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김대중 전대통령을 청와대로 초청해서 환담을 나누었다. 첫 남북정상회담을 시작한 전직 대통령과 두번째 정상회담으로 평화의 길을 더욱 넓게 연 현직 대통령간의 대화였다. 민족사에 큰 족적으로 남을 일을 했던 두 사람의 만남에서 역사의 흐름을 본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며 미래를 내다보는 창이라 했다. 현재는 과거의 누적된 결과물이며, 미래는 역사를 토대로 현재의 노력을 보태서 만들어지는 새 길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처음으로 열었던 이와 그 길을 더욱 넓힌 이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의미있는 일이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허전하다. 아마도 과거와 현재는 있는데 미래가 결여됐기 때문이다. 지금 그들의 뒤를 이를 차기정권의 희망은 너무도 흐릿하다. 매우 가능성이 낮다. 오히려 그들과의 단절을 외치는 정치인들만 득실거린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그들과의 단절을 가장 확실히 할 사람이다. 심지어 범여권이라고 칭하는 후보군도 대부분이 그들과의 단절을 시도하였거나 여전히 그런 사람들이다.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의 가닥을 잡았다. 핵이 모두 폐기되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가능할 것이다. 서해안에서 긴장과 갈등의 화약고 노릇을 하던 지역은 남북이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평화수역으로 바뀔 것이다. 비무장지대의 철책선은 서서히 그 긴장도를 감소시키며 제거될 것이다. 경제적 강점을 서로 보완하며 공동의 번영을 추구할 것이다. 철로는 북측지역을 지나서 중국으로, 또 러시아를 지나서 유럽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렇게 변화할 미래를 누가 관리할 것인가? 적어도 지난 10년의 정권과 단절을 말하는 사람들은 좀 곤란하지 않을까? 지금의 이 흐름을 승계하여 하루속히 평화와 공영의 토대를 구축할 수 있는 정권이어야 하지 않을까? 최소한 단절을 추구하는 정권이 들어서는 것은 막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쓸데없는 걱정일 수도 있다. 한나라당이 집권을 하더라도 이러한 국제정세의 흐름을 역행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북한과 미국이 종전선언과 수교를 운운하고 있는 마당에 대한민국의 정권이 그것을 거스리고 역주행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미 서로 합의한 여러가지 사안들을 지난 정권과의 단절차원에서 외면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집권초기에 여러가지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냉전적 사고방식을 접어두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이미 한나라당의 통일정책에 대한 수정시도가 수구세력의 강력한 반발에 부딛혀 무산된 일이 있었다. 불과 얼마되지 않은 일이다. 그들을 설득하고 거역할 수 없는 흐름에 동참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그러는 동안 국제정세는 또 다시 요동을 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가 없다. 내년이면 미국의 정권이 바뀐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서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다. 부시정권의 초기를 돌아보면 그러한 염려는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클린턴 정권말기 대북관계는 상당히 우호적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었지만 부시의 집권후 곧 바로 싸늘하게 냉각되고 말았다. 그런 일이 다시 반복돼지 않을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여러가지 상황이 변화하기 전에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협정, 그리고 북미관계의 개선까지 종결하는 것이 좋다. 그것을 새로 들어서는 대한민국의 정권이 수행해야 한다. 그것을 누가 가장 잘 할수 있는지를 고려하여 대선에 임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지난 10년간의 성과를 잘 승계할 수 있어야한다. 현정권의 정책을 승계함은 물론이고 그 정책에 스며든 정신까지 계승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현정권의 경험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어야 크나큰 변화가 일어나기 전에 돌이킬 수 없는 선까지 진도를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김대중 전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협조를 가장 잘 이끌어낼 수 있는 정권이 수립되어야한다. 물론 단절을 외치는 정권이라도 그들의 경험을 배제하진 않을 테지만 사고방식이 유사할수록 축적된 경험을 활용하기에 유리할 것이다. 또 전직 대통령으로서 그들은 차기 정권이 누군가에 상관없이 협조를 할테지만 그 정도에서 차이는 있을 것이다.
이제 한반도에는 새로운 방식의 미래가 열리게 될 것이다. 지난 10년간 과도 적지 않았으나 그것을 능가하는 공도 있었다. 공은 승계하되 과를 잘 극복하는 정권이어야 한다. 과를 잘 극복하고 공은 묵살하는 정권이라면 미래를 개척하는데 그리 효과적이지 못할 것이다.
미래의 시대정신은 평화와 공동번영이다. 그것을 담아낼 차기 대통령을 세워야 우리의 미래가 밝아질 것이다. 일시적인 국민의 지지율 변화에 일희일비하며 자신의 정치적 계산속에만 안주하는 정치인으론 안된다. 심지어 불리할 때는 차별화에 몰두하고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오르면 그 과실을 탐내는 정치인에게 우리의 소중한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우리의 미래는 정치인들의 얄팍한 계산속보다 훨씬 중요하다. 부디 국민의 현명한 판단이 내려지고 우리의 미래가 밝아지기를 기원한다.