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4월 24일날, 다음주 목요일날 있는 재보궐 선거, 서울 양천을, 경기 고양 덕양갑, 의정부 이렇게 세 곳에서 선거가 열린다. 그 중 개혁당의 유시민 후보와 한나라당의 이국헌 전의원, 민노당의 강명용 후보 등이 맞붙은 덕양을의 경우는 세 곳 선거 가운데 가장 관심의 촛점이 되고 있다.
우선, 이 지역 공천을 포기하는 것에 대해 민주당 내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 유시민 후보 스스로가 전부터 '민주당은 해체되어야 한다'고 밝혀왔고, 게다가 '선거 공조를 원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승부하겠다' 고 밝힌 적도 있고, 지역구 내 민주당 경선까지 치러진 상황이라 한동안 시끄러웠다.
게다가 이번 고양 덕양갑 선거구의 선거 결과에 따라 여야 개혁세력이 뭉치는 정계개편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다. 저조한 투표율 속에 역시 한나라당의 조직표가 우세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고, 유시민이 역전에 성공했다는 분석도 있다. 또 유시민은 최근 파병동의안 처리 과정에서도 '전쟁 자체엔 반대하지만 노무현의 고충은 이해한다' 는 논리의 최선봉에 있었던 입장이라 여러가지 듣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다. 이너뷰는 선거를 열흘 앞둔 4월 14일
오후 9시 반, 그의 지구당 사무실에서 있었다.
- 사실은 너무 한쪽만 띄워주는 거 아니냐 해서 안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밖에서 듣자 하니까 선거 판세가 그렇게 유리하지는 않은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찾아왔습니다. 분위기가 좀 어떠세요?
유- 분위기는 괜찮은데, 표가 되느냐 그게 문제죠.
- 선거 있는지 모르는 유권자도...
유- 아직도 있어요. 이제는 대충은 다 아는데, 간혹 가다가 선거인지 모르는 분들도 아직 있더라구요.
-그래도 일주일 전보다는 많이 달라졌죠?
유- 그럼요. 많이 달라졌죠.
- 여기는 그래도 다른데보다는 많이 뜨거운거 같아요.
유- 그래요?
- 네, 언론 보도도 많이 된 편이고... 이국헌씨도 나름대로 중진이고..
유- 국회의원 한 번 했는데 중진이라고 하긴 좀...
- 아, 한 번 하신건가요? 저는 몇선 되신 줄 알고..
유- 국회의원은 한 번인데, '초선의원' 이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보다는 연세가 좀 많으신 편이죠.
- 아, 그럼 외모가 중진이시군요.(웃음) 뭐랄까. 좀 경륜있게 보이고 그래서..
- 전에 당 처음 만들 때 뵈었을 때는, 나는 '스피커'에 불과 하다고 말씀을 하셨잖습니까? 기억 하시는지 모르겠는데 그때 총수가 '직접 당권경쟁에 나서라' 고 하니까 싫다고 하셨는데...
유- 그땐 딴 사람을 시키려고 그랬죠. 근데 그 사람이 도망가버려서..
-다른 사람이라면 구체적으로..?
유- 문성근씨.
- 음..문성근씨는 전부터 정치 안 하겠다고...
유- 나도 안하겠다고 했잖아요.(웃음) 근데 나는 끝까지 붙잡힌 셈이고..(웃음)
- 정치 하는것도 쉬운 일이 아닐거 같거든요. 얼굴 팔고 돌아다니면서 인사하고 악수하고 하는거.
유- 그거는 쉬운일이에요. 자기가 자기 몸으로 때우는 거야 쉬운 일이죠.
- 그럼 어떤 게 어려우십니까?
유- 국회의원 되려면 동네 뒷산 정기라도, 논두렁 정기라도 타고 태어나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유권자 십수만명이 되는 곳에서 국회의원이 되려면 굉장히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져야 돼요. 내가 신세를 졌는지 안졌는지조차 잘 모르는 그런 사람들에게까지 신세를 져야 하는데, 그런게 미안하고 몹시 부담되죠. 이 신세를 어떻게 갚지? 하는 걱정도 있고..
연기자들이 신인때는 몰랐는데 하면 할수록 연기가 두렵다거나, 가수들이 노래하면 할수록 노래하는게 무섭다는 말을 하는데, 저는 아직 정치 입문한지 8개월밖에 안됐는데 벌써 그런걸 느껴요.
