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그럴까요?
오늘 게시판을 보니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들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어제의 천안 대번개에 직접 참석하지 않은 분들 위주로 비판이나 수용 불가의 입장이 많이 나타나리라 여겨집니다.
그나저나, 제목처럼 그렇게 말씀하셨다는 유시민 의원님의 본심도 그걸 인정할까요? 진정으로 정동영 후보가 이회창 전 총재나 이명박 후보(호칭 붙이는 거 귀찮으니 앞으로는 생략함)보다 100배는 낫다고 생각하실까요? 제가 그 맘 속에 다녀온 것은 아니니 어찌 알겠습니까마는 '절대' 그렇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단지, 후보 자체의 '자질'을 두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그 후보들이 대통령이 되었을 '상황'을 그려보면서 '강조'를 하다보니 그런 이상한 수치까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게시판을 눈팅하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저 스스로도 정리를 좀 해야할 것 같아서요. 생각이 정리되지 않을 땐 이렇게 글을 쓰면서 하나씩 정리가 되기도 합니다.
과연 유시민은 누굴까요? 유시민의 정체는 뭘까요? 그리고 시민광장 또는 유티즌은?
1. 유시민은 경선에서 패배한 예비 후보이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유시민의 정체입니다. 싫든 좋든 대통합민주신당에서 정동영 후보와 같이 겨뤄봤고 결과적으로 패했습니다. 룰을 정해놓고 싸웠는데 졌으니 패배를 인정하고 승복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그러나 누구에게는 '이겼다!'는 결과가 중요하겠지만, 유시민을 지지하는 우리들에겐 결과보다는 '어떻게 이겼나?'의 과정이 더 중요하기에 승자의 승리를 인정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 맘이 이럴진대 유시민의원의 맘은 어떨까요? 우리는 늘 이심진심으로 통하는 사람들인데 말로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요?
하지만, 현실은 항상 힘있는 쪽의 편을 드는 것 같습니다. 그러기에 궁극적으로 우리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힘을 키워야 한다는 당면 목표가 생기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우리에게 용기를 주고 희망을 주는 것이 있지요. 진실은 언젠가 통하고 최후의 승리를 가져다 줄 것이란 것.
우리가 정동영 후보를 인정치 못함은 이번 경선과정의 불법적 행태뿐만은 아닙니다. 그거야 경선이 과열되면 다소 얼마간은 이 쪽 저 쪽 캠프 모두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 좀 더 지나치고 상식 수준을 넘어섰다는 정도 아니겠습니까? (만반의 준비를 갖춘 쪽의 교묘함으로 혀를 내둘렀었죠.) 이 정도로는 국민이 눈도 꿈쩍 안합니다. 왜냐면 예방 백신을 너무 많이 맞은 탓입니다. 그런 것 하나하나 따질 국민이라면 이 명박이 한나라당의 후보가 될 수도 없었고, 그걸 따져서 정동영이 후보 자격 뿐 아니라 대통령 자격 없다면 이명박도 당장 후보 사퇴해야 한다는 거죠.
우리가 정동영을 용서할 수 없다고 할 때 뭘 용서 못하겠다는 거지요? 그건 지난 4년간 열린우리당에서 행해왔던 일들에 대한 분노가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 사실이 과연 보편적인 공분을 불러일으킬 수 있나요? 이건 열린우리당 당원만이 아는 일이고, 그것도 정당개혁을 꿈꾸고 당원이 주인되길 외치던 사람들만의 분노란 것입니다. 국민이 원하는 건, 정당개혁한답시고 지들끼리 싸우는게 아니거든요. 정당개혁을 하든 말든, 당원이 주인 되든 말든 국민만 행복하게 해달라는 겁니다. 국민의 시름이 늘지 않고 맘 편히 살게 해달라는 거지요. 그러므로 일반 국민에게 정동영이란 이미지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미지와는 천지 차이가 있습니다.
사설이 길었는데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일반 국민의 눈으로 바라볼 때, '유시민은 경선에 패배했기 때문에 승복하는 것이 당연하다'라는 겁니다. 정동영의 부당함과 불법성을 이유 들어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 탈당이라도 한다면 '경선 불복자'일 뿐입니다. 일부 지지자들은 차라리 그걸 주문하기도 하지만 제 짧은 생각으로는 명분이 충분치 않습니다. 명분 없는 정치 행위는 모험도 아니고 도박일 뿐입니다.
2. 유시민은 현실 정치인이다.
정치인이 함부로 도박을 하듯 정치 생명을 걸 수 있을까요? 코너에 몰린 쥐 꼴이 된다면 고양이를 물어야 할 처지니까 도박인들 못하겠습니까만, 현재 유시민의원이 처해진 상황이 외통수이긴 해도 코너에 몰린 쥐처럼 비관적인 것은 아니지 않을까요? 모든 희망이 차단된 상태가 아니니까요. 우리는 지금 우리의 꿈을 접은게 아닙니다. 오히려 전보다 더 큰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박을 해서는 안되겠지요.
