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나는 전 대통령 그런거 안 쓰겠다)이 봉하에서 띄운 두번째 편지가 아주 인상적이다.
|
홈페이지가 너무 빈약하고 불편해서 미안합니다. 하루빨리 개선하도록 하겠습니다.
개선된 사이트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제를 놓고 여러 사람이 서로 질문하고, 의견을 말하고, 자료를 올리고, 연구까지 공동으로 하는 방법을 채택하려고 합니다. 웹 2.0 개념으로 해보자는 것이지요.
3월 중으로 열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많은 참여를 기대합니다. |
아직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새로운 정당의 건설은 이렇게 서서히 시작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정당의 수준을 넘어서, 새로운 국가의 설계작업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5년간 산전수전 다 겪어가면서 갈고 닦은 우리들의 팀웍은, 이제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이 대열에 합류하는 자, 언젠가 그들이 바로세워진 이 나라의 설계자들이었노라고 기억될 날이 올 것이다.
잠시 얘기를 돌려서, 서얼 출신이지만 정조에 의해 중용되었던 박제가의 글 한 토막을 소개한다. 출처는 <궁핍한 날의 벗>이라는 책이다.
|
벽(癖)이 없는 사람은 버림받은 자이다. 벽이란 글자는 질병과 치우침으로 구성되어 편벽된 병을 앓는다는 의미가 된다. 벽이 편벽된 병을 의미하지만 고독하게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고, 전문적 기예를 익히는 자는 오직 벽을 가진 사람만이 가능하다.
김군은 늘 화원으로 날래게 달려가서 꽃을 주시한 채 하루 종일 눈 한번 꿈쩍하지 않는다. 꽃 아래 자리를 마련하여 누운 채 꼼짝도 않고 손님이 와도 말 한 마디 건네지 않는다. 그런 김군을 보고 미친 놈 아니면 멍청이라고 생각하여 손가락질하고 비웃는 자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그를 비웃는 웃음 소리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그 웃음 소리는 공허한 메아리만 남긴 채 생기가 싹 가시게 되리라.
김군은 만물을 스승으로 삼고 있다. 김군의 기예는 천고의 누구와 비교해도 훌륭하다. '백화보'를 그린 그는 '꽃의 역사'에 공헌한 공신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며, '향기의 나라'에서 제사를 올리는 위인의 하나가 될 것이다. 벽의 공훈이 참으로 거짓이 아니다!
아아! 벌벌 떨고 게으름이나 피우면서 천하의 대사를 그르치는 위인들은 편벽된 병이 없음을 뻐기고 있다. 그런 자들이 이 그림을 본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을사년(1785) 한여름에 초비당 주인이 글을 쓴다.
- 꽃에 미친 김군, 35p - |
요즘 많이 쓰는 말로 하자면 벽(癖)이라는 것은 매니아쯤 될 것 같다. 이것이 조선 정조 대에 우리에게 자생적으로 피어나고 있던 새 기운이라고 하면 큰 비약이 될지 모르겠다만은, 아무튼 이렇게 지금에 비겨봐도 하나 손색없는 생각이 담긴 글을 남겨준 우리의 조상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원래 좋아하기도 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을 또 새롭게 보게했던 사건들이 있었다.
2006년 6월의 한 기사에는 이런 것이 있다. <靑, 노대통령 ‘혁신 열정’ 소개>
|
차 수석은 노 대통령의 '혁신 열정'도 지난 해 초 한 토론회에서의 에피소드를 곁들여 소개했다. 일요일에 이지원 시스템 개발토론회에 개발팀의 보고를 받은 후, 노 대통령이 직접 칠판 앞으로 나가 설계의 기본개념을 하나하나 써 내려갔다는데, "마지막엔 칠판의 아래 부분에 쓰기 위해 무릎을 굽히고 앉아서 쓰실 정도였다."고 것이다. |
2006년 9월, MBC 백분토론에 노대통령이 출연했을 때였다. 한 시민논객이 이런 질문을 던진다.
|
연관한 질문으로는 지금 대통령님께서 진행하고 있는 어떤 정책 중에서 다음 정권 혹은 다음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연결하여 발전하는 그런 정책이 있었으면 하는 게 있다라면 어떤 것이 있는지 같이 듣고 싶습니다. |
대통령은 이런 대답을 한다.
|
꼭 그대로 갔으면 하는 정책은 내가 그동안에 애써했던 것은 다 그냥 갔으면 싶지요. 어느 것 하나 안 그런 게 있겠습니까? 다 또 걱정스럽... 왜냐하면 장기 프로젝트들이 좀 많거든요.
