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교육정책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현정권의 교육정책에 있어서 근간을 이루는 것은 소위 말하는 삼불정책이다.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중에서 기여입학제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풀겠다는 것이 이명박 후보의 정책이다. 게다가 사교육비를 대폭 줄여서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한다.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순투성이다.
1. 사교육비 부담
대한민국은 사교육 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사교육에서 나온다. 모든 재산도 사교육에서 나온다. 논리성없는 극단적 주장이지만 한국의 현실을 좀 과장하자면 틀린 말도 아닌 것이다. 부모의 경제적 지위에 따라 사교육의 정도에 차이가 발생하고 그것은 곧 명문대학 진학으로 연결된다. 명문대학 진학은 곧 부와 명예를 확보하는 지름길이 되고 있다. 학력이 대물림되고, 거기에 따라서 부와 권력도 대물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사교육비의 부담은 저출산과 소비위축에 큰 영향을 미치고, 경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문제점이 된다. 소득이 꽤 높은 사람들도 자녀들의 사교육비에 지출하고 나면 소비할 여력이 그다지 크지않다. 결국 내수경기의 위축을 초래하고, 그것은 필연적으로 실업률을 높이게 마련이다. 각 가정의 교육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경쟁력과 경제적 악순화의 고리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사교육비의 부담을 경감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어느 정권도 사교육비를 경감하는 정책을 발표하지 않은 일이 없다. 자녀를 가진 부모들이 곧 유권자이기 때문에 항상 대선에서의 유력한 득표전략으로 사교육비 경감방안이 등장하곤 하였다. 그런데 말처럼 쉽지가 않다. 자녀의 미래를 염려하는 부모들의 경쟁심리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사회를 학벌로부터 해방시키는 일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좋은 학벌을 가진 사람이 투자한 비용에 비하여 기대하는 효익이 신통치 않다면 사교육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다. 취업과 승진과 결혼등에 있어서 학력간의 차이를 없애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취업과 승진기회를 정부가 통제할 방법이 없다. 결혼에 있어서 학력을 고려하지 않도록 각 개인을 강제할 수단이 없다. 근원적인 해결책은 실행할 수 없기 때문에 이문제가 어려운 것이다.
이문제는 근원적으로 사회적 인식을 바꿔나가는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 학력보다는 창의적 능력이 대우를 받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할 것이다. 사회가 높은 학력과 학벌을 요구하지 않아도 충분히 유능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도록 의식전환운동이 필요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극심한 사교육을 유발하는 대입제도를 보완하는 일이다. 과거 가장 극심한 문제가 바로 대학별 본고사였다. 또 단 한번으로 실력을 측정하는 수능이었다. 자연히 본고사를 금지하고, 수능의 비중을 낮추는 정책으로 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공교육의 정상화는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고교등급제는 고등학교 입학전부터 고입을 위한 과외를 촉발할 것이다. 지금 삼불정책은 바로 사교육비 경감과 공교육 정상화를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2. 공교육의 정상화
사교육이 극성을 부리면서 공교육이 무너져간다는 우려가 높았었다. 학원이나 과외를 받는 학생들이 학교수업 시간에는 잠을 자는 일이 흔했다. 학생들의 대학입학이 수능시험과 본고사의 성적으로 결정된다면 그럴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자신의 미래가 달린 문제인데 사교육을 안할 수는 없다. 그래서 수면이 부족하면 수어시간에는 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게 처참하게 무너지는 공교육을 그나마 지탱하고 있는 것이 바로 삼불정책이다. 학생부의 반영비율을 높이면 학교생활에 충실하지 않을 수 없다. 수능과 본고사로 단박에 좋은 대학을 입학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학생부의 성적과 생활태도까지 신경을 쓰게 되었다. 결과만이 아닌 과정도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당연히 학생부의 반영비율을 높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학생부 비율이 그리 높지않아서 효과가 미약하다. 또 평소 학교성적을 잘받기 위한 과외를 별도로 해야하기 때문에 오히려 사교육비가 증가한다는 주장도 있다. 고교간의 학력차이가 존재하는데 고교등급제 금지로 그것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불공평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효과가 미약한 것은 실질반영비율이 너무 낮아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본다. 워낙 사교육의 위력이 강하기 때문에 교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도 과외를 하게되는 것은 현실이지만,그렇다고 학생부 반영을 안했을 경우에 비해서 공교육이 더 심하게 무너진 상황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고교등급제는 고교입시에서의 사교육 의존도를 더욱 높이고 중학교 공교육마저 무너뜨릴 위험성이 있다.