유시민 의원은 현실 정치인입니다. 그리고 어제의 발언 또한 정치적 발언을 하신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보세요, 앞다퉈 기사들이 나오잖아요. 이런 현실에서 유시민 의원이 지지자들 모인 곳에서 무슨 발언을 하기 바랍니까? 정동영 후보를 신랄하게 까대면 지지자들은 속이 후련하겠지요?
그러나 이젠 그래선 안되겠지요. 이미 정동영 후보의 선대본부의 한 자리를 맡고 계시잖아요. 원하든 원치 않든, 흡족하든 흡족치 않든, 형식을 갖췄든 안 갖췄든 그 자리를 고사하지도 못했고 어정쩡하게 받아들인 상태란 말입니다. 며칠 전 나온 기사에 지지자들은 잠시나마 위로를 얻기도 했었죠. 10.29. 언론인과의 오찬자리에서 하신 정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들을 보면서 말입니다. (http://www.dailyseop.com/section/article_view.aspx?at_id=66528(데일리서프라이즈,10/30)
하지만 전 그 기사 보면서 '이건 아닌데?' 싶었었습니다. 그런 말씀을 하시려면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국민통합 머시기 위원장을 맡질 말든지, 패장이 되었으니 승자가 맡기면 맡아야 할 자리라서 맡았다면 그런 말씀을 해서는 안된다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해가 됩니다. 전후 사정을 보면 충분히 그럴만했습니다. 아무리 패장이라도 그 어려운 예비경선을 통과했던 무시할 수 없는 예비후보였었는데, 아무런 형식과 절차없이 '하든지 말든지' 식으로 위원장 자리 하나 아무렇게 던져준 꼴 아닙니까? 사전에 아무런 상의도 통보도 없이 당사자가 언론 기사를 보고 '내가 무슨 위원장이 되긴 되었나 보구나'를 알게 한다는 건 지극히 무례하고도 사람을 무시하는 처사지요. 아무리 이해찬님을 통했다 변명을 하더라도 그건 같이 경선을 치뤘던 후보에 대한 모욕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모욕을 겪으면서도 그 자리를 거부할 수 없고, 그 뿐 아니라 자리를 맡았으니 자리에 걸맞는 활동을 해야만 합니다. 왜냐면, 유시민은 현실 정치인이고 대통합민주신당의 당원이기 때문입니다.
'정치인'이 정치를 하는 것은 지지자들을 만족시키고,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기 위함이 아닙니다. 이건 마치 지난 5년 가까이 많이 들었던 소리, "대통령은 지지자들만의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된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정치인은 자신의 지지자가 아니라 온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해 나온 국민의 일꾼입니다. 지지자가 원치 않으나 국민이 원한다면 다수 국민이 원하는 것을 해야 합니다. 왜냐면 민주공화국에선 국민이 왕이기 때문입니다.
3. 유시민에겐 유티즌이 있다.
유티즌(유시민 지지자)은 확실히 유시민에게 있어 큰 힘이고 정치적 자산입니다. 그러나 유시민은 궁극적으로 유티즌의 힘보다 국민의 힘으로 커가는 정치인이 되어야 합니다. 말하자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국민을 유티즌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굳이 유티즌의 틀에 가두지 않더라도 유시민을 훌륭한 정치인으로 알고 인정해주는 잠재적 지지자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애는데 노력을 해야하겠지요. 칭찬엔 인색하고 비난엔 질세라 가세하는 사람들이 많은 정치판이고 그런 국민 정서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의 우군 만들기는 어려워도 한 사람의 적군 만들기는 매우 쉽습니다. 정치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고, 사람과의 관계엔 사람의 '감정'을 잘 살펴야 합니다.
유시민이든 유티즌이든 사람의 감정을 잘 살필 줄 아는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 원칙은 중요하지만 기본 원칙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유연성과 융통성을 발휘해야 합니다. 적당히 정치적 '때'도 묻혀야 합니다. 1급수 물에 살 수 있는 물고기는 얼마되지 않지요. 아무 물고기나 와서 살고 싶다고 살 수 있는게 아니거든요. 유시민과 유티즌의 그릇과 울타리가 넓어져야 합니다. 그 울타리가 5년 후에는 대한민국을 다 아우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유시민이 정치적 발언을 하면 유티즌도 정치적으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유시민의 위치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국민을 상대로 정 후보를 지지해달라 해야 하는데 지지자들에게는 하지 말라고요? 어불성설입니다. 지지자들은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됩니다. 단, 현재 유시민 의원의 입장을 헤아려서 거기에 누가 될 일은 삼가는게 좋겠죠. 그러니까 시민광장은 우리 코도 석자니까 우리 코부터 닦도록 합시다. 1기 시민광장을 잘 마무리하면서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고 좋은 점을 계속 더 큰 장점으로 키워 나가는 노력을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정말 마지막으로, 솔직히 이 명박도 괴로운데 이 회창이 대통령 된다 생각해보세요. 맨날 '좌파 정권' 어쩌고 저쩌고 하는 극우가 정권 잡으면 그 동안 10년의 틀이 온전하게 남아있질 못하고 얼마나 혼란해지겠습니까? 그걸 생각해보면 그래도 정동영이 되는게 100배, 1000배 나은 것은 맞습니다. 적어도 지난 민주정부 10년의 틀은 그대로 가져갈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