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무엇을 잘못했을까요?
노무현 때리기는 이미 국민스포츠를 넘어 식상하고 재미없는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한물간 스포츠가 되었어도 여전히 즐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역시 현직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흥미거리가 쉬이 그치지 않는 듯 합니다. 그는 무엇을 잘못했을까요?
대통령 당선, 대북송금 특검법 수용, 민주당 분당, 열린우리당 돕고 싶다는 발언, 탄핵에서 돌아온 것, 행정수도 건설 추진, 당정분리, 이라크 파병, 대연정론, 한미FTA 추진, 코드인사, 통합신당파의 요구 일축, 당 사수론, 거국내각론, 부동산 시장안정 실패, 북한의 핵실험, 미국과의 밀착관계 이완 등 사람들이 모두 노무현을 탓할 만한 일들입니다.
대통령 당선이 왜 문제일까요? 그는 우리정치에서 대통령 자리에 걸맞는 지분을 가지지 못한 채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그런 첫번째 대통령입니다. 당연히 정치권에는 그보다 큰 지분을 가진 정치꾼들이 즐비합니다. 그들에게는 짜증나는 일입니다. 당선은 커녕 공천도 보장하지 않는 보스에게 충성하고 싶은 정치꾼은 많지 않겠죠? 일반인들 중에도 "내가 노무현을 잘 아는데 그런게 무슨 대통령이라고..." 이런 소리를 주절거립니다. 그런 것이 점점 확산되어 갑니다. 노무현의 잘못일까요?
대북송금 특검법은 국회에서 정상적으로 통과시킨 법입니다. 여야 대표들을 초청해서 재개정을 합의하였고 문제점을 수정하기로 전제를 달아 서명하였습니다. 당연히 논의는 안되고 말았죠. 소수당 소속의 대통령이 첫번째 서명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는 어떻게 될까요? 또 대북송금 특검법이 모두 정당한 행위를 단죄한 것은 아닙니다.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드러난 것도 사실입니다. 그거 덮어줘야 했을까요? 사람에 따라서는 그랬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만 정치권의 역학관계상 그리 가능한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민주당의 분열은 노무현이 주도한 것이었나요? 후단협과 국민에게 의뢰해서 선출한 후보를 폐기처분하려던 자들의 잘못은 없었나요? 발전적 해체를 주장하다가 슬그머니 자기 몫이 없어질까 싶어서 입장을 반대로 바꾼 자들의 잘못은 아닐까요?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당의 재정권조차 넘겨주지 않고 버티던 자들과 당무회의장에서 여성의원의 머리채를 흔들고, 난닝구 차림으로 깽판치던 자들은 분열의 책임을 추궁할 위치에 있어야 할까요? 지역주의 극복과 상향식 정치는 우리 정치의 소망이었고 앞으로도 희망이 될 것입니다. 열린우리당은 망해도 그것은 여전히 국민이 꿈꿔야 할 이상향입니다.
대통령은 정치인입니다.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중있는 정치인입니다. 그가 자신이 속한 당에 도움이 될 일이 있다면 돕고 싶다고 말한 것이 잘못일 수는 없습니다. 잘못이라면 과거의 대통령들처럼 청와대 구중궁궐에 숨어서 돈 대주고 공천권을 행사한 과거의 대통령들에게 100배 정도는 더 큰 잘못이 있습니다. 그런 것이 탄핵의 사유가 될 잘못입니다. 안 들키고 숨어서 하면 잘못이 아닌가요?
탄핵이 인용되지 않고 기각된 것은 국민의 압력에 헌재가 타협한 결과일 것입니다. 분명 당시의 헌재 구성상 인용이 유력해 보였습니다만 국민의 분노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것에 불과합니다. 600년전 경국대전을 헌법이라고 해석하는 그들이 갖다붙일 명분이 없어서 기각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다시 대선을 치르지 못해서 안달 난 사람들은 국민에게 화살을 겨눈 것과 같습니다.