사교육비를 경감하기 위해서나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나 삼불정책은 오히려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기여입학제의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특히 본고사의 부활이나 고교등급제는 허용할 수 없는 일이다. 그 것을 허용하는 순간 공교육은 무너질 가능성이 높고 완전히,사교육이 교육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지금도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3. 모순과 자기모순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는 창이 있다면서 그것을 파는 사람이 있었다. 세상의 어떤 창도 막아낼 수 있다면 방패를 파는 사람이 있었다. 그들의 서로 상충되는 일화는 모순(矛盾)이라고 한다. 각기 다른 사람의 주장이 서로 상충되고, 상대의 주장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일 때 우리는 그것을 모순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스스로 자신의 주장에 대한 모순이 일어나는 경우도 매우 흔한 일이다. 때로는 고의적으로 상대를 현혹하기 위해서, 때로는 자신의 주장들이 서로 모순됨을 파악하지 못한 채 부지불식간 주장을 할 수가 있다. 이 것을 자기모순(自己矛盾)이라고 할 수 있다. 때로는 이미 자신이 한 주장을 잊어버리고 전혀 반대되는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이라면 그런 일이 전혀 없이 살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똑같은 자리에서 자기모순을 저지르는 것은 매우 민망한 일이다. 아직 앞의 주장을 잊어버릴 시간도 없었고, 공간이나 청중도 모두 같은데 그런 자기모순을 주장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인간이라면 모두가 나름의 논리적 사고체계를 조금은 가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 청중을 현혹하는 것이거나 매우 논리성이 결여된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차기 대통령 후보중 가장 유력한 이명박 후보가 자기모순적 발언을 했다면 아마도 현혹을 위한 주장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대선을 위해 뛰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해가 상충하는 이질적 집단들에게 동시에 지지를 받고 싶은 것이 동기일 것이다. 교육의 기회균등을 주장하는 사람이나 교육의 무한경쟁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동시에 충족하기 위한 의도적 모순이었다고 여겨진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삼불정책의 폐지는 사교육의 수요를 더욱 폭증시킬 것이다. 또 사교육이 기승을 부릴수록 공교육은 위축되고 제자리를 찾을 수가 없다. 그런데 어떻게 본고사와 고교등급제를 원하는 대학에 학생선발의 자율을 보장하면서 동시에 사교육비를 줄이고 공교육을 살릴 것인가?
대학의 학생선발에 대한 자율을 확대하는 것과 교육에 있어서 시장원리를 도입하는 것을 겨냥하고 있다. 다만 사교육비의 경감이나 공교육의 정상화는 구체적 방법을 생략한 채 구호로만 주장해서 현혹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모순을 유권자가 적절히 파악하고 비판하지 못하면 정치인들의 그러한 수법은 점증할 것이다. 매우 경계하고 우려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교육을 망치는 주범은 바로 우리사회의 학력지상주의이다. 그것을 타파하는 근원적인 처방은 그 길이 너무도 멀고 성과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는 길이다. 단기적으로는 그나마 사교육을 완화하고, 공교육을 살리는 대안으로 삼불정책은 더욱 강화되는 것이 옳다.
교육에 있어서 시장원리를 확대하면 그만큼 우리사회는 계급화된 사회, 그 계급이 상속되는 사회로 달려갈 것이다. 그러한 정책은 돈많은 부자들이 마음껏 자신들의 부를 누릴 수 있도록 대대손손 장하는 일이다. 차라리 노골적으로 기여입학제를 하는 쪽이 덜 교활하지 않을까? 이명박 후보가 기여입학제는 안된다고 했다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