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러나 아직 고백을 못 했다면 튜울립 한 송이를 선물하자. 튜울립의 꽃말은 "사랑의 고백" 그리고 "매혹"이다. 양파의 사촌격인 이 식물이 한 시대 한 장소의 사람을 매혹시킨 일이 있었다. 17세기 네덜란드. 바로 '자본주의 최초의 거품'으로 불리는 사건 속으로 가보자.
2. 선택에서 파국까지
(이 이야기는 상상이 가미된 소설이다. 여튼....)
암스테르담에서 화훼농장을 운영하는 우리친구 빌은 올해 필요한 튜울립 구근을 미리 사두었다. 다음날 빌과 같이 튜울립을 미리 구해두려는 사람이 나타나면서 값이 조금 올랐다. 그날 저녁 빌은 마침 사교클럽에 들려서 튜울립 예찬론과 함께 너스레를 떨었다. 빌에게 영향받은 몇몇이 다음날 시장을 찾게 됐다.
여기 까지는 한마리의 개미가 먹이를 물고 와서 동료를 자극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선택이란 상호작용을 통해 전체의 역량을 집중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개미 한마리가 두마리를 데려오고 다음번엔 또 두배로 또 두배로 늘어나듯이 튜울립에 뛰어드는 사람과 가격이 상호작용할수록 늘어만 간다. 상호작용의 결과가 원인을 강화시켜주는 싸이클을 형성하는 것이다.
몇 번 반복 후 튜울립은 화훼농장주의 사교클럽을 이탈해 귀족 투기꾼들의 탁자위에 등장했다. 처음엔 그저 그런 가십거리에 불과했던 튜울립은 빌의 사교클럽에서 처럼 어스순간 귀족들의 다른 모든 화제거리를 제치고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다. 그리고 암스테르담의 모든 저녁식탁에 오르기 까지는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어느날 아침 암스테르담은 튜울립으로 재탄생했다. 모든 사람들이 튜울립을 이야기했고 부자가 되었고 더 큰 부자가 되기 위해 집과 마차를 팔아 튜울립을 선택한 암스테르담의 대열에 참가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암스테르담에 외국배 한 척이 입항했다. 몇 년을 외국에서 떠돌던 배의 선원은 목이나 축이러 술집에 들렀다. 술집 주인이 술을 가지러 간 사이 선원은 선반위에서 먹음직스런 튜울립 양파 한 개를 발견했다. 그는 튜울립 양파를 집어내리더니 칼로 반을 쪼개서 우걱우걱 씹어먹었다. 술집 주인이 비명을 질렀고 손님들은 어처구니 없는 광경에 경악했다. 누군가 외쳤다. "당신은 지금 쌍두마차를 통째로 먹고 있는거야!" 선원은 되려 웃기다는 듯 태연하게 말했다. "외국에 나가면 이깟 튜울립이 지천인데 무슨놈의 쌍두마차?" 선원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순간 깨달았다. "맞는 말이다." 다음날 튜울립 가격은 무너졌고 암스테르담의 선택은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남겼다. 잘못된 선택에 도시 전체가 올인한 셈이다.
물론 개미도 잘못된 먹이를 선택할 수 있다. 너무 멀리있는 너무 영양가 없는 먹이가 개미집단의 유일한 먹이처럼 보일 수도 있고, 때로는 독극물을 먹이인 줄로 착각할 수도 있다. 먹이를 가져온 개미 한마리의 상호작용이 분명 더 많은 개미가 사냥에 나서게 하지만 한 두마리의 잘못된 선택이 집단 전체를 위기로 몰아가지는 않는다. 개미들은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17세기의 암스테르담 보다는 개미들이 더 똑똑한 셈이다.
다음 이야기는 다양성이다.
* 사랑하는 그(녀)에게 튜울립을 선물할 때는 상대의 매혹에 눈이 멀지 않도록 경계하자. 선택했으면 집중하는건 당연하지만 도가 지나치면 결말이 안좋다. 양다리가 꼭 나쁘기만 한건 아닐 수도 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