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투자국가, 지구촌 경쟁에서 이기는 전략
다시 시작합니다. 좋은 글 타이핑합니다. 대한민국 개조론 43페이지부터입니다.
이미 말씀드린 것처럼, 미국뿐만 아니라 EU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일본, 중국 등과 동시다발적 FTA를 추진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선진통상국가로 성공 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입니다. 그러면 FTA를 무조건 찬성하는 것만이 옳은 일일까요? 보수를 자처하며 경제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치켜세우는 지식인과 전문가들, 비슷한 신념체계를 가진 정치인과 언론인들은 그렇게 주장합니다. 하지만 동시다발적 FTA를 성사시킨다고 해서 한국경제가 꼭 성공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FTA는 선진통상국가로 성공할 기회를 얻는 것일뿐, 그 자체가 성공을 약속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한미 FTA를 격렬하게 반대한 진보세력의 평소 주장을 깊이 있게 경청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국민들에게 저는 급진적 진보파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일하는 동안 진보적 시민단체, 진보적 지식인, 진보적 언론인들과 사이가 좋았던 적이 별로 없습니다. 제가 그들을 먼저 비판한 적은 없습니다. 그분들이 저를 비판해도 크게 반박하지 않았습니다. 논쟁하는 것이 장관이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랬습니다. 보건 분야 진보적 시민단체와 지식인들은 장관 지명 직후부터 저에게 '시장주의자' 라는 딱지를 씌웠습니다. 장관을 1년 정도 하고 나니 무려 200여 개 시민단체의 이름으로 저를 '최악의 보건복지부 장관' 으로 지목해 '국민불신임장' 이라는 것을 주었습니다. 제가 전달받은 일은 없는데, 어쨌든 신문. 방송에는 받은 것으로 나왔지요. 실제로 그렇게 했는지는 역시 모르겠으나, 여러 차례 저를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했습니다. 장관실에서 시민단체와 이익단체, 협회의 대표들과 면담하거나 정책토론회를 연 일이 무척 많은데, 유독 진보적 시민사회단체 대표들하고 면담할 때 언성을 높이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제가 장관직을 사퇴한 후에도, 저를 대한민국 보건복지정책의 틀을 망가뜨린 주범으로 규정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그들은 언제나 보건과 복지 분야에서 국가가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의료기관과 의료서비스 공급자에 대한 규제를 더 강화하고 가난한 사람들과 병든 사람들, 부모 잃은 아이들과 장애인들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더욱 너그럽게 제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또한 한미FTA가 체결되면 매년 2조원이 넘는 돈을 미국 제약사에 빼앗겨 환자들의 진료비와 약값이 천정부지로 솟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우리의 제약산업이 망하고 건강보험 재정은 파탄날 것이며, 돈이 없는 사람은 치료를 받지 못해 죽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맹장염 수술비가 1,000만원으로 오른다는 황당무계한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한미FTA가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건강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것이기 때문에 결사반대한다는 것입니다. 그분들은 평소 이른바 성장론자의 반대편에서 끊임없이 평등과 사회정의 실현을 요구합니다.
그렇다고 그 반대편과 친했던 것도 아닙니다. 보수파 또는 성장론자들은 저를 급진좌파, 분배론자라고 했습니다. '작은정부론' 과 '세금폭탄론' 으로 보건복지지출을 확대하려는 모든 시도를 봉쇄하면서, 정부가 이 분야에서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하려면 재원대책도 없는 선심용이라고 몰아붙였습니다. 저는 분명한 사람이고 제가 장관으로서 편 정책도 하나인데, 평가는 전혀 다른 둘입니다. 저도 때로는 제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느쪽도 보건복지부 장관인 저를 자기 진영으로 끌고가지 못했습니다. 저는 양쪽 모두와 힘겨루기를 하면서도 둘 모두를 조금씩이라도 만족시키려고 애썼습니다.
출처:돌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