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늬만이라도 기간당원제를 채택했던 열린우리당에서도 소수파였던 유시민이 정치자영업자들의 선거구락부에 불과한 통합신당에선 목숨이나 부지할 수 있을까.
유시민이 지금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다.
첫번째는, 두 말 할 것 없이 그의 정치적 자질(소신, 논리, 언변, 지적능력 등...)과 정치적 노선이다. 그의 정치적 노선에 동의하는 이들이 많았고 그의 정치적 자질에 반한 이들이 많았기에 그는 성공할 수 있었다.
두번째는, 그의 정치적 자질을 돋보이게 하고 정치적 노선을 뒷받침할 세력과 상황의 존재이다.
'리틀 노무현', '노무현의 샴쌍둥이'라는 닉네임은 그에게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동시에 가져다 주었으나 적어도 참여정부 동안에는 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고 그의 발언력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
또한 그는 국회의원이었고 우리당 안의 그를 지지하는 진성당원들의 존재로 인해 당내 제 3정파의 수장으로 자리매김하였다.
그 힘으로 그는 우리당의 최고위원이 되었으며 최고위원에서 사퇴하자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보건복지부 장관에 입각하게 된다.
지금 통합신당의 상황을 보자. 노무현 대통령은 곧 퇴임하시고 통합신당엔 기간당원은 커녕 대의원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당의 주요 의사결정은 그 당을 처음 만들 때 담합한 4개세력(시민사회세력, 손학규세력, 우리당탈당파, 민주당탈당파)이 차지하고있는 중앙위원회와 그들이 뽑은 대표와 최고위원에 의해 이루어진다. 친노세력의 바람막이 역할을 하던 이해찬은 탈당하고 당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을 가장 화끈하게 부정했고 정책상으로나 정서상으로나 가장 멀다는 이유로 손학규가 추대되었다.
통합신당에서 "둥글게 둥글게" 착하게 유시민이 하고 싶은 말, 해야 하는 말 참아가며 비비고 있는다면 과연 그 정치자영업자들이 유시민에게 감화되어서 유시민을 지지해줄까? 또는 이해찬이라는 수장을 잃은 통합신당 내 친노세력이라고 불리우는 이들이 이해찬 대신 자신들의 리더로 유시민을 세우고 인정해줄까? 금뺏지가 달린 공천 앞에선 자신들이 경선 때 유시민을 죽여가며 밀었던 이해찬마저도 매몰차게 쌩까버리는게 지금의 친노세력이라는 이들의 본질이다. 이는 탈당해서 신당 창당이 나이브하다는 논리보다 훨씬 더 순진하고 나이브한 생각이다.
이번 대구 수성을에서 유시민이 국회의원이 될 가능성이 2000년에 노무현이 부산에서 당선될 가능성보다 더 낮다는게 내 생각이다. 그나마 노무현은 부산에서 낙선하자 김대중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입각하여 키워줬다. 김두관이 남해에서 낙선하니까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정무특보로 경력관리시켜줬다. 유시민이 이번에 대구에서 떨어지면 이젠 누가 그를 키워주고 보듬어줄까? 금뺏지가 중심이 된 당에서 금뺏지가 없는 정치인은 사람 구실도 못하게 된다는게 그간의 경험과 역사로 나타나는 철칙이다. 그것도 유시민처럼 비빌 언덕없는 정치인에게는 더더욱이다.
지금 통합신당에서의 유시민과 유티즌들의 상황은 한마디로 자신을 노리는 맹수들이 드글거리는 우리 한 가운데에 입고 있던 갑옷 다 뺏기고 무장해제 당한 채 우리 밖에서 그를 사랑하는 유티즌들이 마음 졸이고 가슴 아파하며 발만 동동 구르고있는 상황이다.
2. 탈당의 명분도 있고, 창당의 명분도 있다. 조중동문의 반노무현프레임에서 우리 자신을 해방시킨다면.
탈당하는 건 손학규대표체제에 대한 불복이라는 논리에 대해 답한다. 이것은 경선과정에서의 정동영에 대한 승복과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유시민이 만약 대표경선에 출마해서 손학규와 경쟁했다면 당연히 승복해야 한다. 하지만 유시민은 그러지 않았다.

정당이라는 건 정치적 노선이 일치하거나 비슷한 이들의 결사체라는 건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상식이다. 손학규체제의 등장은 통합신당은 명실상부한 반노, 보수, 국회의원중심정당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노무현집권 5년에 대해 긍정하며 진보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으며 국회의원이 아닌 당원이 지배하는 정당을 추구하는 유시민과 통합신당의 공통점은 대체 무엇이 있는가. 그나마도 2008년 총선 이후엔 호남자민련으로 몰락할 것이 확실시되는 통합신당인데.
유시민의 통합신당에서의 의무복무기간은 2007년 대선으로 종료되었다. 통합신당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선용 프로젝트정당이었기 때문이다. 대선이 끝나고 총선이 다가왔기에 대선용 프로젝트정당에서 총선용프로젝트정당으로 바뀌었을 뿐 본질적으로 제대로 된 정당이 아니라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한 국회의원구락부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대선프로젝트에 동의해서, 또는 안 따라갈 명분과 힘이 없어서 억지로 따라갔든지간에 애초 목적이었던 프로젝트가 종료되고 다가올 다음 프로젝트에 동의 안하면 탈퇴하는 게 자연스러운 거다.
3. 창당의 명분은 탈당의 명분보다 더욱 선명하다.
한나라당과 통합신당의 반대로만 포지셔닝을 해도 광활한 정치적입지가 펼쳐진다. 원조보수인 한나라당과 그런 한나라당과 별 차이 없는 중도보수쪽으로 우향우가 예정된 통합신당, 그리고 극좌적인 민노당의 사이에 지난 97년과 2002년에 김대중과 노무현에게 표를 던졌던 유권자들이 수없이 많이 놓여있다.

영남지역정당인 한나라당, 호남지역정당인 통합신당과 민주당, 충청지역정당인 이회창당과 전국에서 맞짱을 뜰 꼬마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을 계승할 전국정당의 깃발도 있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의 반동으로 인해 유시민에게 딱 맞는 유권자들의 표밭과 지난 5년간 수많은 이들이 부여잡고 있다가 가슴 아프게 찢어져버린 많은 깃발들이 오직 유시민을 위해 남겨져 있다.
물론, 유시민이 당장 탈당하여 그 밭에 씨를 뿌린다고 그 열매가 금방 맺어지진 않을 것이다. 지난 5년간 아무도 경작하려 하지 않았고 쳐내버려둔 땅이기에. 하지만 농부의 마음으로 2008년 총선에서 하나의 밀알이 되어 흩뿌려진다면 그 밀알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이명박의 실정, 노무현 대통령의 부활과 함께 찬란하게 싹을 틔울 것이며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는 울창한 나무가 될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이 90년 3당합당에 거부하고 광야에 나온 후 대통령 되기까지 12년 걸렸다.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은 부산에서 5번 낙선했다.
그 정도 단심과 정치적 결단 없이 유시민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역사가 머금은 피의 무게를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