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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시민연대 홈페이지 ‘선거법 피해 제보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 |
“2002년 대선때도 그랬지만 지금은 더하다.”
“이건 아니다. 군부독재로 돌아가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4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네티즌 청원게시판에 실린 ‘이명박 후보 자녀 위장취업에 대해 국세청은 세무조사하라’는 글을 삭제토록 했다. 한 네티즌은 신문기사를 블로그에 올렸다가 경찰에 출석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인 27일 이후부터는 후보자 및 가족들에 대한 비방이나 허위사실 게재를 제외하고 네티즌들의 비판이나 지지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그동안 네티즌의 입에 자물쇠를 채운 ‘공직선거법(이하 선거법)’을 향한 원성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 선거법”-
지난 20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3층 회의실. 선거법으로 피해를 본 네티즌들이 얼굴을 맞댔다. 피해 경험을 공유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현행 선거법은 악법이며 시대착오적”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단지 뉴스나 인터넷 게시물을 보고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피력했을 뿐인데 선관위나 수사당국이 애매모호한 잣대를 들이대 과잉 단속한다는게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이날 경찰 조사를 받고 왔다는 회사원 방성균씨의 눈에선 두려움의 빛이 역력했다. 방씨는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신문 만평에 정동영 후보를 비판한 댓글을 달았다가 경찰 출석 요구서를 받았다. 그는 “의도적으로 특정후보를 낙선시킬려고 했던게 아니다. 평소처럼 개인적인 의견을 적었을 뿐이다”고 말했다.
친일파청산운동을 한다는 조동환씨는 이회창 후보 부친의 친일 내력을 올렸다가 경찰에 나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는 “이건 아니다. 군부독재로 돌아가는 것이고 표현의 자유를 막는 행위다”며 “정도를 이탈한 현행 선거법은 투쟁의 대상이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년 전 이날, 긴급체포 형식으로 현장에서 구속돼 120일간 철창 신세를 졌다는 김인상씨. 지금도 그때 상황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한다. “국민이 말 못하게 만드는 현행 선거법은 국민을 다스리기 위한 국가보안법과 마찬가지”라는 김씨는 이제 겁이 나서 인터넷에 글을 올릴 엄두도 못낸다고 한다.
“2002년 때 노사모 티셔츠는 괜찮았지만 지금 문국현 지지 티셔츠를 입고 다니면 걸린다. 그런데 문제는 지역 선관위마다 유권해석이 저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어떤 지역에서는 특정 후보 이름이 적힌 티셔츠가 선거법 상 문제가 되지 않고 어떤 지역에서는 선거법상 문제가 된다.”
문국현 후보를 지지하는 인터넷 카페 운영자 강철섭씨는 ‘문국현 대 이명박 가상토론회’ 패러디를 올렸다가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로 경찰서에 가야 했다. 객관적인 사실을 패러디 했음에도 문제 삼았다는게 강씨의 주장이다. 39명의 회원이 무더기로 경찰 출두 명령서를 받았고 지금도 29명이 조사를 받고 있다. 강씨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현행 선거법은 과거보다 후퇴한 악법”이라고 일갈했다.
-경찰 불법행위는 괜찮고 네티즌 댓글은 안된다?-
경찰의 이해할 수 없는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대전에서 올라온 소세영씨는 이명박 후보의 부동산 투기, 주가조작 등을 비판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는 이유로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 대전에 사는데 부산 소속 경찰들이 들이닥쳐 긴급체포 형식의 임의동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그의 글은 선거법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수사당국은 ‘글의 반복적인 게시’를 꼬투리 잡았다.
현행 선거법은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게 아닌, 단순히 자신의 의견만을 밝힌다 하더라도 동일 게시물을 여러 곳에 반복적으로 올릴 경우엔‘선거운동’으로 간주한다. 이 부분에 대해 네티즌들은 물음표를 던진다. ‘도대체 몇 차례 반복 게재해야 위법이냐’고. 이에 대해 선관위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7일 0시부터 이부분은 자유롭게 허용됐지만 내용이 비방·허위사실 유포등으로 해석될 경우 수사 대상이 된다.
네티즌들이 올린 콘텐츠를 관리·게재하는 운영자(업체)도 선거법으로 곤혹을 치르기는 매한가지다. 동영상 포털사이트 ‘판도라TV’가 대표적이다. 올해 3월부터 대선 특집 코너를 개설한 후 3000건이 넘는 대선 관련 UCC가 등록됐다. 하지만 62건에 대해 선관위의 삭제명령이 내려졌고 2건은 정식 수사의뢰가 들어왔다. 경찰이 UCC를 올린 회원의 개인정보 공개를 요구하자 ‘부당하다’고 판단, 자료 제출을 계속 거부해왔다. 하지만 수색영장이 발부되면서 결국 개인정보를 넘길 수 밖에 없었다. 황승익 판도라TV 이사는 “이 일로 인해 네티즌들의 UCC 생산이 위축될까 위기감마저 느낀다”고 우려했다.
미디어몹 관계자도 “선거법 위반 게시물에 대한 규정이 애매하다. 경찰로부터 개인정보 제출을 요청받았을 때 거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모임에서는 선관위 항의방문 등 선거법 불복종 운동과 관련해 다양한 대응책이 쏟아졌다. 특히 네티즌들이 자신의 인터넷 게시물들을 한데 모아 경찰에 한꺼번에 제출하자는 제안이 눈길을 끌었다. ‘나를 고소하라’ 운동을 전개하자는 것으로 경찰이 만일 방대한 자료를 다 수사할 지 지켜보고 만일 조사하지 않으면 이 또한‘직무유기’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것. 선거법을 ‘엿장수식 잣대’로 판단하는 선관위와 수사당국을 향한 분노의 수위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고영득 경향닷컴기자 ydko@kha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