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의 노무현-참여정부에 대한 태도라고 하는 것은 이중성으로 점철된 비열한 내부 권력투쟁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적절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시민이 일찍이 설파한바 있듯이 "곶감 항아리" 이론이야 말로 이러한 상황을 함축적이고도 선명하고 재미있게 표현하는 탁월한 것이었습니다. 그에게는 애초부터 노무현에 대한 충성심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 볼수 없었고 이용-차별화-토사구팽이라는 내부 권력투쟁의 전형을 우리에게 선사해준 정치인입니다.
비록 그가 내부 권력투쟁에서 승자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 후유증은 이루말할 수 없었습니다. 대의원 절대다수의 찬성속에 열린우리당의 안락사를 성공시키고 새로운 간판을 달긴 했으나 아무도 이 새로운 간판에서 새로움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더욱이 그가 그토록 지우고 싶어했던 노무현의 흔적을 그는 결국 지우지도 못했고 지울수도 없는 것이었음을 지금쯤 처절히 깨닫고 있을 것입니다. 140 여석 거대 여당의 대선후보가 고작 7%의 문국현과 2%의 이인제로 부터 멸시와 무시를 당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모두 그런 사실에서 근거하는 것입니다.
어쨌든 그는 지금 노무현의 "ANTI" 이고자 했으나 그럴수 없었으며 본의 아니게도 "POST" 노무현이 되어있습니다. 이 똥꼬 깊숙히 바지먹은 듯한 어정쩡한 스탠스야 말로 그가 처한 궁색함을 반영한 것입니다.
이회창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사실상 이제 정동영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강건너 불구경하다가 자중지란에 빠진 적으로부터 어부지리를 구해야만하는 처지가 된 것입니다.
내부 단일화는 여전히 첩첩산중입니다. 왕자병 문국현과 왕병 이인제는 여전히 정동영을 멸시하고 무시하고 있습니다. 둘다 정동영이 그들 앞에 무릎을 꿇을 때에만 그를 받아줄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일견 이제 정동영에 남은 거라곤 어부지리를 기다리고 왕자병 환자들이 하루빨리 병환에서 쾌유되길 바라야 하는 처량한 신세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암울한 현실과 전망에도 불구하고 전선의 상황은 이상하게도 그에게로 자꾸만 빛을 비추고 있는 기괴한 현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회창의 등장으로 전선이 급속하게 경제 단일 어젠다에서 보수VS진보, 부패VS도덕, 전쟁VS평화라는 정동영이 그토록 바라마지 않았던 바로 그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덩달아서 이회창의 등장은 문국현과 이인제를 안그래도 왕따인데 더 왕따로 전락시켜버렸습니다. 이제 애가 타는 쪽은 정동영이라기 보다는 문국현, 이인제(아직 표정관리 중이지만)가 되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정동영이 청와대로 가는 길은 부자가 천국가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일 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87년 노태우가 청와대로 들어갈 수 있었던 상황과 점점 닮아가는 지금의 전선구도가 정동영이 청와대로 가는 길의 가능성을 계속 높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즈음해서 정동영에게 천기누설 비기를 하나 알려주고자 합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그가 그토록 차별화하고자 했으나 끝내 차별화하지 못했으며 칼을 등에 꼽아도 꼽아도 죽지 않았던 바로 그 노무현에게 진실된 마음으로 존경과 충심의 마음을 바쳐 용서를 구하고 화해하는 것 뿐입니다.
이것만이 현재 그가 할수 있는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유일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