- 민주당하고의 공조는 잘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유- 국회의원들이 지원유세를 해주는 것도 아주 큰 도움이 되구요...제가 그동안 민주당을 많이 비판했기 때문에, 딴 놈도 아니고 민주당 그렇게 까던 놈을 어떻게 밀어주냐 하는, 이유있는 거부감 같은것도 일부 있는거 같아요. 그런데, 그분들 중에는 또 굉장히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분들도 있습니다. 민주당과의 연관성이 없다면 저희로써는 접근하기 어려운 분들인데, 그 점에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죠.
- 민주당은 해에되어야 한다고 말씀해오지 않으셨습니까? 아직도 그 발언이 유효한가요?
유- 그 '헤체' 라는 표현이 좀 과격한데..한나라당은 해체고 자시고 언급할 가치가 없는 당이라고 생각했고, 변화할 수 있는 데는 민주당밖에 없다. 민주당이 어떻게 변화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제가 심하게 얘기한 측면이 좀 있어요. '해체' 란 단어가 거북스럽다면..'환골탈태'는 너무 약하고, '전면적 정계개편' 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한나라당 민주당을 포함한 전면적 정계개편이 필요하고, 여기엔 양당의 해체가 가장 바람직한게 아니냐 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또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등가적으로 얘기한다고 하는데..어차피 양당이 서로가 맞물려 있는 상황이고, 안방은 놔두고 건너방만 고치는 그런게 아니라 전체 집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제 생각은 변함이 없어요.
- 연관되는 질문인데, 이번 덕양갑 선거구의 향배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정계개편의 방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큰 의미부여를 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유- 좀 부담스럽죠. 처음 시작할 때는 지면어때, 하고 생각했었거든요.
- 내년이 또 있으니까?
유- 아니 그거하고는 상관없이, 선거라는것은 최선을 다해서 이기려고는 하지만 보장은 없는거니깐..그때만 하더라도 제가 선거공조는 필요없다.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었고, 당원투표로 결정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저 개인적으로는 정서적으로 좀 그랬거든요. 그런데 향후의 정계개편이나 여러가지 움직임과 관련해서, 우리가 소극적으로 비판적 기능에 머물 것이냐, 아니면 힘이 작기는 하지만 능동적으로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냐의 문제가 여기에 배경으로 깔려 있는 것이거든요.
전국 집행위원회에서 하자는 쪽으로 결정하고 인준투표에 붙였는데 6:4로 결정된 것이니까..그만큼 우리 당원들 내부에서는 정서적으로 공조에 대한 거부감이 커요. 근데 우리가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정계개편을 추진할 수 있는 계기를 이 선거를 통해서 마련하자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저도 당의 결정을 받아들였고...그렇게 되니까 점점 부담스러운 선거가 되는거예요.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선거가 되었죠. 제가 지면 그 다음날 신문 타이틀에 '노무현식 정당개혁 실패' 뭐 그렇게 뽑히지 않겠어요?
- 민심이탈, 심판, 뭐 그런 말이 나오겠죠.
유- 제가 노무현 대리인 비슷하게 인식되는 측면이 있고, 실제로 그런 측면도 있기 때문에 꼭 이겨야만 하는 선거가 된겁니다. 모르겠어요.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지만..민주당의 전통적인 기반과 새로운 세대의 명분있는 개혁이 서로 어우러져야 2004년 총선에서 개혁세력이 의회권력을 찾아오는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꼭 이겨야 하긴 하겠는데, 그렇다고 해서 아무짓이나 할 수는 없고...유권자를 한 번 믿어 보기로 했습니다.
- 아무튼 정치권에서는 이 결과를 예의주시하는 분들이 많은거 같아요.
유- 예. 민주당 내에서는 아마 제가 떨어지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아마 있을겁니다.(웃음)
아닌게 아니라, 선거 공조 및 민주당의 공천 포기를 둘러싼 과정은 그다지 매끄럽지는 못했다. 민주당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해온 그동안의 이력에다가, 민주당 쪽에서는 공천을 포기하려고 하는데 막상 후보 본인은 '공조 필요없다' 고 해서 민주당 일각의 반발이 있었다. 또 최근에는 의정부에 출마한 개혁당의 허인규 후보가 합동연설회에서 민주당을 강도 높게 비판, 민주당 쪽의 반발이 일어나기도 했다. 개혁당 내 여러가지 복잡한 의견들이 있음이 드러난 한 단면이었다.
