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편 흠집내기
미 민주당의 두 대선예비후보 버럭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에게 내일(한국시간, 현지시간은 3월 4일 화요일)은 중대한 날입니다. 내일 오하이오, 텍사스, 버몬트, 로데 아일랜드 4곳에서 동시에 예비선거가 열려, 두 후보 중 한 명을 민주당후보로 결정하게 되기 때문이지요.
누가 민주당 후보가 되느냐를 판가름할 이 접전을 채 24시간도 남겨 두지 않고 있어서인지, 방금 전 들어온 뉴스를 보면 두 후보는 오늘도 불꽃 튀는 상대편 흠집내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힐러리 진영은 TV 광고를 통해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는 데 열중한 나머지 아프카니스탄에서의 군사력에 대해 논의하는 상원의 한 위원회에 무단결석(AWOL)을 했다.”고 먼저 비난했습니다. 그러자 오바마 진영은 즉각 반격을 했습니다. 지난달 상원의 무기위원회가 개최한 아프카니스탄 청문회에 결석한 인물은 바로 힐러리였다는 것입니다.
여성 같지 않은 여성, 흑인 같지 않은 흑인이라는 식으로 토를 다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힐러리는 미국대선에 나선 첫 여성후보이고 오바마는 미국대선에 등장한 첫 흑인후보입니다. 두 사람 다 소수자 출신입니다. 두 후보의 접전은 그래서 이제까지 등장했던 다수자, 주류 출신의 후보 접전과 다른 점이 많을 것으로 기대되었는데 역시 정치인들은 다 ‘동색’인 것인지 상대편 흠집내기 같은 고전적 방법이 동원됩니다. 입맛 쩝쩝 다시게 되는 일이기도 하지만, 다른 나라 정치인들도 그렇고 그렇구나 하며 안심하게도 됩니다.
진흙탕의 두 후보 접전을 보며 관전자들은 두 후보를 여러 가지 관점에서 비교하며 접전을 즐기고 있습니다. 스타일, 말솜씨, 웃는 모습까지 비교해왔습니다. 그런데 한 법률회사의 창립자인 더글라스 켄달이라는 사람이 시작한 컴퓨터에 빗댄 두 후보 간의 비교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나중에 뉴욕타임스의 기자도 가세하고 우리나라에서 경제학 입문서 ‘맨큐의 경제학’으로 잘 알려진 하버드대의 그렉 맨큐도 가담한 컴에 빗댄 두 후보의 비교는 이렇습니다.
오바마는 근사하지만 불안한 Mac
컴퓨터를 좀 사용해본 사용자들은 새로 컴퓨터를 장만할 때 망설입니다. “이번에는 맥을 사볼까?”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끝에 가서는 맥을 선택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맥은 멋지고 업 데이트된 프로그램이 다수 장착되어 있다는 것을 알지만 맥에서도 이제까지처럼 편하게 파일을 만들 수 있는지, 사진앨범이나 영화를 듣던 대로 만들 수 있을 것인지 걱정이 되기 때문이지요.
더글라스 켄달은 그 점에서 오바마는 맥과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오바마는 젊고 멋지고 로널드 리건이 공화당원들에게 심어 주었던 것과 같은 꿈을 민주당원들에게 심어 줄 수 있는 인물로 보이지만 불안하다는 것입니다.
뉴욕타임스의 기자 노암 코헨은 두 사람의 공식 사이트로 볼 때 오바마는 맥 같고 힐러리는PC 같다고 말합니다. 오바마 사이트(barackobama.com)는 한번씩 들어가 보시면 알겠지만 사실 흰 여백이 많고, 부드러운 블루 팔레트가 주조입니다. 젊어 보일 뿐 아니라 애플사의 iPOD 옛날 사이트처럼 테크를 잘 아는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된 듯 여겨집니다. 컴 전문가들은 오바마 사이트는 모든 메뉴, 요소들이 통합된 것처럼 보여 컴퓨터로 치자면 맥 같다고 평합니다.
힐러리는 편안하지만 믿을 수 없는 PC
더글라스 켄달은 힐러리는 PC와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대통령 부인으로서, 상원의원으로서, 오랜 동안 온갖 시련과 시험을 견뎌온 그는 늘 우리의 책상 앞에 놓여 있는 PC 같다는 것입니다. 민주당원들이 메시지를 보내면 응답해줄 것 같고 공화당원들이 책략을 쓰면 적절히 대응도 해줄 것이라고 여겨진다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PC는 푸른 바탕화면이 어느 날 경고도 없이 꺼져 버리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힐러리 사이트(hillaryclinton.com)는 오바마 사이트에 비하여 더 당당하지만 좀 구식으로 보입니다. 어두운 블루가 주조색인데 주 콘텐츠와 부속 콘텐츠의 구별이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습니다. 사이트의 글자들은 대부분 대문자들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텍스트가 저마다 소리를 지르고 있는 형국이기도 합니다. 메시지들이 주의를 끌기 위해 다투는 형국인 거지요.
많은 컴퓨터 디자인 전문가들은 오바마 후보의 사이트에 더 후한 점수를 매깁니다. 디자인이 멋지고 콘텐츠가 잘 통합되어 있다는 겁니다.
물론, 힐러리 사이트를 편들어 주는 이들도 있습니다. 당당해 보이고 열기가 느껴지는데, 그것이 후보 힐러리의 이미지와 잘 맞는다는 것입니다. 대문자의 활용도 더 잘 말하기 위함이고 더 잘 듣기 위함이라는 거지요.(하하, 그럴까요?)
2MB와 1.21기가와트
영화 ‘백투더 퓨처’에는 과거로 돌아가려면 1.21기가와트의 전력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 ‘기가와트’라는 단어를 빌려 와 오바마가 ‘변화’를 외치는 것을 두고 비꼬는 말들이 요즘 나타났습니다. “오바마의 새 구호는 ‘1.21기가와트의 변화’라지?”
우리 사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두고 ‘2메가바이트(2MB)’라고 비꼰 비유가 생각납니다. 정치인들도 바야흐로 컴퓨터로 비유되는 때입니다. 메가바이트보다는 기가바이트로 비유되고 그보다는 테라바이트로 비유되는 근사한 대통령이 그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