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아니라 투쟁이다! – 이해찬
5일 저녁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이해찬 전 총리님을 뵈었습니다.
행사를 마친 후 지지자들과 저녁을 드시는 자리에서 무엇이 복받치시는지 술이 좀 과하시다는 걱정도 들더군요.
과감하게 말씀을 드려 보았습니다.
기호 0번을 아시는지요? 노명박이란 말 들어 보셨는지요? 라고 말입니다.
또 이 선거의 승패의 책임 모두를 총리께서 지실지언정 이제는 전선의 맨 앞에 나서셔야 하는 것 아니냐고도 여쭈었습니다.
내친김에 종부세 공약 비판까지 곁들여, 유세 안 하는 길이 오히려 국민의 관심을 결집하고 결과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유세가 될 수도 있음을 들어, 정동영 후보의 유세를 멈추게 해 달라고도 말씀 드렸습니다.
저뿐이 아니라 자리에 합석한 많은 분들이 나서서 말씀을 드렸는데 총리께서 하나하나 마음을 담아 말씀해 주시더군요……
오늘 이 말씀을 전해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짧은 시간 중에도 귀중한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들으면서 이런 분을 지지하고 잠시라도 함께 모신 자리에서 이런 말씀을 들을 수 있게 된 일은 훗날에라도 제 인생에 있어 참 행복한 추억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간략하게만 소개를 해 드려야 하겠습니다.
매일 저녁 6시면 이제 촛불 들고 떨면서 총리님 연설 듣게 생겼으니 모두들 나오셔서 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내일부터는 유시민 장관께서도 또 한명숙 총리, 강금실 장관 등 더 많은 분들께서 좋은 말씀 많이 해 주실 터이니 선거를 떠나 함께 한다는 동질감 속에서 다시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총리님의 말씀인즉슨,
이건 선거가 아니라 투쟁이다!
우리는 역사의 대의 앞에 복무해야 할 원칙이 있다. 소아(小我)를 버리자.
지난 경선의 결과나, 누가 후보가 되었어야 하는가 등을 이야기하지 말아 달라. 과거를 되씹는 것은 노인들이나 할 일이다.
정치를 곤조로 할 수 있나?
승복을 통해 품위 있게 정치해야 한다.
김경준은 기본적으로 사기꾼 맞고, 우리는 그를 선거에 이용하고 그의 입에 업혀 가려는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 눈 앞에서 독점자본과 권력, 언론이 유착하고 있고, 이는 다름아닌 파쇼의 시작이다.
나치는 외부로 힘을 돌릴 수 있었지만 우리는 파쇼가 되어도 외부로 갈등의 해소를 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해봐야 남북 관계의 악화로 국민의 관심을 돌릴 수도 있을 뿐이고 이래서는 결국 경제도 불안해진다. 결국 이 파쇼가 할 수단이란 내부에의 통제밖에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단 시민사회와 노조부터 그 영향을 받고 박해를 받을 것이다. 일단 민주노동당부터 엄청난 시련에 맞서게 될 것이다.
현대건설은 회생중인 회사이고 참으로 거대한 회사이다. 현재는 공적자금이 투여되어 사실상 정부 지분이 가장 많은 회사이지만 우리 정권 하의 현대건설과 이명박 정권 시대의 현대건설은 전혀 다른 회사일 것이고, 결국 정몽준이 독점하게 될 것이다.
험난한 미래, 엄혹한 현실이 눈 앞에 다가왔다.
노명박?
노 대통령께서는 기본적으로 순진한 분이시고 원칙주의자이시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더러운 것일 수도 있다.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 속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정치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께서 그런 딜을 하실 수 있는 분이었다면, 역으로 말해 지금의 상황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
상인의 슬기로 정치를 하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지만 그럴 분이 아니다!
이 말씀 이외 당 선대위원장으로서의 어려운 점 등 많은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만, 제 모자란 기억력으로 지금까지 쓴 것도 옳게 옮겨 적은 것인지 불안하기에 모두 옮겨 적기가 무리인 듯 합니다.
결국 총리께서 말씀하신 명료한 단 한마디는 이 것입니다.
“이건 선거가 아니라 투쟁이다!”
말씀을 마무리 하던 즈음에 합석한 분 중 고교 1년생 아들과 함께 한 분이 무릎을 꿇고 참 비장한 어조로 말씀을 드리시더군요.
“오늘 어린 아들을 데리고 이 곳에 왔습니다.
자식들에게까지 이런 나라를 물려주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 상황에서 이제는 총리께서 그 책임을 져 주셔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감히 총리께 부탁을 드리고자 합니다.
바른 정치를 위해 더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힘 내십시오!”
다들 숙연한 분위기 중에 총리께서는 맥주에 소주로 직접 칵테일 하셔서 주시면서 약속하셨습니다.
“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 너무 의기소침하지 말고 우리가 함께 힘을 내자. 나 야당도 잘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결과를 떠나 이런 상황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피아 구분이 의미가 없어지는 그야말로 불확실성의 시대랄까 그런 대선을 우리가 맞이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상식과 몰상식의 대결”이라고나 할까요?
오늘 총리님의 말씀을 전해 드리면서,
저는 민주화 운동 50년, 되찾은 10년, 이제 우리 손으로 원칙과 상식을 지켜야 할 때라고 생각하기에 여러분의 참여를 호소 드리고자 합니다.
우리가 촛불로 시청 앞에서 광화문까지 모두 채우지 못하면 이제 이 모든 희생과 성과가 한낮의 꿈이 되어 버릴지 모른다는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선거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투쟁에 나설 때입니다!
동일한 시각에 교보문고 앞에는 박사모가, 종각에서는 민노당이 같은 사안을 규탄하고자 촛불집회를 동시에 펼치는 기가 막힌 현실이 바로 우리 눈앞에서 펼쳐진 오늘 밤이었습니다.
여러분께서 또다시 겨울 밤 추운 길거리에 나서셔서 사랑하는 우리 조국, 진실이 승리하고 원칙이 바로서는 위대한 문화국가, 대한민국을 지켜달라고 서둘러 부탁 드림에 제 몸은 떨려옵니다.
죄송하고 미안하고 그럼에도 또 부탁드릴 수 밖에 없음에 저의 염치 없음이 참혹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