예를 들면 뭐 행정도시 문제도 그렇고 공공 기관 지방 이전에 관한 문제도 그렇고, 이런 장기 프로젝트가 많기 때문에... 제가 청와대에서 채택했다가 정부에 채택하고 있는, 소위 디지털 업무 관리 시스템, 소위 전자 정부의 핵심 프로세스라고 할 수 있는데, 디지털 업무 관리 시스템 같은 것이 그건 제대로 갔으면 좋겠어요.
'이지원'이라고 하는 거... 그게 제일 좀... 다른 건 별로 걱정이 안 되는데, 법으로 뒷받침되어 있어서. 전자 업무 처리 시스템 이거는 법으로 뒷받침이 없어서 올해 어떻게든 뿌리를 심어 놓으려고 하는데 걱정이 되네요. |
도대체 전자 업무 처리 시스템이 무엇이길래, 사활을 걸고 추진했던 행정 도시, 공공 기관 지방 이전과 같은 정책과 거의 같은 급으로 올려 놓았던 것일까.
2007년 1월 16일 대통령의 국무회의 모두발언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노 대통령 "정부정책 대선용 폄하는 정략적 공세">
|
(미소 지으며 입장) 가벼운 얘기 한마디 하고 넘어가자. 제가 지난 금요일 날 이지원 시스템 개발팀하고 몇 가지 논쟁이 붙어가지고 아주 무리하게 회의를 했다. 그래서 토요일 가면서 비행기에서 몸살이 났다. 그래서 좀 쉬고 저녁에 회담을 하고 그래서 컨디션 조절하느라 저녁에 회의 빼먹었다.
할일 다하고 밥만 먹는 자리니까 빠져도 상관없는데, 전에 없던 일이다. 한번 빠져 놓으니까 그게 얘기가 되는데, 조금도 외교상의 문제라든지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여러분들 그렇게 알고 계시라. |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2007년 12월의 CNN과의 인터뷰이다. <노 대통령, CNN 인터뷰…한미관계 미래에도 중요>
|
(책상을 보며) 제가 볼 때는 이 책상에 서류가 많이 없습니다. 책상도 굉장히 새것처럼 보이는데요, 노트북 컴퓨터가 하나 있는데 그것으로 업무를 처리하십니까?
서류가 많이 없는 게 아니고 하나도 없네요. 옛날에는 여기에 다 있었는데, 요즘은 다 없어졌습니다. 지금은 여기 서류를 받아 놓고 검토하고 결재하는 일은 전혀 없습니다. 지금 이게(노트북) 잘 작동하는지 모르겠는데, 실제로 바쁘기 때문에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서 토론하고 결정하는 일이 주로 이 사무실에서 이루어지고, 나머지 서류 검토나 결재에 해당되는 것은 주로 관저에서 합니다. 저녁 먹고도 하고, 마치고 돌아가서 휴식 좀 취한 다음에 다시 아주 화면이 큰 모니터 두 개짜리에 주로 합니다. (대통령, 노트북을 켜서 작동함)
이 소프트웨어를 직접 디자인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 전체적으로. 이건 내 취미 생활이지요? 취미 생활인데, 결국은 이것이 업무가 되어버렸지요. 이 프로그램 개발하는데 상당히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e지원 프로그램을 보며) 이것이 오늘 내가 관저에서 처리 중에 있는 문서들의 목록이고, 내가 즉시 결정해서 내려줘야 되는 문서들은 '지시바란다.'는 문서함에 있고요, 그다음에 보고이니까 '보십시오'라고 하는 것은 업무 보고로서 업무 보고함에 있고요, 직접 업무에 관계되는 건 아니지만, 참고로 보아 둘 만한 일들을 올려놓고, 그리고 회의 안건이 올라와 있지요.
