 금해야 합니다.
앞으로 여러분들에게는 더 이상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가 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이번에 신중한 선택을 하셔서 국민의 사랑을 다시 회복하기를 앙망하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여러분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