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박근혜는 차 밑에 드러누운 지지자들을 피해 20여m를 걸어가서 이혜훈 의원의 차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고 합니다.
차라리 우리를 밟고 가라며 유세를 저지하는 지지자들과 이들의 만류를 뒤로하고 기어이 유세를 떠난 박근혜. 참 가슴 아픈 장면입니다. 그 주군에 그 지지자들이라고 밖에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컴컴한 새벽 박 대표의 집을 에워싼 지지자들은 한사평과 파랑새단, 그리고 파랑새단의 지원 요청을 받은 박사모가 주축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박사모는 외곽을 담당하고 차 밑에 드러누운 쪽은 한사평이라고 합니다.
필자는 며칠 전 박근혜 대표님께란 글을 통해 지원 유세가 결정된다면 지지자들이 집 앞에서 흰옷에 돗자리 깔고 읍소로써 주군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그 날 저녁 석고대죄 퍼포먼스를 벌인 것은 박사모였지만 이번 일의 주축은 파랑새단이었습니다. 단식을 끝낸 한사평이 이번에도 행동대로 나선 듯합니다.
이번 일을 끝으로 박사모는 더 이상 박 대표 집 앞에서 읍소를 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왕 창을 지원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더 이상 시간도 없을 뿐 더러 그 정도면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또한 창을 지원하기로 한 마당에 박 대표를 너무 압박하면 박근혜를 버리고 창에게로 갔다는 오해를 살 소지도 있습니다.
창을 위해서 박 대표를 저지하는 것이 아니라 박 대표를 위해서 저지하는 것이므로 만일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더 이상의 무리한 행동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박 대표도 나름대로의 고민이 있고 선택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압박했다고 해서 약속을 저버릴 박근혜가 아니라면 그 정도로 충분할 것입니다.
많은 지지자들이 오늘 박 대표의 유세중 특정인을 거론하며 지지를 당부했다는 보도에 충격을 받았을 것입니다. 이번 발언은 지지자들의 읍소와 의원들의 탈당으로 그 강도가 좀 더 강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상대로라면 정권교체 이상의 말이 나올 수 없었지만 특정인의 이름이 거론된 것은 탈당과 지지자들의 읍소로 인해 자칫 유세가 건성이 아니냐고 그 진의를 의심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입니다.
박근혜의 유세는 향후 한나라당이 의혹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한나라당을 칠 수 있는 가장 큰 명분이 됩니다. 확실한 명분을 세우기 위해서는 누가 보더라도 진심으로 한나라당을 도왔다는 것을 분명히 해서 한나라당이 더 이상 시비를 할 수 없게 해야 합니다. 이만큼 했는데도 실패한다면 그것은 분명 후보의 잘못이고 한나라당의 잘못이라는 메시지인 것입니다.
따라서 한나라당으로서는 특정인의 이름이 나왔다고 좋아만 할 상황은 아닙니다. 더 이상 박근혜에게 요구할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연이은 탈당으로 한나라당의 속이 편치야 않겠지만 이를 박근혜의 책임으로 돌릴 수도 없게 생겼습니다. 박근혜가 그들이 원하는 분명한 유세를 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가 할 만큼 한 이상 후보의 문제는 오로지 한나라당의 책임이 됐고 만일 BBK와의 연관성이 드러난다면 약속대로 사퇴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박근혜가 약속을 지킨 이상 관련성이 드러나면 만일 대통령이 되더라도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한 바로 그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박근혜가 먼저 약속을 지킨 것은 사퇴 약속을 지키라는 무언의 압박입니다. 곽 의원이 굴욕이라고 했을 만큼 어려운 일을 박근혜는 기어이 하고야 말았습니다. 어려운 일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받을 것이 분명하다고 봐야 합니다. 한나라당은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하고 조만간 약속을 지켜야만 하는 부담을 안게된 것입니다.
앞으로의 명분을 위해 일시적인 굴욕을 감수한 박근혜나 이런 굴욕을 박근혜가 감당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절규한 진성 지지자들이나 과연 그 주군에 그 지지자들입니다. 눈물나도록 아름다운 한편의 영상 소설을 보는 듯합니다. 약속을 지키는 주군과 주군을 위해 몸을 던진 아름다운 지지자들의 이야기는 오래도록 후세에 전해질 것입니다.
박근혜나 지지자들의 멍든 가슴이 치유될 날은 반드시 올 것입니다. 앞날을 위해 굴욕은 참더라도 그 의기만은 버려서는 안될 것입니다. 마른 장작 위에서 잠자며 쓴 웅담을 핥는 심정으로 앞날을 기약합시다.
그 날은 그리 멀지 않을 것입니다.
무궁화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