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많은 날들을 한나라당으로 정권이 넘어가면 괴로울 것 같았을까. 왜 살 맛 안날 거라 생각했을까. 막상 당해보니 떨떨한 맘이야 어쩔 수 없다쳐도 나 지금 거의 괴롭지 않다. 딱 한사람에게 미안한 것 빼곤.
앞장서라 따르리라 등 떠밀어 놓고 대선이 끝난 후 그에겐 돈도 미래도 확실한 것이 거의 없는데, 우린 흐트러지지 않는 우리의 인생을 살아 가고 있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그걸로 서로 쎔쎔하자기엔 왠지 미안하다. 언제나 당신을 지지한다고, 잘될거라고 여전히 그의 무거운 등만을 바라보고 토닥이면서도 말이다.
지지하고 지지받고, 관계라는 것이 왠지 불합리한 것도 같기도 하고, 공평한 것도 같다. 그러나 누구에겐 소수의 맹렬한 사랑을 받은 죄가 너무 커 보인다. 무작정 사랑해서 왠지 미안하다.
2. 한때 이건희가 했다는 말, '마누라와 자식빼곤 다 바꿔'. 제대로 잘 바꿨는지 삼성은 당당히 세계속의 삼성으로 성장했다. 이왕이면 본인과 마누라와 자식까지 다 바꾸었음 좋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지금쯤 존경받는 삼성도 되어있겠지.
'나 빼곤 다 바꿔'. 위기에 처한 민주신당에도 쇄신하자는 목소리만큼이나 나는 소중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누가 어떻게 무엇을 바꾸어야 할까.
각자 살림을 차리라기엔 세간살이가 부족하고, 안에서 혁신해보라기엔 자성은 적고 살아 남아야만 한다는 존재의 가치만 난무한다.
뻔뻔한 방어심리 '내가 틀린 게 아니야. 니네들이 조직이 환경이 날 이렇게 만들어 놓은 거야'. 그렇다. 책임이란 말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늘 너를 위해 준비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 언제나 지켜져야만 하는 눈물나는 존재의 소중함이여.
3. 사실 걱정은 걱정이다. 성장과 자유라는 공통의 주제 하나로 묶일 수 있는 보수완 달리 진보세력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가치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자율이란 이름의 더 큰 독선적 자유가 진보쪽에 더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쪽은 대화도 어렵고 합의도 어렵고 화해도 어렵다. 결론도출이 무척 느린 집단, 합의가 안되는 집단, 그러면서도 분란은 끊이지 않는 집단, 그게 대한민국의 진보와 중도란 이름으로 쪼개져 있는 개혁세력 각 진영의 현 실태다. 그러면서도 우열은 또 얼마나 가르는지.
이명박의 추진력이 결과적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오든 반대이든, 적어도 아무 것도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진보나 중도보단 나아 보이지 않는가. 국민의 실망도, 대선 패배의 가장 큰 원인도 거기에 있었을 것이다.
권한을 주었어도 내부에서 조율하고 밖으로 일관된 자세를 유지하는 힘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 그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나약한 지도부와 오합지졸에 줄 설 한가한 국민들이 있었겠는가. 기대했다면 우리가 바보거나 뻔뻔하거나였을 것이다.
4. 그럼에도 지켜져야만 하는 가치가 있다. 혼자 잘나가는 성장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잘 먹고 잘 사는 길 같은 것 말이다. 재벌정책이든, 교육이든, 언론이든, 이제 자유의 홍수시대가 도래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무한경쟁이란 이름으로 각종 규제가 풀어지고, 말그대로 적자생존 시대가 눈 앞에 다가와 있다. 있는 사람은 더 힘을 낼 것이고, 없는 사람은 자꾸 뒤쳐질 것이다. 비교와 경쟁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의 정서상 자유를 빌미로 오히려 더 발전할 수도 있고, 비교와 경쟁의 우위에서 어차피 밀려 있는 계층에겐 더 험난한 앞날이 예고되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양극화의 참상은 어쩌면 이제부터 철저히 드러날지도 모른다.
그래도 속단할 순 없다. 이명박 정권이 성공할 것인지 실패할 것인지. 아무리 본인이 책임을 다 지는 보수시대일지라도 다만 약자를 돌아보지 않는 세상에 진정한 평화와 통합은 없다는 것을 되새기고 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5. 이회창이 만들 당과 합당하기로 한 국중당 심대평에게 총리제의를 했다는 이명박은 확실히 실리적인 사람이다. 정서상도 그렇고 정치 도의상도 그렇고, 남의 당 사람을 내각으로 불러들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어차피 그넘이 그넘일지라도) 충청권을 겨냥한 총선잡기란 분석이 대다수이다. 아흔아홉칸 갖고 한칸마저 뺏으려는 격이기도 하다. 민주신당은 이 살벌한 정글에서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더 우울한 것은 깨끗이 헤어지지도 못하면서 살아 남는 것도 반갑지 않다는 일각의 정서다. 당을 깰 수 없으면 물갈이라도 시원하게 해보자는게 그나마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 바람일 것이나, 링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럴 생각이 별로 없어 보인다. 링의 안과 밖에서 각각 다른 것을 꿈꾸는 불안한 부조화는 끝이 보이질 않는다.
6. 끊어내야만 한다. 누군가는 이시대의 진보란, 중도란 끌려가는 존재가 아니라 서슴없이 앞장서나아가는 입장이란 것을 증명해야만 한다. 이명박의 서슬 퍼런 추진력 앞에 숨 죽이고 무릎 꿇을 수 밖에 없는 게 진보고 중도라면 더 이상 희망이 없다.
누군가는 해내야만 한다. 이쪽도 협조할 것은 깔끔하게 협조하고, 반대해야 할 것은 힘을 모아 강력하게 반대하고, 대한민국이 제대로 갈 수 있게, 흔들리지 않게, 무너지지 않게 떠받쳐줄 야당의 강력한 지도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걸 할 수 있는 게 누구일까...나는 아는데 대한민국 태반의 당신들이 모르는 것, 그래서 더욱 의욕적이 되고 가끔씩은 비루한 이 현실을 외면하고 싶기도 하다.
미련할 정도로 자기 자신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 열정을 바치는 만큼 언젠가 사랑으로 되돌아 오리라 믿는 사람, 내 입으로 그 사람 이름을 부르기엔 너무 아프다. 이제 당신들이 그의 이름을 불러주어야 한다. 지나간 시간보다 앞으로 더욱 필요한 사람 유.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