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전부터 벼르던 '우생순' 영화를 보고 왔다. 우리 가족 영화 보는 멤버 중 아랑이는 컸다고 혼자 있겠다고 해서 집에 두고 아랑엄마랑 장인어른이랑 3명이 갔다.
먼저 표를 사는데, 동반 1인까지 4천원에 볼 수 있는 장애인 복지카드 1급짜리 아랑엄마 것과, 혼자만 4천원에 볼 수 있는 5급 복지카드 내 것을 내밀었는데 자기들끼리 수근대더니, 죄송하다면서 자기들은 독립유공자만 할인된단다.
전에 영화 본 포항시너스와 포항시네마에서는 장애인 할인되더라고 하니 CGV는 그렇단다. 한 5년 전인가 분당CGV에서 할인받았다고 해도 그건 모르겠고 지금은 안된단다. 몇 달 전 포항시 멀티플렉스 상영관 홈페이지 가 보니 다 할인되던데.
시간을 보니 다른 곳으로 가면 다시 2시간을 기다려야 할 터, 이 문제는 나중에 제기하기로 하고는 표를 끊고 들어갔다. 자리는 권유하는 대로 제일 잘 보인다는 뒤에서 두 번 째 줄로 정했다.
아랑엄마는 아래에 두고 장인어른 자리를 먼저 찾다가 이상한 것을 보았다. 수십개 계단을 올라가야 그 자리가 나왔다. 경사로도 없고 맨 뒷 줄로 들어가는 출입문도 없었다. 오던 길로 돌아가서 직원들에게 몇 분간 뭐라 했더니 남자 직원들 두 명이 더 붙는다.
물론 나 혼자서도 비슷하게 할 수도 있지만 휠체어 장애인이 영화를 보기가 얼마나 힘든지 체험하라는 의미에서, 두 명의 직원이 휠체어 바퀴를 들고 나는 뒤에서 손잡이를 들고는 올라가다가, 휠체어 탄 아랑엄마가 하도 불안해해서 아래에서 3분의 1 지점에 내렸다.
극장에 관객들은 모두 잘 보이는 윗 쪽 3분의 2 지점 위에서 보는데 우리만 독도마냥 한 쪽 끝에 제일 낮은 자리를 잡았다. 영화를 보려고 휠체어를 돌리긴 했는데 한 60센치나 되나 한 폭이 좁아서 휠체어 앞바퀴가 간신히 걸렸다. 아랑엄마는 마치 낭떠러지 위에서 영화를 본 셈이다.
가면서 나중에 일 생기거나 나올 때는 연락하라고 하더라만 이것도 꽝이었다. 영화 보던 중간에 아랑엄마가 소변 마려워서 내려가려 할 때 극장안에는 직원 한 명 없었다. 다행히 어지간한 계단은 휠체어 째로 내려올 수 있는 운전술이 있었기에 나 혼자 운전해서 내려왔다.
당연히 영화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낭떠러지에 걸린 휠체어 위에서 영화 보는 아랑엄마는 물론 나는 그런 아랑엄마 신경쓴다고.
이것은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극장 구조의 문제다. 포항시너스, 포항시네마는 상영관이 두 개의 층으로 되어 있어서 입구가 윗층, 출구가 아랫층이다. 포항 CGV는 한 층이다. 따라서 경사로를 설치하던가 에스칼레이터를 설치하지 않으면 휠체어 이동은 불가하다. 물론 각도가 심해서 경사로가 있어도 잘 보이는 곳까지 휠체어 밀고 갈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중간까지는 얼추 가겠더라.
다음으로는 시설 운영의 문제다. 포항시너스는 휠체어를 펼 공간을 위해서 뗏다 부쳤다 할 수 있는 의자를 출입구 쪽에 2개를 배치해 놓았다. 어차피 구조 변경은 큰 돈이 든다면 중간이나 맨 위 쪽을 지정해서 의자를 2, 3개 바꾸어야 한다.
핵심은 직원 운영의 문제다. 복도에서 오징어, 쥐포 팔던 사람도 직원이란다. 시설을 부실하게 만들었으면 적어도 한 두사람이 휠체어 장애인 옆에 붙어서 휠체어를 잡아 주고 중간에 화장실이 급하다거나 하면 신속히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이것중 아무 것도 안 하면 대형 스크린 아래 한 3미터 떨어진 자리에서 영화를 보던가 보지 말던가 밖에는 선택이 없다.
하필 중요한 결승전 장면을 다 놓치고 나온 아랑엄마가 성화를 부린다. '당장 인터넷에 올려.' 집에 와서 우선 CGV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할인요금이라는 칸 자체가 없어졌다. 전에는 장애인은 4천원이라고 나왔었는데. 각종 할인카드 안내만 요란하다. 다시 포항시너스에 가봤다. 여기도 없어진 모양이다. 헐. 마지막으로 포항시네마에 들어가 보았다. 여기도 없다. 다행히 자주 묻는 질문 칸에 보니 아직 장애인 할인제도가 있긴 한가 보다.
휠체어 타는 아랑엄마, 1년에 영화 4번 정도 본다. 앞으로 포항CGV는 안 갈 것이다. 가서 편히 볼 환경이 안된다. 앞으로 포항시네마에 갈 것 같다. 포항시너스가 환경은 제일이니 혹 전화해보고 장애인 할인이 되면 거기도 갈 것이다.
포항CGV 사장님아! 휠체어 장애인도 영화 보는 것 좋아하거든. 어캐 맘 편히 영화 보면 안되겠니.
이것을 많은 사람들이 보게 하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요? CGV 홈피도 들어가 봤는데 게시판이 폐쇄적이라서요? 이 글에 대한 무단 펌질을 허하니 맘대로 퍼날라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