보통 다른 대통령들이 하고 싶어 하는 그런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대통령이 이 프로그램에 뭔가 하시고 싶었던 동기라든가 달성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습니까?
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일반적으로 대통령이 좋아할 일도 아니고 또 해야 하는 일도 아니지요. 그러나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은 보통의 대통령들이 할 수 있는 일이고, 또 하면 대단히 효과적입니다. 말하자면 업무를 효과적으로 정리할 수 있지요. 우선 모든 의사소통이 이 시스템으로 되기 때문에 수시로 비서실의 비서에게 전화하고 또 확인하기 위해서 오라고 하고 가라고 하고 계속 그런 일도 없앨 수도 있고요. |
전형적인 매니아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런 사람의 입에서 웹 2.0이란 말이 나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고민하다보면 자연스레 도달하는 그 곳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내가 <참여정부의 기록물에 관련된 기사를 보며>를 썼을 때, 나는 이런 표현을 썼다.
|
이런 방대한 기록이 남을 수 있다는 것은 참여정부의 국정운영이 진실함과 성실함에 의해 추진되었고,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것이 체계적인 툴에 의해 관리되었다는 것을 가정해야만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
옛말에 '실력 없는 목수가 연장 탓 한다.'고 했지만, 아주 맞는 말은 아니다. 일하려는 사람에게 연장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가벼운 예이지만 나의 웹브라우저에는, 내가 블로그에 글을 쓰기 위해 직접 돌본 도구들이 곳곳마다 배치되어 있다. 클릭 수 하나를 줄이기 위한 싸움을 벌인 결과들이다.
한글로 된 어느 책들에서 가령 '뒤베르제의 법칙'이라는 것을 언급하고 있는가를 알고 싶다면, 네이버 책 검색에 가서 검색을 하면 될 것인데, 적당한 도구를 쓴다면 웹브라우저 차원에서 클릭 한 번없이 검색어 타이핑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 또한 뉴스 기사를 읽다가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에 줄을 긋고, 마우스 클릭 두 번으로 새로운 기사검색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것들은 아주 사소한 것 같지만, 경험을 해보면 작업의 능률면에서 차원을 다르게 한다.
어쨌든 나는 나 자신의 마음과 경험을 통하여, 노무현 대통령의 전자 문서 관리 체계에 대한 매니아적 열정을 이해한다. 이것은 이런걸 얘기해 줘도 "그런건 아랫사람 시키면 되지"라고 답할 것으로 뻔히 예상되는 공구리 삽자루 아저씨 수준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경지이다.
새로운 정당의 기초자료가 될 유시민 의원의 <대한민국 개조론>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이 책 역시 참여정부가 탄생시킨 보고서를 비롯한 방대한 자료에 많은 빚을 졌다는 것을 언급한다. 소중한 문서들이 그보다 더 기초적인 자료들을 바탕으로 탄생되고 있는 것이다.
방대하고 체계적인 자료에 대한 접근성이 얼마나 소중한지, 창조적 작업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지 못한다. 구텐베르그는 어떤 면에서 뉴턴보다 더 큰 영향을 세계사에 끼친 사람일 수 있는 것이다. 청와대에 공부하라고 들여보냈던 전자 문서 관리 매니아 노무현 학생의 유산이 우리의 좋은 토대가 될 것이다.
숙제
얼렁얼렁 여기 있는거 다 읽고 떼야, 새 정당 만들수 있습니다. 잘 모르는 거 있으면, 그동안 공부 많이 하고 돌아온 대통령한테 UCC 강연시키면 됩니다.
참여정부 국정운영백서
참여정부 정책보고서 77권
비전2030 보고서
그리고 참여정부에서 많이 다듬고 가꾼 국가 통계자료 e-나라지표도 앞으로 효과적으로 이용해야 합니다. 철저하게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정당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공부하며 진화하는 지식공동체를 만들어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