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새해의 소망을 이렇게 표현했다고 합니다. 말이야 뭐 크게 탓할 것은 없지만 정말 정치인들의 소망을 너무 솔직히 표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각기 다른 생각들과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모이자는 의미일 것입니다.
생각없이 모이는 것을 바라는 정치인들.
열린우리당의 전당대회가 2007년 2월 14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비대위의 결정은 일단 그렇게 정해졌습니다. 그런데 그 날이 명절을 몇일 앞둔 수요일이군요. 아마도 직장다니는 대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는 듯 합니다. 뭐 좀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 좀 피곤하긴 하죠?
할 일이 없거나 자영업을 하거나 전문직에 종사하기 때문에 시간이 자유로운 사람들이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지금의 통합론자들을 반대하는 세력이 상당부분 직장인들이라는 의미입니다. 전당대회가 아주 순조롭게 반대파들의 참여없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반대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좀 안 왔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소망을 담아서 날자를 정한 모양입니다. 무심운집이라는 글자와 잘 맞아 떨어지는군요. 누구든 구름처럼 모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반대하는 생각을 접은 사람들만 구름처럼 모이라는 바램이 이루어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무심과 운집은 서로 모순입니다.
과거에는 정치인들이 그저 지지자들이 모여드는 것 만으로도 즐거워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정치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죠. 그저 정치인들에게 굴종하던 국민들이 어느 새 당원이라는 이름으로 모여서 정치인들을 질책하고 나무라는 상황이 매우 적응불가한 상황이라고 느끼게 된 모양입니다.
운집은 고마운 일이지만 생각은 좀 하지 말아달라는 바램이 있을 것입니다. 사실 운집과 무심은 서로 어울릴 수 없는 말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각기 다른 생각과 견해를 가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대화나 토론이 필요한 것이죠. 그런데 무심인 상태로 운집만 할 수가 있을까요? 운집한 사람들이 동시에 무심할 수 있을까요? 이것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정치인들의 소망일 뿐입니다.
무심을 요구하면 운집하지도 않을 것이고 운집한 사람들은 모두 각기 자신의 주장을 말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서로 심하게 모순된 조어가 되어 버립니다. 우선순위를 하나 두어야 할 것입니다. 아마도 열린우리당의 정치인들은 운집보다는 무심을 더욱 선호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치는 갈등을 풀어내는 장이어야한다.
본디 정치란 서로 다른 생각들을 모아서 절충하고 풀어내는 장이어야 합니다. 사천팔백만이 모두 다른 생각을 갖고 있지만 대부분이 공감하는 부분은 항상 있게 마련이죠. 그것을 찾아서 넓혀가고 조정하는 기능이 바로 정치의 몫입니다.
결국 정치인들이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스스로 생각이 다름에 대하여 대단히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 것입니다. 우리의 국회가 돌아가는 꼴을 보면 사실 갈등조정의 역할은 전무하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매일 하나하나의 정책을 두고 정쟁으로 날이 새고 있습니다. 서로 선거를 이기기 위한 목적으로 극한 대립을 즐기는 모습입니
다.
자신들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카타르시스를 위하여 멱살을 잡고 난투극를 벌이기도 합니다. 그러고는 카메라가 없어지면 곧 바로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룸싸롱을 다니는 그들입니다. 물론 그런 것을 요구하는 유권자가 존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조작된 갈등조차 풀어나갈 능력이 없는 정치인들이 한심한 일이기도 하지만 유권자들도 별반 개념이 탑재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우리동네 출신은 우선지지, 다른 동네출신은 우선배제, 잘싸우는 국회의원 우대, 이런 엉터리 기준들이 작동하는 장에서 홀로 외롭게 갈등의 조정을 위해 노력하고 앞장설 용감무식한 정치인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것이 우리정치의 현실입니다.
모든 갈등은 가장 원론적인 원칙에 입각해야 합니다. 서로 합의가 안되면 절차에 정해진 것처럼 표결을 하고 결과에 승복하면 되는 일입니다. 그러한 정당한 절차를 피하고 자신들이 유리한 결과를 만들려는 것에서 매번 난장판이 되곤 하는 것입니다.
과거 국회가 탄핵안을 의결하려 할 때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몸으로 막았던 것은 절박하다고 인정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원칙을 벗어난 행동임이 분명합니다. 합의가 안되었으니 표결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죠. 한나라당이 법사위를 맡아서 법률안들의 상정을 막고 본희의장을 점거하여 표결을 막은 것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모두 잘못된 행위입니다. 민노당이 소수라는 변명으로 육탄전을 불사하며 막는 행위들도 모두 잘못된 것입니다.
원칙은 지키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행위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국민이 엄중히 물어야 하는 것입니다. 아마도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엄중한 책임추궁을 가장 싫어하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없이는 후진 정치를 모면할 길이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당비대위는 졸렬하다.
정치는 한없이 넓은 포용력을 가지고 국민의 지지를 모아야 합니다. 생각없는 사람들만 모아서 숫자를 불릴 것이 아니라 생각있는 모든 사람들을 모아서 그것을 융화시키고 녹여서 하나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길은 원칙에 입각하면 저절로 열릴 수 있는 것입니다.
여당은 반대하는 당원들도 모두 참여가 가능하게 노력하고 그런 가운데 자신들의 뜻을 설득하고 이해시켜 나가야 합니다. 만일 그래도 당원들이 반대한다면 그것은 옳지 않은 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공멸을 자초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데 평일을 전당대회 일자로 잡아서 직장을 가진 대의원들이 참석할 수 없도록 한 것은 대단히 졸렬한 행위입니다. 과거 노동법 날치기 국회를 연상하게 됩니다. 야당의 반대를 의식해서 몰래 여당의원들을 소집하고 날치기하던 신한국당의 모습이 투영되는 모습입니다.
한 때는 선거운동에 앞장서고 후원금도 내고 당비도 내며 자신들을 도우려 했던 당원들조차 배제하려는 것이 바로 무심운집이라면 그들이 하는 정치는 이미 정치가 아닙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협잡일 것입니다. 제발 좀 당당한 정치를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