행정수도 건설은 국가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추진된 것입니다. 물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통과시킨 법안이었습니다. 그런 것을 통과시킨 자들조차 딴소리하며 헌재의 명판결(?)을 이끌어 내고 말았습니다. 성문헌법을 채택한 나라에서 관습법도 아닌 관습헌법론이 등장하고 경국대전을 주절거리는 헌재의 딴지로 좌절되었습니다. 수도권 집값이 혹시 내릴까 걱정하던 기득권층의 환호에 서민들조차 춤을 추는 아이러니가 노무현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당정분리는 지극히 민주적인 정치시스템입니다. 대통령이 공천권 쥐고 국회를 거수기로 만들어 버리는 정치는 잘못된 것입니다. 물론 대한민국 국회의 수준에는 잘 안 맞는 것이기는 하지만 당연히 지향해야 할 방향입니다. 그것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음을 위해서 정동영이나 김근태에게 줄을 선 자들의 잘못은 덮어두고 모두 노무현의 잘못으로 비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돈 대주고 공천 보장해주며 끌고 다닐 노무현이 아니지만 설혹 하고 싶어도 가능한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과거의 보스들처럼 즐비한 똘마니들이 그에게는 없고, 지역몰표를 보장할 능력도 없기 때문에 그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이라크 파병은 비판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우리가 미국의 압력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국제적 역학관계까지 국민이 모두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청와대가 가진 정보에 기반하여 판단한 것은 그것이라고 하더라도 국민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비판할 수는 있다고 봅니다. 지지자들의 경우 더더욱 비판의 목소리를 냈어야 합니다. 다만 그가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다른 사람이 대통령이었다면 파병을 안하고 버틸 수 있었을까요?
대연정론은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한 주요원인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지지자들이 모두 한나라당이라면 몸서리를 치는 사람들인데 지지율이 떨어질 것을 모르고 사고쳤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한나라당을 박멸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여당은 대야 협상에서 지속적으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입니다. 한나라당이 반대하는 일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특히 선거구제를 고치지 않으면 열린우리당은 존립이 불가능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습니다. 호남에서 이미 민주당을 부활시킨 헛발질은 물론이고 자신들의 유일한 살길이었던 선거법 개정은 추진해 볼 용기조차 없는 여당에게 기대할 것은 없었습니다. 지역구도는 역시 한나라당 박멸보다 중요합니다. 한나라당 박멸은 불가능합니다. 대연정은 심정적으로 도저히 납득이 안되지만 이성적으로 이해가 되는 일입니다.
한미FTA 추진은 측근들조차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우리의 양극화에 대한 대책을 보면 거의 전무한 상태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추진하면 당연히 양극화는 극단적으로 심화될 것입니다. 그러나 영원히 안하고 버틸 일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협상에서 우리의 입장을 관철하고 철저히 양극화에 대한 대책을 함께 준비하는 일입니다. 뭐 지금의 국회를 가지고는 역시 정상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봅니다만 협상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뭔가 사정이 있을 법 하지만 국민의 입장에서는 반대하고 비판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알지도 못하는 사정을 고려해서 비판을 못할 일은 아닙니다만 아직 협상은 끝나지 않았고 반드시 타결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코드인사론은 적절한 비판이 아닙니다. 그럼 코드가 안맞는 인사를 하면 잘 하는 것인가요? 코드가 안 맞아야 한다면 한나라당은 왜 대연정도 거국내각도 거부한 것일까요? 같이 운영하면서 나라를 살리면 될 일인데 왜 거부하면서 비판할 자유를 만끽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오로지 정치적 이익을 더 크게 얻으려는 의도로 나라는 잘못되더라도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은 챙겨야겠다는 추악한 계산속에 지나지 않습니다. 인사는 당연히 코드가 맞아야 바람직한 일입니다.
특히 여당의원들이 대통령의 인사에 반발하는 것은 아주 우스운 일입니다. 당내에서 자신과 반대의 입장을 가진 인사라고 반대하고 당과 협의하지 않았다고 반대하고 당이 수렴첨정하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이 듭니다.
