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이 16일 발표한 비례 국회의원 후보에 대한 내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비례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전략공천의 기준이 불분명한데다, 이들이 과연 '진보' 후보로서의 정체성에 부합하느냐는 논란이 그것이다.
진보신당 비례후보는 1번부터 차례대로 박영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남신(이랜드노조) 피우진(예비역 중령) 김석준(부산대 교수, 전 영남노동운동연구소장) 유의선(전국빈민연합) 이선근(전 민노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이선희(전 민노당 종로 위원장), 김상봉(전남대 교수, 학벌없는사회) 조점순(한국노총 중앙위원, 금융노조) 임한솔(전 민노당 성대 학생위원장) 최은희(전 민노당 보건의료 연구원) 김상하(민변)씨다.
비례후보선정 노동은 취약, 농민은 아예 없어애초 심상정 공동대표는 비례후보 선정과 관련해 "예비내각 성격의 비례명부를 작성해 이명박 정권의 각 분야별 정책에 대한 대안정책을 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성을 우선하겠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비례후보들을 보면 전문성에서는 비교적 무난하지만, 계급성은 물론이고 진보적인 정체성조차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올만한다. '노동자 정치세력화' 혹은 '노동자민중 정치세력화'라고 이름 붙이기가 무색한 것이다.
우선 12명의 비례후보들 중 농민은 없고, 노동은 부문으로 격하된 느낌이 강하다. '비정규직'을 대표하는 이남신 후보가 있지만, 내부 분위기나 신당의 발언들을 종합해보면 소수자로서의 부문 대표성에 가깝다. 9번인 조점순 후보는 여성 혹은 금융을 대표하고 있다. 심상정 의원이 "가볍게 도와달라고 해서" 출마했다는 조 후보는 "금융기관에 몸담고 있다보니 금융인으로서의 관심이 크다"며 "은행생활만 30년을 했고 이외에 특별히 다른 노동운동을 해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선정에서 '노동'이 취약해진 것은 진보신당이 실제 현장에서의 기반이 거의 없다는 사정 때문이기도 하다. 지도부가 평등파 성향인 민주노총내 산별연맹들에서도 배타적 지지방침 철회 시도가 잇달아 무산된데다, 단위노조 차원에서도 '민주노동당 탈당 및 신당으로의 조직화'는 별다른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농민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애초 진보신당은 소위 '대안농업연대회의'를 통해 전농 이외의 농업종사자들을 모은다는 계획이었지만 농업인 몇명이 창당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렸을 뿐, '대안농업연대회의'는 사실상 활동이 없는 단체다.
군에 대한 시각, 특전사 간부 경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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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의 비례후보 12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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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진보신당연대회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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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내에서는 기호 3번 피우진 후보에게 논란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피우진 후보가 현재에도 군에 복귀하기 위해 '강제 전역 처분'을 놓고 다투고 있는 신분인데다, 79년부터 2006년 말까지 장교로 재직한 '영관급' 고위군인이 진보정당 후보로 적합하냐는 것이다.
그는 79년 소위로 임관한 뒤 여군 훈련소 중대장, 특전사 중대장, 1군사령부 여군대장, 205항공대대 중대장, 16항공대 부대장, 11항공단 본부 부단장 등을 거쳤다. 특히 진보신당 내에서는 그가 80년도에 공수특전사 중대장으로 근무했었던 경력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전진'의 한 회원은 "피우진 중령은 광주항쟁 당시에도 특전사 간부였던 걸로 들었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군대를 사랑한다는 비례후보가 같은 당에 있어도 되는건지 착잡하다"고 말했다.
피우진 후보는 17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79년 12월 소위로 특전사에 파견되어 특전교육을 받았고, 80년도 7월부터 81년도 6월까지 특전사 여군 중대장(중위)으로 있었다"고 말했다.
'전두환 정권에 대한 문제의식은 없었냐?'는 질문에 그는 "우리는(군대에서는) 잘 몰랐다"고 말했고,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대답하기가 대단히 난해한 문제"라고만 답변했다.
노회찬 공동대표의 제안으로 출마했다는 피우진 후보는 또한 군 복귀 여부에 대해 "재판 결과에 따라 결정하겠다"며 "지금 비례후보로 되어 있긴 하지만 꼭 당선되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진보신당 게시판에는 피우진 후보에게 양심적 병역거부와 이라크 파병, 국가보안법, 군축 등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이 쇄도하고 있다. 피 후보는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에 찬성하고 이라크 파병군은 철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당 내에서는 피우진 후보가 국방위에 가장 적합하고 영입하기가 쉽지않은 전문가라는 의견도 있지만, 반면 그가 무엇을 대표하는 후보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노총과의 관계설정 문제도 고민조점순 후보의 한국노총에 대한 입장, 진보신당과 한국노총의 관계설정 문제도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 내에서 간부(금융노조)를 맡고 있는 조점순 후보는, 기존에 한국노총의 노선에 대한 입장을 드러낸 바 없기 때문이다.
조 후보는 1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국노총의 이명박 지지 노선에 대해서는 "진보신당에서는 노선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뒤 "한국노총의 한나라당 지지 방침 때문에 진보신당 출마는 민감한 문제이고, 개인적으로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심 의원이 금융노조에 확인해서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아냈고 저도 개인의 정치적 자유는 있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한국노총의 비정규법, 노사관계로드맵 합의와 관련해서는 "내가 그런 문제를 논할만한 비중있는 사람은 아니다"라며 "개인입장보다는 금융노조나 진보신당의 입장을 따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
한편 2004년 총선에서 21.9%의 득표를 올린 거제의 나양주 전 대우조선노조위원장은 16일 "비례대표 2번은 서울대출신 엘리트 정규직이 아니라, 비정규직이어야 한다"고 이남신 후보 선정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현재 진보신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나씨는 "이랜드라는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성과 그동안 비정규직 투쟁에 앞장서온 이남신 수석부위원장님의 인격과 투쟁성을 존중한다"면서도 "진보신당의 비정규직 대표선수는 서울대 출신 정규직입니다라고 어떻게 설명할 거냐"고 말했다.
기사입력 : 2008-03-17 17:33:45
최종편집 : 2008-03-17 18: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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