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반년이 되어 갑니다. 작년 7월 어느 날, 우연히 들른 한 국회의원 사무실, 참고로 그 방은 의원님부터 보좌진 모두가 잘 아는 사이임 - 한 보좌관이 나에게 말을 시작했습니다.
"형님 잠깐만 봅시다."
"응! 왜?"
"뭐 하나 부탁 좀 할께요."
"뜸 들이지 말고 빨랑 이야기 해."
이런 식으로 시작된 우리의 대화, 주된 내용인 즉, 자기네 의원이 곧 시작될 대통령 경선에 유시민의원 편을 들어 그 쪽 일을 하려고 하니 좀 말려 달라는 취지의 이야기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한 1~2분 동안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계속되는 상대방의 말에 건성으로 대답을 하며 유시민, 유시민, 유시민, 내가 아는, 아니 내 나름대로 그때 그때 판단을 하고 내 머리 속에 저장하였던 유시민이라는 사람에 대한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습니다.
100분토론 진행자 - 말빨이 죽여주는 사람 (듣는 당사자는 열 받아도 옆에서 보고 듣는 사람은 무지 재미있는 상황이 많이 벌어짐)
개혁당 - 티셔츠를 입고 의원 선서하겠다고 우기던 모습, 등등.
최근의 기억을 떠 올리다가 아! 하는 조그만 탄성과 함께 생각나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래!
‘항소이유서’
아주 오래된 기억이지만 유시민의 항소이유서를 읽고서는 글빨 죽인다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러고 보니 말이고 글이고 남들이 덤볐다가는 코피 터지기 딱 알맞은 사람인데... 대통령이라 대통령이라 대통령이라... 혼자서 그러고 있는데 다시 그 보좌관의 채근이 이어졌습니다.
"형님! 좀 도와달라니까?"
"응! 알았어. 니네 영감 어디 있는데?"
"금방 들어올 꺼예요. 부탁해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 의원님은 들어오셨고, 이내 보좌관의 사주를 받은 나는 그 의원님에게 슬슬 말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경선에서 누구를 도울 것이냐는 질문에 그 의원님은 거침없이 쏟아내더군요. '유시민!'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나도 바로 반격에 들어갔죠.
"내년 국회의원 선거 어떻게 치루려고 그러셔. 출마 안 하나?"
잽싸게 펀치를 날렸다고 생각하는 순간 내 사지와 입을 한꺼번에 묶는 폭탄이 떨어졌습니다.
"죽지, 뭐!"
엥~ 뭔 소리여. 딴 말이 나와야 말싸움을 하고 설득을 하고 하는데 단 한마디 죽지, 뭐! 그 한 마디에 나는 항복(?)과 함께 귀순(?)을 그 자리에서 결정하고 말았습니다.
"같이 죽지, 뭐!"
그리고 며칠 후부터 진짜로 그 의원님과 나는 유시민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얼굴을 맞대고 일을 하는 사이가 되어버렸습니다.
나는 유시민이라는 사람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다만 내가 내 나름대로 판단을 할 때 나름 진보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내가 아는 유시민이라는 사람이 진보적인 사람이라는 한 가지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300명 가까운 국회의원 중에 가장 가깝고 생각이 같고 진솔한, 앞서 말한 그 의원님이 같이 하기에 시작을 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길지 않은 시간 - 한 달 정도를 같이 생각을 나누고 마음을 합하고 하다 보니 어느새 지독한 유빠가 되어있었습니다.
내가 아는 유시민 - 그는 보면 볼수록 묘한 흡입력을 가지고 나를 빨아들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까지가 내가 아는 유시민의 전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