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노무현 대통령! 정녕 막 가자는 거지요
우리 영화인들은 10월24일자 한겨레신문을 통해, 한국영화에 대한 미국의 추가개방 요구가 있었고, 한국정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했으며, 한국영화를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이에 영화인들은 치떨리는 분노를 느끼며, 노무현 정부에 맞서 사생결단해야 할 결단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확인한다.
날강도 미국이 한국영화를 추가개방하라고 한다
먼저, 미국은 한국정부의 ‘미래유보’ 입장을 ‘현재유보’로 바꾸라, 요구했다고 한다. 미래유보는 이후의 국내사정에 따라 스크린쿼터를 늘릴 수 있도록 열어두는 것이고, 현재유보는 반토막난 73일을 다시 늘릴 수 없도록 못박는 것이다.
더 나아가, 미국은 디지털 방식을 통한 영화상영 극장에 대해선 스크린쿼터를 적용하지 않는 전면개방을 요구했다고 한다. 머지않아 모든 영화관의 영화상영 시스템은 ‘영사기를 통한 아나로그 방식’에서 ‘위성을 통한 디지털 방식’으로 바뀐다. 따라서 이러한 미국의 요구는 극장에 대한 스크린쿼터의 완전한 폐기처분을 의미한다.
미국은 99개를 자신의 손에 움켜쥐고서도 모자라, 다른 이의 손에 든 1개를 빼앗겠다며 입을 벌리고 있다. 추악한 날강도다. 이러니 전세계의 양심세력이 미국을 반대하는 것이다. 우리 영화인들도 그러한 미국의 강도짓을 규탄하며 투쟁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영화를 희생양으로 삼겠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 영화인들이 가슴 밑바닥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로 떠는 것은 노무현 정부의 태도다.
한국정부는 미국의 요구를 적극 검토하기로 한미FTA 4차 협상에 앞서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무역구제 분야의 협상 성공을 위해 영화를 새로운 양보카드로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한미FTA 협상의 선결조건으로 희생양이 되었던 한국영화가 이제는 협상 성공을 위한 희생양이 된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한미FTA 협상단이 진짜로 막 가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 의해 이리저리 치이고 동네북이 되어버린 우리 영화인들은 슬프다.
그것도 부족했던지 노무현 정부는 우리 영화인들의 자존심을 모독하고 있다. 그들은 괴로움에 신음하고 있는 우리 영화인들을 또 한번 조롱한다. 그것은 23일, 문화관광부와 열린우리당 한국영화발전특위가 발표한 영화산업 중장기 발전계획이다. 2011년까지 6천여억원의 예산을 투입해서 한국영화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것은 한국영화를 희생양으로 삼기 위한 계획을 관철시키기 위해 급조된 것이고, 예산을 마련하기 위한 이해 당사자와의 합의수준이 낮아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계획이다. 아니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노무현 정부의 교활한 책동이다. 스크린쿼터 축소와 폐기처분이라는 치명적 독가스를 틀어놓고, 그 고통을 잠시 덜라고 사탕을 입에 물려주는 파렴치한 짓이다. 노무현 정부는 우리 영화인들을 코흘리개 어린애 취급하고 있다. 심히 불쾌하다.
그동안 우리 영화인들은 각종 성명서와 연설을 통해 분노와 슬픔과 규탄의 다양한 표현을 써왔는데, 이 대목에서는 무어라고 써야할지 모를만큼, 가슴 속에 무거운 돌덩이가 자리잡고 있다. 그 심정으로 노무현 대통령에게 진지하게 요구한다. 차라리 우리 영화인들을 모두 죽여라.
당신들에게는 우리의 소중한 영상언어를 팔아먹을 권리가 없다
영상언어, 한국영화는 우리의 문화며 이데올로기다. 문화는 혼이고 정신이다. 한국영화를 죽이겠다는 것은 영상언어를 빼앗겠다는 것이고, 우리의 얼과 정신을 죽이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일제시대 때 우리말과 우리글을 빼앗고 창씨개명에 버금가는 일로 매국노나 할 짓이다. 영상언어, 한국영화는 노무현 대통령과 한미FTA 협상단, 당신들이 제멋대로 없앨 수 있는 영역이 결코 아니다.
지난 15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진행된 국제컨퍼런스, ‘FTA와 문화다양성 협약 그리고 스크린쿼터’ 에 참석한 미국 일리노이대학 교수, 로버트 캐글은 모든 미국영화는 그 내용에 상관없이 아메리칸 이데올로기를 상징한다고 했다. 영화는 문화적인 트로이 목마로서 수세기의 문명을 한번에 전멸시킬 수 있는 훌륭한 무기보다 더욱 큰 파괴적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바로 이러한 문화의 힘과 정신을 올바로 인식하고 있는 유네스코가 미국과 이스라엘을 제외한 모든 나라의 압도적 찬성으로 문화다양성협약을 채택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도 거기에 분명하게 찬성하지 않았던가. 노무현 정부에게 문화다양성협약에 찬성했던 정신으로 되돌아갈 것을 촉구한다. 경제협상을 빌미로 우리의 문화를 죽이지 마라. 영상언어를 빼앗지 말라. 우리의 피와 땀과 눈물이 녹아 있는 우리의 영화를 죽이지 마라.
사생결단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감지한다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마찬가지라면, 그냥 고분고분 죽지는 않겠다. 미국의 요구대로, 또 한국정부의 생각대로 영화를 희생양 삼아 한미FTA를 체결한다면, 한국영화의 완전한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우리는 사생결단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한국영화를 나프타체결 이후의 멕시코처럼 만들 수 없다. 무기력하게 앉아서 죽을 수도 없다. 다른 부문에 비해 대중과의 교감이 깊은 우리 영화인들은 노무현 퇴진투쟁과 열린우리당 해체투쟁에 사활을 걸고 나설 것이다. 지금까지와 같은 선전포고의 수준을 넘어 실제 행동의 단계로 나아갈 것임을 명심하라. 그대들에게는 참혹한 지옥이 될 것이다.
한미FTA 협상 즉각 중단하라.
스크린쿼터 원상회복하고, 영화 죽이기 작업 중단하라.
2006년 10월 24일.
문화침략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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