- 언론보도를 보니까, 경상도 전라도 얘기를 아직도 중요하게 취급하는 기자들이 많은 거 같더라구요. 특히 고양 덕양갑의 경우는 한나라당 후보가 호남이고 개혁당 후보가 영남 출신이라서 이게 더 재미있다는 식의 기사를 봤는데..유후보께서는 과거에 지역문제에 대한 글도 많이 쓰시지 않았습니까? 현장에서 직접 접해보니까 어떻습니까? 출신 지역이라는 변수가 중요하다는 걸 많이 느끼시나요?
유- 느끼죠. 그래도 과거보다는 많이 약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TK이고 이국헌씨는 호남이니까 약간 증폭되는 측면이 있어요. 가령, 이국헌씨가 지금까지 정치하면서 자신이 호남출신이라는 것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드러내고 있거든요. 말도 호남 억양이 묻어나는 말을 쓴다든다, 출신지를 공식적으로 표기한다든가..실제 호남 유권자들을 만나서 '내가 이번에 마지막이니까 밀어달라' 는 식으로 얘기하는게 저희 안테나에 포착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 분들 같은 경우, 제가 영남출신인데다가 그동안 민주당을 디립다 까고 다녔으니까 뭐 제가 이쁘겠어요? 그분들이 저에 대해서 정서적인 일체감을 가지지는 못한다고 봐요. 게다가 자기 당 후보도 아니니까...그런데 이번에 사람들 만나고 민심을 훑고 다녀보면, 영남출신 유권자분들도 제가 민주당과 공조 했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지는 않아요. 아주 어쩌다가 간혹 그런 분들도 있기는 하지만..마찬가지로 호남 쪽에서도 비슷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분들도 가끔 있고...제가 느끼기로는 지역간의 울타리가 굉장히 많이 무너졌고 뒤섞이고 있습니다. 양쪽 후보의 출신지가 거꾸로 되어 있어서 더 그런 경향이 있어요. 아마 양천 같은 곳하고는 양상이 조금 다를겁니다. 몰론 지역이 중요한 하나의 변수임은 여전히 확실합니다.
- 나이에 따라서도 많이 다를 것 같아요.
유- 예,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저와 대학을 같이 다닌, 제가 대학을 굉장히 오래 다녔기 때문에..(웃음) 그분들이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십니다. 가장 강력한 지지자들은 제 책을 읽은 사람들입니다. 그 다음으로 우호적인 사람들은 100분 토론 때문에 저를 알게 된 사람들이고..노년층은 약하죠. 그러니까 지난 대선의 재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그런데 100분 토론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초반에 '후보' 인지도가 낮아서 힘든 싸움이 될것이다' 라는 글을 쓰신 적이 있잖아요? 근데 TV에 그렇게 많이 나왔어도 이름을 잘 모르던가요?
유- 그때는 그랬어요. "너, 유시민 알어?" 하고 물어보면 "어, 잘 알어" 하는 대답과 "응 조금 알어" 하는 대답을 다 합쳐도 30% 조금 넘었어요. 이국헌씨는 80%가 넘었고..이 지역에서 국회의원을 5번이나 나온 분이니까. 그때는 단순 지지도에서 제가 더블스코어로 졌습니다. 27대 13이었나..그런데 후보 등록 전후해서 바싹 추격했다고 보면, 지금은 역전하지 않았나 하는게 제 생각입니다.
분위기는 아주 가파른 상승세가 있어요. 왜냐면, 단순히 물어보면 모르지만 옆에서 누군가가 "그 왜 있잖아. 100분 토론 진행하던 사람" 이라고 얘기해주거나, 혹은 제 책을 읽은 사람들 중에서 책의 저자와 후보로 나온 제가 같은 사람인지 모르던 분들이 그걸 알게 되면서 늘어나는 인지도 상승 효과가 있죠.
- 개혁당이라는 조직이 새로운 당원시스템을 지향하는 정당인데, 대선 전에는 대선이라는 빅 이벤트를 앞두고 비장하게 뭉치는 분위기가 있었던 반면에 대선이 끝나고 나니까 결속력이 약화되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하거든요.
유- 그런 측면도 있죠.
