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에 방문해서 글을 남긴 후 정말 오랜만에 방문하는 듯하다. 한동안 이 곳에 발길을 들이지 않으려 했는데 결국 또 미련 때문에 이렇게 글을 남기게 되었다.
그동안 내 예상대로 이명박이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예상대로 통합신당은 언제 망할지 모르는 당으로 전락했으며, 또 예상대로 손학규가 그 다음 당권을 쥐었다. 그리고 이대로 가면 예상대로 다음 총선은 한나라당이 싹쓸이하게 될 것이다. 정말 암담한 현실이다.
우리에게는 지난해 역사를 바꿀 수 있었던 몇가지 순간들이 있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시점은 뭐니뭐니 해도 정동영을 비롯한 당권파들이 탈당하던 시점이라 하겠다. 열린 우리당 내에서 기회주의자들을 척결하고 선명한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기회였다. 하지만 친노파들은 대통합신당에 합류함으로써 천재일우의 기회를 그냥 허공으로 날려버렸다.
그때 열린우리당 내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유시민과 같은 참신한 인물을 대권주자로 선택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명박씨가 지금처럼 활개를 치고 다닐 수는 없었을 것이다.
유시민에게 태클을 거는 이해찬
그때 대통합신당행을 가장 강력히 주장하던 사람이 바로 이해찬씨였다. 유시민도 나중에 따라가긴 했지만 처음에는 거부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아래 판세분석이라는 '싸가지 없는' 놈의 글을 보니 이해찬 때문에 유시민이 따라갔다고 하는군. 뭐 어쨋든.)
난 그때 이해찬이라는 사람에 대해 뭔가 껄끄러운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앞으로 이 사람이 유시민의 앞날에 계속 태글을 걸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친노후보 단일화에서 유시민을 끌어내리고 자신이 대표후보가 되더니 경선에서 삽질만 연거퍼 한 끝에 꼴찌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는 얼마 전 대통합신당을 탈당했다. 그렇게 나올 꺼면서 처음부터 뭐하러 참여했는지 참 궁금하지만 어쨋든 그는 탈당했다. 아마도 이해찬은 다른 친노의원들의 동반탈당을 바라고 있는 듯하다. 유시민도 이대로 가만히만은 있을 수 없게 되었다. 유시민이 이해찬과 함께 동반탈당을 한다고 해보자. 그리고 둘이 신당을 만든다고 하자. 내가 보기엔 그렇게 새로 만들어진 당의 초기대표는 가장 연륜이 많은 이해찬으로 될 것 같다.
그렇게 되면 과연 그 당이 국민들이 보기에 좋은 당이 될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엔 그대로 자멸하는 지름길이다.
신당은 철저히 유시민식이 되어야 한다.
이 게시판에는 탈당을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 말아야 한다는 말들이 많은데 나는 탈당을 할 수도 신당을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명분을 이야기하지만 사실 지금 분위기에서 명분 운운하는 것이 더 웃기다. 다 망해 쓰러져 가는 집구석에서 무슨 명분 타령인가. 그리고 아무리 망한다고 해도 지금의 통함신당만큼 망하진 않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해찬과 함께 하게 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리고 이해찬이 신당의 전면에 나선다면 더욱 말이다. 새로 만들어질 신당은 철저히 유시민을 위주로 설계되어야 한다. 옜날에 개혁당을 만들었듯이 유시민이 개미들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만약 신당을 만들게 된다면 창조한국당과의 관계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유시민이 얼마전 인터뷰에서도 지적했듯이 창조한국당과 유시민씨와의 유사점이 상당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도 문국현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는 지식인들이 많다.
문제는 새로 만들어질 신당이 창조한국당과 포지션 면에서 겹쳐질 때의 문제점이다. 서로 정책 연대를 할지 아니면 합당을 할지 등등 여러가지 방안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잘못하다간 괜히 지지자들만 분산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이루어져야 한다.
유시민의 탈당은 대의를 위한 것
아래에 유시민 탈당논쟁을 살펴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사실 대통합신당에 남는 것도 유시민 개인을 위해서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다. 대통합신당 안에서 비교적 진보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기회를 엿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라 본다. (물론 대통함신당이 언제까지 살아있을 수 있느냐의 문제는 있겠지만)
하지만 유시민 그는 처음부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치를 해온 것이 아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익을 따라간다고 해서 항상 성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지난날 정치사에서 뼈저리게 배웠다.
지금은 그야말로 민주진영의 위기라 할 수 있다. 총선마저 한나라당에게 대패하게 된다면 우리는 남은 5년뿐만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이 순간을 생각하며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판을 흔들어야할 시기다. 그래서 유시민과 같은 인물이 등장해서 판을 흔들어야 한다.
어떠한 당이 만들어지냐에 따라서 성공의 가능성 또한 달라진다. 현재 당원이 주인되는 정당, 의사결정이 투명한 정당, 그리고 자유롭고 진보적인 분위기가 넘치는 정당이 된다면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비록 총선에서 성공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자산은 다음 대선까지 이어지게 될 것이다.
부디 유시민씨의 현명한 선택이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