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동지께 보내는 편지] 대통합신당을 탈당하며...
거대한 도시의 모든 가로등이란 가로등, 주택가 창가의 불빛이란 불빛이 모두가 사라져 버린 듯한 칠흑 같은 어두움 속에서 의지할 것이라곤 곁에서 함께 손 맞잡고 걸어주는 길동무 뿐인데 먼저 손 놓고 다른 길 가게 되어 참 미안합니다.
저는 오늘 대통합민주신당을 탈당합니다.
개혁당, 열린우리당, 대통합신당으로 이어져 온 정당개혁운동이 더 이상 명맥을 이어가지 못하게 된 현실이 참으로 가슴 아픕니다. 노사모로 촉발된 참여정치운동이 정당운동으로 승화된 것이 개혁당이었고 그 새로운 운동의 창조적 열정과 자긍심으로 지내온 지난 5년 반이었습니다.
그러나 서글프게도 우리의 도전은 실패했습니다.
끊임없는 직업정치인과의 갈등과 대립 속에 무던히도 싸우고 때론 비장한 마음으로 양보와 타협을 하기도 했습니다. 때론 이겼고 때론 씁쓸한 패배를 맛보았습니다.
그러나 시대의 역류에 맞닥뜨린 지금에 와선 그들과의 쟁투에서의 승패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그들을 변화시키고 또한 나를 변화시키는데 실패했다는 근원적 회의가 더 크게 몰려옵니다.
우리는 이상주의자들에 불과했던가.
이미 세계적으로 탈정치 탈정당화가 진행중인 이때, 감히 참여형 대중정당을 해보겠노라고 호언장담했던 일이 과연 가능한 일이었는지... 서구유럽의 대중정당도 갈수록 당원들 확보하기가 용이치 않은데 우리가 무슨 최첨단 정치선진국이라고 '노무현의 참여시대' 등장에 고무되어 무모한 실험을 한 것은 아닌지 참으로 많은 회한이 쌓입니다.
저의 무지와 열패감을 씻고 다시 일어서기 위해 학교에 들어갑니다.
모든 길이 막히고 제반 사회현상에 대한 이해가 불가능할 때 우리는 휴식과 재학습을 시도합니다. 저는 원래 지방자치개혁운동을 시발로 여기까지 온 사람입니다. 살아있는 민주주의 학교라 일컫는 자치학교에서 중도 이탈하여 중앙정치에 본의아니게 뛰어든 사람이 바로 접니다. 그래서 돌아갑니다. 성공해도 돌아가야 할 곳이지만 실패해도 돌아가 배워야한다 생각합니다. 지방자치는 참여정치의 알파요 오메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뿌리가 튼튼한 한국정치모델을 한 번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지금처럼 여의도가 민중의 땅에 동 떨어져 섬으로 떠있는 소외의 정치모델로는 동지와 내가 염원하는 정치 최선진국은 어림도 없지 않겠습니까?
A동지.
최근 대통령님께서 '탈당이나 신당창당은 안된다'라고 말씀하셨다 합니다. 한 가문의 어른으로서 당연한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찌 내 가문의 자손들이 굶주리고 메마른 광야로 내몰리는데 그걸 찬성하는 어른이 있겠습니까. 특히 3당합당 때 꼬마민주당의 실패경험을 갖고 있는 당신이고 보면 당연한 조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크게보면 노무현시대 등장의 배경에는 꼬마민주당의 도전정신과 가치지향이 분명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미시적으로는 실패했으나 결국 성공한 역사가 된 셈이지요.
또 설령 성공하지 못했다면 어떻습니까. 의미있는 도전이고 정의로운 시대의 외침이 아니었던가요. 그런 청년의 기백과 도전정신이 지금의 노무현이란 거목을 만들었다 저는 판단합니다.
존경하는 A동지. 세상에선 우리를 친노라합니다.
그러나 저는 대통령님과 개인적 연이 크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스스로 친노라 불리우는 것을 부끄러워 한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것은 세상이 생각하는 '인간적 친밀도'로서의 친노가 아니라 역사와 시대정신에서 한 길을 간다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동지에게도 같은 마음임을 전합니다. 굳이 오늘 작은 오솔길에서 다른 선택을 할 지라도 종국엔 동지에 대한 신뢰과 애틋한 사랑의 마음이 우리를 하나로 묶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기에 말입니다.
아직 역사의 탁류가 급하기만 합니다. 건강하시고 굳건히 나아가 승리의 길에서 한 점 흔들림 없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꼭 4월에 승리하기를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