통합파들이 당의 주인인 당원들의 권한을 무력화시키고 자신들의 정치자영업에 유리한 결정을 끼리끼리 정해가면서 대통령에게 따르라고 합니다. 그것도 대통령을 배제하자는 목소리를 공공연히 내고 있는 사람들과 통합을 하려니 대통령이 거추장스럽다는 주장에 불과합니다. 당원들의 권한과 중앙위원회의 감시가 지긋지긋한 모양입니다만 자신들에게 동의하지 않는 대통령을 쫓아낼 명분은 없습니다. 국민의 원성을 대통령에게 모두 돌리고 자신들은 살겠다는 추악한 음모에 불과합니다.
당 사수론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국민의 심판을 비켜가는 정치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고, 지역구도 극복이나 상향식 정치라는 창당명분을 스스로 부정하는 자가당착도 오히려 응징해야할 일이지 도와줄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설혹 그렇게 국민의 지탄을 대통령에게 돌리고 새로운 브랜드로 바꾸어 단들 국민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도 없습니다.
거국내각론은 야당의 요구도 있었고, 여당도 이미 야당보다 더욱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을 이끌어 나가는 거의 유일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장했던 자들조차 모두 외면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치의 잘못된 것은 모두 노무현에게 뒤집어 씌우고 자신들은 국민의 사랑을 받겠다는 계산이겠죠. 하자고 했다가 그러자고 하면 싫다고 하는 일들이 한두번도 아닙니다.
제일 가슴아픈 부분은 바로 부동산 시장의 문제입니다. 원인은 과도한 유동성에서 시작됩니다. 정책적 수단으로 잡을 수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분양원가 공개가 효과적일 것이라는 분들이 있지만 그것은 효과가 없다고 단언합니다. 여러분은 집을 살 때 원가를 분석해서 거기에 마진을 얹어주고 사십니까? 원가가 낮으면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되도 안 사실 겁니까? 그것은 열린우리당의 포퓰리즘 공약에 불과합니다.
분양가 직접 규제를 하던 과거에는 그럭저럭 집값이 안정될 수 있었지만 국민의 정부시절 그것마져 풀어버린 후에는 수단이 별로 없고, 지금 현재로서 할 수 있는 수단은 거의 다 동원되고 있습니다. 물론 결과에 대한 책임은 대통령에게 물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그거 엄중히 물어야 겠지만 더 큰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도 모두 타겟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미국과의 밀착관계가 이완된 것이 비판의 대상인지 칭찬받을 일인지는 좀 생각해볼 일입니다. 과거 우리의 정부는 항상 미국의 지시에 순응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불리한 일이라도 그들의 요구를 거의 수용하였습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약간의 변화가 생겼을 뿐 여전히 우리는 미국의 요구를 많이 수용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생명이 달린 문제에서 그들의 요구대로만 할 수도 없습니다. 어느 선까지 우리가 그들과 공조하고 어느 선에서 우리의 주장을 할 것인지 보는 이에 따라서 기준이 다를 뿐입니다.
북핵문제는 햇볕정책이나 포용정책의 실패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차라리 미국의 일방주의가 실패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우리가 원하는데로 북한을 움직일 수단이 없습니다. 뭐 인도적 차원의 지원조차 퍼주기라고 길길이 날뛰는 세력이 위세를 떨치는 상황에서 우리가 그들을 무엇으로 막을까요? 힘으로 제압이라도 할까요? 그럴 힘이 우리에게 있나요? 미국도 없는 힘이 우리에게 있을 리 만무합니다. 최대한 성의를 가지고 대화하고 포용정책을 지속하는 길 외에는 없습니다. 해결도 역시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안될지 모르지만 다만 노력할 뿐입니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노무현을 지지합니다.
비판을 받아야 할 일이 적지 않고 살기 어려운 국민이 대통령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나 내막을 뜯어보고 살펴보면 이해하지 못할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는 모 인사가 밝힌 것처럼 여전히 노무현을 지지합니다. 지지율이 1%가 되더라도 지지하게 될 것 같습니다. 뭐 최후의 일인이 될 일은 없겠지만 끝까지 지지할 것입니다. 물론 비판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아닙니다만 비판을 하더라도 그보다 나은 지지대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못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