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할 후보가 없다는 것이 민심입니다.
2002년 대선을 기억할 겁니다. 그땐 대단한 돌풍이 불었습니다. 여기서 돌풍이란 진보 대 민주 대결구도로서의 돌풍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조직 대 구 정치조직 간의 대결구도였기에 돌풍이 분 겁니다.
혹자는 2002년 대선을 민주세력 대 반민주의 구도로 보는 데 절대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런 구도는 이미 김대중 대 이회창의 대결로 재미를 본 것이고 그로 인한 자칭 타칭 민주세력이 어떻게 궁물스러운 짓들을 하는지 김대중 정권 말기에 드러난 각종 부정한 짓으로 우린 경악을 충분히 했기 때문에 민주세력에 대한 환상은 이미 김대중 정권을 끝으로 마침표를 찍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2002년은 무엇인가? 이것에 대해서 여기서 길게 설명할 시간도 이유도 없을 것 같아서 간단하게 말씀을 드린다면 새로운 정치조직의 부상 내지는 정치참여에 대한 열망이 만들어 낸 제 2의 시민혁명으로서 대선이었다고 전 생각합니다.
개미들의 유쾌한 반란이지요.^ 이것은 다른 말로 하면 민주화 훈장을 가지고 정치장사질을 한 정치판에 대한 혐오증을 넘어 심판이라고 할수 있을 겁니다. 여기에 민주화 훈장을 가진 정치세력뿐 아니라 그들과 입을 맞추고 같이 해처먹은 꼴통보수 세력들에 대한 단호한 심판이었다고 봅니다.
그게 노무현 돌풍의 동력이라고 전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동력이 왜 이전에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가 하필 2002년에 일어나는가? 하는 물음일 겁니다. 이유는 간단하면서 좀 복잡합니다만 설명을 드리자면 이렇습니다.
절망과 허탈의 밑바닥까지 갔다 온 대한민국의 민심이 희망을 꿈꾸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절망과 고통이 깊으면 깊을수록 희망을 더 더욱 갈망하게 되는게 인간의 심리적 본성이라는 겁니다.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지고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다는 자각을 하는 순간 그것이 공동체 전체의 자각으로 일어나는 그 시점, 그 시점에, 노무현이라는 전혀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러지 않습니까? 영웅이 난세를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난세가 영웅을 부른다고 말입니다. 난세에 영웅은 만들어집니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난세에 깃발을 듭니다. 그게 인류가 오늘까지 존재할 수 있었던 비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쩌면 울 대장이 언제가 그 말을 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대한민국은 망하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맞습니다. 대한민국이 그렇게 쉽게 망하지 않습니다. 그토록 암흑과 군화발에서도 수십년 끈질기에 투쟁한 우리가 아닙니까
그래서 기어코 민주화를 이루어내지 않았습니까. 머 반쪽의 민주화이지만 말입니다. 그때도 우리 대한민국은 망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고통스러웠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 고통은 솔직히 말하면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닙니다. 바로 우리의 책임입니다.
우리의 노력이 우리의 정성이 우리의 자각이 부족해서 독재 치하에서 고통을 당한 것이며 피를 흘린 겁니다. 카톨릭의 성자라 불리우는 성 어거스틴이 이런 말을 했답니다. '악은 선의 결핍이다' 참 멋진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악은 결국 선이 약해서 존재한다는 겁니다. 어둠은 찬란한 태양이 뜨는 시간엔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선의 능력, 노력이 부족해서 악이 칼춤을 춘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의 암담한 현실 또한 바로 우리의 노력, 우리의 자각이 부족해서 생긴 암담한 현실이라는 겁니다.
그동안 되찾은 10년동안 우린 게을렀거나 나태했거나 방심했던가, 그 어떤 것이었던 우리의 판단 미스로 지금의 어처구니 없는 대선투표를 맞이하고 있다는 겁니다. 결국 대한민국의 국민 수준이 이번 대선 결과에 적나라하게 나타난다는 것, 이게 바로 2007년 대한민국의 수준, 성적표라는 것에는 어느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번 투표 어떻게 할까요? 투표는 개인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전 이런 말을 해 드리고 싶습니다. 절망과 고통을 느끼려면 처절하게 느껴야 된다고 말입니다. 어쩡정하게 느끼면 반전의 기회도 희망을 꿈꾸지도 않게 됩니다.
그래서 패배는 처절할수록 좋다고 하지 않습니까 패배 속에서 우린 희망을 꿈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태함과 게으름을 스스로 자각할 수 있다는 겁니다.
어둠이 깊으면 깊을 수록 빛에 대한 열망 갈망이 치솟아 오릅니다. 그래서 깊은 절망에 빠진 사람일 수록 희망에 대한 열망이 강합니다. 박살날 때 확실하게 박살나는 것도 좋은 경험입니다. 안락한 소파에 앉아 팔짱 끼구 참여정부를, 노짱을 향해 이래라 저래라 하며 허송세월 보낸 자칭 민주세력, 시민단체들도 이제 허허벌판에서 고통을 맛보아야만 안락함의 고마움을 새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번 대선의 결과를 통해 대한민국은 처절하게 자기 반성을 해야 하며 깊은 절망과 고통 속에서 5년을 보내는 것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좋은 거름이 될 수 있다고 전 감히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후보들을 상식과 원칙이라는 채로 걸러낸다면 과연 남을 수 있는 후보가 있을까요?
찍을 후보가 없기에 투표소로 갈 마음이 생기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게 시중의 민심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을까요.

사족
투표의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겁니다. 그리고 누굴 찍는냐는 것은 개인의 소신입니다. 다만 부탁하는 것은 투표용지에 울 노짱님이나 울 대장의 이름을 적는 일은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것은 오히려 노짱과 울 대장을 죽이는 일입니다.^
늦은 점심 먹고 오랜만에 글질을 합니다. 투표를 즈음해서 모두가 힘들어하는 것 같아 몇 자 제 생각의 한 자락을 적어 보았습니다. 적다 보니 길어진 것 같습니다. 오타나 문맥의 어색함은 항상 셀프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