- 그런데 이 당원 시스템이 선거에 유리하다거나 불리하다는 느낌 같은거는 없으십니까?
유- 재보궐선거에는 불리하죠. 매스컴 선거를 할 수가 없으니까..
저희 같은 경우는 확인이 안돼요. 피라미드 조직은 위에서 내려보내고 몇명 할당하고 명단 가지고 오고 입당원서 받고, 이렇게 성과가 계량화될 수가 있어요. 그런데 저희는 그냥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지는 것이지 그 결과를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게 표로 연결이 안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민주당 쪽에 오래된 조직과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보완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면에서 민주당에 신세를 많이 지고 있죠. 당원들은 대개 직장인들이기 때문에 시간 내기가 어렵습니다. 저녁때 모여서 사람들 앞에서 춤추고 하는 건 지금도 가능해요. 저녁 시간이기 때문에, 그런데 평상시에 낮시간에 조직활동을 할 수 있느냐 하면 그건 매우 어렵거든요. 그래서 후보가 많이 돌아다니느 수 밖에는 없다고 봅니다. 명함을 많이 쓰는 날은 1500장 쓸 때도 있었어요. 그날 1500명하고 악수한 거죠. (웃음)
유시민은 기본적으로 글쟁이다. 또 최근에는 파병문제를 둘러싼 그의 입장 및 홍세화와 벌인 논쟁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대통령은 어쩔 수 없이 파병 찬성, 시민사회는 반전' 이라는 이른바 역할분담론의 최선봉에 서 있었다.
- 오늘인가 어제인가 서프라이즈에 글도 쓰셨던데..시간이 없을 텐데 어느 틈에 쓰셨나 싶더라구요.
유- 인터넷 평균 접속 시간이 요즘엔 하루 10분도 안됩니다. 컴퓨터 앞에 앉을 시간이 없어서..그날은 밤 늦게 시간을 내서 짧게 썼어요. 짤막하잖아요?
- 글을 굉장히 빨리 쓰시는거 같은데..부럽습니다.(웃음)
유- 글쟁이가 뭐 글을 빨리 써야지.(웃음)
- 얼마전에는 홍세화 선생하고 논쟁도 하셨는데..파병 문제로.
유- 고양신문에서 후보 토론회를 하는데 그 질문이 나왔어요. 이라크 파병 찬성이냐 반대냐.
제가 그때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내가 국회의원이라면 반대표를 던졌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대통령이라면 찬성했을 것이다. 이게 저는 정답이라고 봅니다. 이것은 도덕적인 기준을 유일한 잣대로 쓸 수가 없어요. 의회와 시민사회, 정부가 역할을 나누어 맡을 수 밖에 없다고 보는데..홍세화 선생님은 단일잣대로 그걸 재신거구요..저는 정치인이고 홍세화 선생님은 지식인이니까, 그런 처지의 차이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 그런데 그 점을 반대로 생각할 수 도 있을것 같거든요. '대통령은 파병, 시민은 반전' 이라는 공식을, 지식인이라면 얘기할 수 있는데 정치인은 그렇게 얘기해서 안되는거 아니냐, '대통령이라면 파병하겠다. 파병 결정을 이해할 수 있다' 고 정치인이 이야기해 버리면 그건 반전운동의 김을 빼버리는 결과를 초래하는거 아니냐...
유- 왜 그렇죠? 저는 그걸 이해를 못하겠어요. 대중은 그럼 모르고 해야 하나요?
-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앞에 나선 사람은 "저 사람 좀 단순한거 아냐?' 하는 비판을 감수할 각오를 하고 그래도 반전을 이야기해야 하는거 아닌가..
