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천안 대번개를 갈 때도 지난 번 8.18대번개 때처럼 그 전날 오후까지 아랑이의 입장은 안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천안 상록리조트 홈페이지에 같이 들어가서 놀이공원도 있다고 꼬셔도 이 녀석이 그냥 안간데요. 결국 행사 전날에야 간다고 합디다.
금요일 밤에 아랑이하고 우리동네에 있는 제법 큰 목욕탕에 갔습니다.
"아랑아 천안 가자."
"엄마한테 허락 맞아야 돼잖아."
"엄마도 가도 된다고 하셨어(사실 아랑엄마는 애 힘들다고 데려가지 말라고 했었습니다.)"
"가서 뭐해"
"이번에도 꽃다발 줘"
"또 출마해"
"아니 그게 아니고 유시민도 지고 이해찬도 졌는데 우리는 그래도 유시민 사랑한다고, 힘내시라고
주는 거야."
"가긴 가는데 나 혼자는 안 줄꺼야."
"알았어. 아빠랑 같이 나가서 주자. 그런데 이 번에는 강연 끝나고 주는 게 아니라 강연 하러 올라갈 때 주면 돼."
포항에서 떠나면서 집 주변의 꽃집에 들렸습니다. 분홍 장미는 아예 없고 그나마 제일 분홍색과 가까운 소국에 백합 5송이를 넣어서 포장 했습니다. 1주일 전 아랑엄마 생일 때 꽃 값 보다는 2배 비싼 값을 치렀습니다.
차안에서 책을 보다가 내가 들고온 꽃을 보고는 아랑이는 예쁘다고 난리 입니다. 그러면서 정말 살아 있는 나비처럼 날개짓을 하는 용수철로 고정된 핀을 자기가 가지겠다고 까지 했습니다.
막상, 강연할 때 되니 이 녀석이 로비에서 경북광장 회원님들과 놀면서 사진 찍는 게 재밌던지 안들어갈테니 저 혼자 꽃다발 주라고 버텼습니다.
"아랑아"
" 왜"
" 너 그러면 엄마한테 다 일러준다."
"뭘"
" 엄마가 아까 너한테 아빠 말씀 잘 들으라고 했어 안했어."
" 알았어.근데 같이 올라가야 한다.나 혼자는 안 간다."
"알았어."
"근데 나는 꽃다발만 주고 방에 간다."
"알았어. 약속"
이렇게 손가락을 걸었습니다.
맨 앞 줄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올라가지도 못했습니다. 유시민 의원이 행사장 오른 쪽으로 내려와서 맨 앞줄에 있는 사람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습니다. 드디어 중간을 지나서 우리가 앉은 왼쪽으로도 왔습니다. 꽃을 내미는 아랑이를 보고 "니가 아랑이니." 하시데요. 다음 대통령님이 우리 아랑이 이름을 다 기억해 주시고 감격에 ㅎㅎ. 아랑이하고는 포옹까지 해주셨습니다.


드디어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숙소에 들어간다고 손가락 끼고 약속까지 받아냈던 아랑이는 제 옆자리에 앉아서 끝까지 의원님 말씀을 같이 들었습니다. 중간에 박수 칠 때와 웃을 때는 그대로 따라 했습니다. 시민광장 cms 정회원시키기 잘했습니다.
아랑이 말대로 출마도 안하는 유시민 의원님께 꽃을 드린 이유는 위에서 쓴 대로 그에 대한 우리들의 사랑이 식지 않았고 오히려 고난을 겪는 그를 보면서 더욱더 강렬한 사랑을 하게 됨을 고백한 것입니다.
다만 강연 전에 꽃을 드린 이유는 강연에서 무슨 말을 하실까 해서 미리 드린 것인데 결과로 보면 먼저 드리길 잘했습니다.
지금 이게 현실입니다. 우리는 유시민을 노무현 못지 않게 사랑합니다. 그가 필요하다면 시간도 몸도 돈도 다 내어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당원으로서 패자로서 자기의 도리를 다하는 외통수에 걸린 유시민의원과 5년 후 비행기를 띄울 1800미터 활주로 공사를 해야 하는 시민광장의 처지가 다릅니다.
자기의 열성적 지지자들에게 조차도 자기가 선거운동해야하는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확실히 말하지도 못하는 심정, 유시민 의원님은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자유토론 때 저를 보셨으면 알겠지만 저는 강연 때 유시민 의원님의 발언과 꽤나 다른 발언을 했습니다. 그래도 그를 이해하고 사랑합니다.
그래서 이제 적어도 12월 19일 까지는 유시민 의원에 누가 되지 않게 조용히 그를 위한 활주로를 닦는 일에 전념하고자 합니다. 유시민 의원님에 대한 제 사랑을 이번에도 11살 제 딸 아랑이를 통해서 표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