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산골 살 때 일입니다.
도시 살다가 산골에 가니 아내의 요구 사항이 많아 졌습니다.
그 중 하나가 직접 산에 서 딴 고사리 먹는 것이었죠.
죽으라면 죽지는 못해도 죽는시늉은 하고 사는 위인인지라
우리 바로 뒷 집 사시며 하루에도 몇 번 씩 우리집에 드나드는 할머니에게
물어보니 우리 동네는 이 산에도 저 산에도 고사리 천지랍니다.

그래서 내가 태어나고 처음으로 고사리 뜯으러 산에 올라갔습니다.
1시간을 헤매고 다녔는데도 고사리가 전혀 안보여요.
집에 와서 "고사리 하나도 없던데. 좀 있다가 나려나 봐."
아내 "뭔 소리야. 뒷 집 할머니는 아까 한 바구니 따오던데."
"알았어 내일 다시 가서 찾아 볼 께."
이렇게 사흘을 산에 올라갔는데도 고사리가 없습니다.
내 행색이 못 미더운 아내가 뒷집 할머니에게 얘기를 해서 뒷집 할머니가
고사리 뜯으러 산에 갈 때 따라 가라고 했습니다.
아침에 할머니가 우리 집 아래 오른 쪽 산비탈에 고사리 뜯으러 간다는
말을 듣고는 읍내로 아랑이 어린이집에 데려다 놓고 점심을 먹고 할머니 따라
나섰습니다.
"할머니 여기는 오전에 갔던 데 아니에요?"
"오후에 반대 쪽 산에 가려고 했는데 아랫집 할머니가 거기 가 봤는데
고사리 씨가 말랐다네."
이런 대화를 나누며 가던 중 할머니가 길 가에서 무슨 풀을 뜯고는
"고사리 여기 있네." 합니다.
헉 고사리가 이렇게 생겼다니.
" 할머니, 고사리는 고동색인데 이 건 초록색이잖아요."
"이 걸 따다 삶아서 말리면 색깔이 그렇게 들구만."

내가 4일 동안 산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찾은 고사리는 장에서 파는 그런 색인데
정작 산에 피어 있는 고사리는 초록색 그냥 풀 색입니다.
고사리 없을 곳만 가보라며 고사리 있는 쪽은 먼저 가시는 할머니의 진로 방해로
수확은 신통찮았습니다. 할머니는 바구니에 3분의 1정도 땄는데 여기는 더 이상 없다고
말씀하시면 내려가자데요.
그 다음날 할머니는 그 날 고사리가 없다던 쪽 산에 가서 한바구니 따서 왔답니다.
한 일주일 후에는 그날 별 재미를 못 보던 바로 그 장소에서도 한바구니 땄고요.
내가 고사리 따면 할머니 수확이 줄 것이라고 생각도 있었겠죠.
그날 1시간 산행에서 내가 뜯은 고사리는 7개 그 중 4개는 현장에서 바로 입에 넣고 맛을
보았습니다. 맛 좋습디다. 물론비위 약한 보통분들은 먹기가 힘들 겁니다.
나는 콩도 심다가 입에 한 개 넣고 오물 오물하고 세개 심고 또 한개 입에 넣고 오무오물.
감자도 생걸로 먹을 정도로 비위가 좋습니다.
보무도 당당히 집에 가서 빈 바구니를 내려놓으니 아랑엄마가 묻습니다.
"얼마큼 따 왔어."
손바닥을 펴 면서 나머지 3개를 보여주었습니다.
야단 싫컷 먹었습니다.
"요령도 없다. 욕심도 없다. 할 줄 아는 게 뭐있냐."
그래도 그 때 이후로는 고사리 철이면 할머니 만큼은 못해도 고사리를
제법 땄습니다. 고사리를 따서 삶으면 초록색이 고동색으로 변합니다.
마루에 깔아서 물기 빠지면 따로 보관해 둡니다.
어느 해인가는 아랑이 외할머니 기일까지 남겨 두었다가
고사리 무침을 해먹은 적도 있습니다.
대개 고사리는 산에 피지만 나무가 우거져 햇빛이 약한 자리는 피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지간한 무덤가에는 고사리가 핍니다. 산불이 나면 그 다음해 부터 한 3년은
고사리 풍년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명바기가 5년 동안 우리네 가슴에 불을 질러서 새가맣케 태우고 나면
그 자리에 제일 먼저 고사리가 피겠지요.
올 봄에 아랑이 하고 동네 뒷산등산로라도 올라가보면 고사리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