유- 경제정책에도 그런게 있는데요. '경제 정책은 국민들이 모르게 할때만 효과가 있다' 는 합리적 기대 가설이 가지는 함의입니다. 정부의 정책이 어떤 효과를 나타낼 것인가 하는 걸 모든 경제 주체가 다 알고 있으면 정책 효과가 하나도 없다는 겁니다. 가령, 예를 들어서, 통화량을 늘릴 때 국민이 그걸 모르면 잠시 자기가 돈이 많아졌다고 착각하고 돈을 많이 써서 경기가 살아나죠. 그런데 통화량이 늘어났기 때문에 좀 있으면 물가가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을 해버리면, 잠시 돈이 많아졌다고 해서 자기 재산이 늘어난 것으로는 아무도 생각을 안해요. 그래서 소비 수준이 그대로이고 정책 효과가 하나도 없게 되는 겁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그럼 결국 국민들 속이면서 하라는 말이냐? 그렇게는 못하는 거죠. 예컨데, 우매한 민중은 그런거 아무것도 모르고 열심히 반미 반전운동하고, 정치인들은 뒤에서 열심히 머리 굴리면서 역할분담하고..그게 되냐는 겁니다. 전 그거는 아니라고 봅니다. 모두가 다 알고 계산하고 행동하는 거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제가 그런 글을 쓴 것에 대해서, 대중적인 반전운동 확산에 물을 타는 거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 거 알고 있고, 일견 타당해요. 현실적으로 타당할 수 있어요. 그러나 그것이 옳다고 보지 않아요.
- 그러면 이번 반전운동의 성과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촛불시위 10만명에 비하면 너무 약한거 아니냐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래도 이정도면 어디냐 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고....
유- 좀 약하긴 약한데 그래도 과거에 비하면 엄청나게 진전된 거죠. 저는 노대통령이 파병안을 내는 거가 립서비스라고 봤어요. 왜냐하면 국회 통과하는데 우여곡절이 있을거고, 부대 편성하는 데 시간 걸리고, 그렇게 질질 끌다 보면 전쟁은 사실상 끝나고, 끝난 다음에 가서 생색 내는 거죠. 외교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역사에는 지도자의 퍼스낼리티가 항상 각인되게 돼 있어요. 어차피 그 길로 가게 돼 있다 하더라도 리더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비용이 달라집니다.
저는, 책임있는 지도자라면 그 비용을 최소화 하는 코스를 가야 한다고 보고 노대통령이 그렇게 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라크전 파병에 찬성한 이상 미국의 북한 공격에 찬성할 수 밖에 업지 않느냐 라는 논리는 저는 타당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건 다른 차원의 논리라구요. 이웃집에 도둑이 들었는데 내가 몽둥이 들고 나가야 하느냐..물론 나가는 게 옳죠. 그런데 도둑이 총을 들고 있으면 나가는 시늉만 하거나 아니면 모른척 할 수도 있어요. 반면에 내 집에 도둑이 들어오면 그때는 죽기살기로 식칼이라도 들고 싸워야 하거든요. 한 쪽은 양심의 문제이고 다른 한쪽은 생존의 문제입니다. 정말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이 두가지가 일치하죠. 그러나 국가지도자에게는 모든 결정에 그걸 요구할 수는 없다고 보는 겁니다.
- 좀 전에 국회의원이었다면 반대표를 던졌을 것이다. 라고 말씀 하셨는데..
유- 네, 왜냐면 그래야 (파병하기 전까지) 시간을 더 끌 수 있으니까.
- 그렇다면 유후보께서 국회의원이라고 치고, 국회에서 찬반 논쟁 하는 데 단상에 나가서는 뭐라고 말씀 하시겠습니까? 어떤 논리로 반대하시겠습니까?
유- 당연히 그건, 이라크 전쟁은 옳지 않은 방법이고, 악을 응징한다고 해서 나쁜 방법을 정당화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우리가 아무리 후센인을 범죄자라고 규정한다 하더라도 그런 방식으로 응징함으로써 엄청난 수의 선의의 피해자들이 생기게 되고, 또 그 응징 자체가 도덕적인 이유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라 중동을 장악하겠다나느 조폭적 동기가 숨어 있을 때 거기에 흔쾌히 동의할 수가 없죠. 아마 이렇게 얘기했겠죠. "속으로 파병에 찬성하시는 분들도 일단 반대표를 던져 주십시오. 한 번 부결 시킵시다."
- 알겠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선거 얘기 조금만 더하면..요즘 사람들 만나서 제일 많이 하는 말씀이 어떤 겁니까?
유- "더는 약속 못 드리고, 게으름 피우지 않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게 제가 하는 유일한 약속이예요.
- 공약이나 지역의 숙원사업 해결 같은 거는 얘기 안하십니까?
