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한다. 유시민은 탈당해야 한다. 왜 탈당해야 하는지 몇 가지 이유만 나열하겠다.
1. 나는 당신들 편이 아니다.
나는 소위 '민주평화통일개혁세력'이 아니다. 386세대로서 내가 그 80년대를 같이 지나왔을 뿐, 함께 거리에서 최루탄을 뒤집어 썼을 뿐, 나는 그 이름도 거창한 민주평화통일개혁세력이 아니다.
통합신당이라는 작자들과 나는 우연히 같은 뜻을 가지고, 같은 생각으로 한때 정말 우연히 '한 편, 한 진영'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들과 같은 진영, 같은 편이 아니다.
그런데 그들은 '민주평화통일개혁세력'을 운운하며, "너는 우리 편이니까 우리 찍어야 돼"라며 끊임없이 자신들을 지지할 것을 협박했다. 그 세월이 20년이 흘렀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우연히' 당신들과 같은 편이 되었을 뿐, 나는 원래부터 누구의 편도 아니다. 나는 오직 '원칙과 상식'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행동했을 뿐. 하여 이번 대선에서도 투표하지 않았다. 나의 기준에 합당하는 정당과 후보가 없었기 때문.
2. 앞으로도 나는 당신들 편이 아니다.
그래서 미리 명토박아 놓는다. 나는 앞으로도 '우연히' 같은 편이 될 수 있을지언정 '원래부터' 같은 편이 아니었으므로 '무조건' 당신들을 찍어야 할 의무도 없으며, 역사적 책무 또한 느끼지 않으며, 그럴 생각도 전혀 없다.
'내가 생각하는 원칙과 상식에 부합한다면' 당신들을 조건부로 지지할 수는 있겠지만.
대한민국 헌법 제 1조가 내게 부여한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당당하게 행사할 것이다. 하지만 주권자의 권리를 고작 '어쨌든 무조건 투표해야 한다'는 식의 유아적인 발상으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기권'도 의사표시로서 당당하게 주장할 것이다.
3. 통합신당은 결과지상주의의 산물
통합신당에 대해 길게 말할 필요성도 못느낀다. 정당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민주주의 국가의 정당이라고는 도저히 눈뜨고 봐줄 수 없는 정당이 통합신당이다.
차라리 한나라당이 통합신당보다는 훨씬 나아보인다. (한나라당이라는 인간들의 수준과는 별개로)
오직 열린우리당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가설정당에 무슨 의미를 더 이상 부여할 수 있을까?
오직 정동영이를 소위 '민주평화통일개혁세력'의 대선후보로 만들기 위해, 김대중이 연출하고, 정동영이 주연으로 동을 뜨고, 김근태와 손학규가 조연으로 출연한 사기 정당이다.
오직 '대선승리'라는 '결과'만을 위해 과정과 절차를 무시하고, 정당 강령조차 없이 만들어진 껍데기에 불과한 게 통합신당이다. 이번 대선은 그 껍데기 정당에 대해 주권자들이 통렬하게 심판한 것이다.
4. 유시민, 기초공사부터 다시 시작해라
유시민의 가치가 무엇이지? 유시민이 지향하는 가치 말이다. 그리고 통합신당은 그 가치에 부합한 정당인가? 유시민이 지향하는 가치와 맞닿아 있는가?
이런게 없는데도 '현실' 운운하며 밍기적거리고 있는 거 아닌가? 뾰족하고 모난 정치인에서 통 큰 지도자가 되고 싶은가? 그래서 통합신당에서 다른 정치인들과 모나지 않게 잘 지내면서 포섭하여 지지기반을 확대하고 싶은가? 대구 출마처럼 죽는 시늉도 해가면서 통합신당에서 기반을 다져야겠다는 생각인가?
잘 들어라. 유시민의 '단점'이야말로 유시민의 '장점' 그 자체라는 걸 말이다. 단점이 사라진 유시민은 장점이 사라진 유시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저 그런 정치인은 될 수 있겠지.
나는 유시민이 통합신당에 잔존하는 한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곧 한나라당의 백년 집권을 의미한다. 소위 그 잘난 '민주평화통일개혁'을 외치며, 지들 스스로 온갖 선한 가치를 몸에 휘휘 둘러친 그 세력은 영원히 재기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유시민이 그들과 함께 하는 한 유시민 역시 그냥 정치영역에서 밥 얻어 먹고 사는 그저 그런 정치인 밖에는 못될 것이다.
기초공사부터 다시 해라. '세력'이 없다고? 현실적이지 않다고? '명분'이 없다고?
정치인들 많이 모아야 세력인가? 국민들은 세력이 아닌가? 현실? 언제부터 우리가 그렇게 현실 따졌나? 현실 따지는 사람들이 노무현 지지하고, 유시민 지지한 건가? 명분? 왜 없는데? 말하기 입 아프다.
5. 투표율 하락, 그 의미를 제대로 읽어라.
투표율이 떨어졌다. 이명박이는 원래 가지고 있던 표 가지고 갔다. 이회창도 원래 그들이 가졌던 표다. 그리고 2002년 노무현을 찍었던 표의 일부가 이명박한테로 갔고, 그 나머지는? 기권했다.
현실정치인들이 현실만 되뇌이며, 그들만의 정치공학으로 정치를 하게 되면 그 기권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나라당 백년 집권한다. 왜냐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열심히 투표하러 갈 것이기 때문이고, 노무현의 꿈과 이상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새로운 대안을 찾지 못하는 한 투표하러 갈 일이 없기 때문이다.
개혁당과 열린우리당에 환호했던 그 많은 사람들을 기억하기 바란다. 그들이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기 바란다. 고졸 출신의 말도 안되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밀어올린 저 밑바닥에 깔린 주권자들의 꿈과 희망을 돌아보기 바란다. 열린우리당을 과반수로 만들었던 주권자들의 그 열망을 추억하기 바란다.
마음 줄 곳 없어 정치에 등을 돌려버린 그들을 투표장으로 다시 나오게 하지 못하는 한, 소위 그 잘난 '민주평화통일개혁세력'이라는 작자들은 영원히 집권할 가능성이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 백년 집권한다.
유시민, 당신은 열린우리당을 탈당하면서 씨앗마저 먹어버렸다. 따라서 당신은 당신 스스로 씨앗을 뿌려 밭을 일구어야 할 책임이 있다. 그 밭은 통합신당이라는 썩을대로 썩어빠진 땅이 아니라, 정치에 등을 돌려버린 주권자들의 황무지같은 마음의 밭이라야 한다.
나는 당신들 편이 아니다. 당신들과 같은 사람이 아니다. 당신들 동지도 아니다. 우연히 내가 가는 길과 당신들이 가는 길이 일치하여 함께 걸어갔던 것일 뿐이다. 그 길에서 노무현도 만나고, 유시민도 만났다. 그러나 지금은 조금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어떠랴. 나는 나의 길을 갈 것이고, 비록 한 표에 불과하지만, 당신들도 당신들의 길을 가면 그 뿐인 것을. 그러다가 다시 같은 길에서 만나면 같이 가는 것이겠지.
그러나 기억해두기 바란다. 2007년 대선에서 사라진 10%의 유권자, 그들을 영원히 못 만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이 사실이 무섭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당신들이 현실정치인이 되었다고 할 수밖에.
현실을 운운할 바에야 무엇하러 노무현을 지지했으며, 유시민을 지지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