유- 그 얘기도 물론 하죠. 그런데 국회의원이 시장도 아니고, 시의원 도의원, 도지사도 아니잖아요. 역할이 다른데, 우리가 오랫동안 지방자치 없이 지내왔기 때문에 굉장히 오랜 세월동안 국회의원이 지역의 현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구요. 그리고 그게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어요. 심지어 업소의 입간판을 세웠는데 그 입간판 전선이 그 집 문에서 나와서 인도에 깔려 있다, 이거 좀 치워달라, 이런 요구도 국회의원에게 해요. 그게 국회의원의 직무와 무슨 상관 있어요? 그렇지만 "나는 그거 못해요" 라고 얘기하면 안되거든요. 그래서 이게 참 굉장히 고민되는 대목이예요.
지역의 숙원사업이 많아요. 그런데 대부분이 시나 도에서 할 일이지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이 아니예요. 국회의원이 할 수 있는 것은, 시나 도 당국이 뭔가 잘해보려고 노력하는데 입법의 뒷받침이 안돼서 못하거나 예산이 없어서 못하거나 할 때 지원을 해주고, 지역 내에서 여러가지 이해관계가 충돌해서 갈등이 발생할 때 이걸 조정해주는 역할들이 있죠.
저는 당선되면 보건복지위원회에 가겠다고 공약을 했어요. 제가 여성, 어린이, 장애인, 노인 이 네집단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고양시에 필요한 것과 전국적으로 필요한 것이 크게 다르지 않은것 같아요. 지역문제 해결도 입법을 하려는 노력을 해가면서 그 입법과정에서 되도록이면 고양시에서 시범실시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볼 수 있겠죠. 예컨대, 제가 어린이 도서관 진흥법 같은 걸 추진하려고 합니다. 공간은 지방자치정부가 마련해주고, 책값은 중앙정부가 지원해 주고, 운영은 시민 사회에서 하는 모델을 만들고 있는데..그러면 한 5억 정도면 40평 아파트 정도의 공간을 가진 어린이 도서관을 만들 수 있어요. 그걸 전국에 수천개를 만들게 되면 출판 산업도 살게 되고,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게 되어서 좋거든요. 옛날에 어렸을 때 아무나 불러서 밖에서
놀듯이, 애들이 편하게 가서 놀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을 것 같거든요. 밥 먹을때 되면 거기 전화해서 애 오라고 하고, 그럼 집에 가서 밥 먹고..저는 이런 걸 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그걸 입법할 때 시범실시 지역을 고양시로 하면 되잖아요. 그외에 야간 탁아나 주말탁아 같은 경우도 그렇고..
주부들 만나면 그런 얘기를 많이 해요.
- 평일날 하는 선거라서 주부들이 굉장히 중요할것 같은데...
유- 예.
- 여자들한테 인기는 좋으십니까?
유- 나쁘지는 않은거 같아요.(웃음) 왜냐면 이국헌 후보하고의 경쟁인데 그분은 저희 어머니 나이랑 비슷해서..(웃음) 저보다 22살이나 많으니시니까.
- 왜요? 중후한 남성적 매력이라는 것도 있잖습니까?
유- 할머니들도 다 저를 좋아하시던데요. (웃음)
- 그럼 마지막으로, 딴지일보 독자들하고 유권자하고 일치되지는 않겠지만 마지막으로 한마디..
덕양갑에도 딴지일보 독자들 많잖아요. (동행한 두 사람을 가리키며) 여기 두 사람도 유권자입니다. 두 집 합해서 6표랍니다. 딴지총수까지 포함하면 8표입니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 허리를 굽히고 악수하며) 아유~~유시민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웃음)
- 네티즌들에게 뭐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면 마지막으로 한 말씀.
유- 10대들은 투표권이 없으니까..10대들의 경우는 딴지일보를 보고 엄마, 아빠를 열심히 설득해 줘야 되고, 유권자들 중에 출퇴근하는 분들, 아침에 금쪽같은 시간인데 15분 20분이면 힘들기도 하겠지만 미안하지만 투표 좀 해주세요. 맨날 온라인에서 말만 많고 오프로 나오지 않으면 꽝이죠. 제가 분위기에서 이기고 투표에서 지느냐 마느냐는 네티즌들이 투표장까지 가느냐 마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녀요. 특히, 대학생들, 30대 직장인들, 40대들도..좀 해줘야 합니다.
딴지일보 안 들어가는 교양 없는 분들은 없을 테니까 (웃음) 다 보실 거라 믿습니다.
아침에 금쪽같은 시간 5분이면 단잠을 잘 수 있는데, 미안한데 신세 한 번만 집시다.
부탁합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